해당 판례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다79887, 79894 판결 [토지인도등·손해배상]
- 원고(반소피고): 과수원·잡종지와 창고시설을 임대한 소유자
- 피고(반소원고): 부동산을 임차하여 사용한 사람
- 본소: 임대차기간 종료 후 무단점유에 따른 임료 상당 손해배상청구
- 반소: 무효인 농지임대차에 따라 지급한 선불 차임 4,500,000원의 반환청구 등
- 대법원 결과: 반소 중 원고 패소 부분 파기·환송, 그 부분에 대한 피고의 상고 각하, 나머지 상고 기각
하급심
원심의 판단
원심은 농지법상 예외사유 없이 체결된 농지임대차계약이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임대차 목적물에는 농지인 과수원뿐 아니라 잡종지와 창고시설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피고가 농지 부분의 임대차가 무효임을 알았다면 나머지 건물 등에 관해서도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아 계약 전부가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원심은 원고가 지급받은 선불 차임 4,500,000원을 피고에게 반환해야 한다고 보았다.
원고는 계약이 무효라면 피고도 임대차기간 동안 해당 부동산을 법률상 원인 없이 사용한 것이므로, 사용료 상당의 손해배상채권을 가진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의 차임 반환채권과 상계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원고가 강행규정인 농지법을 위반하여 농지를 임대한 것이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므로 원고가 사용이익의 반환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보아 상계항변을 배척하였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농지임대차계약이 구 농지법 제23조 위반으로 무효라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농지법을 위반한 농지임대차라고 해서 곧바로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오늘날 통상적인 농지임대차는 과거의 신분적·수탈적 소작관계와 달리 그 내용 자체의 반사회성·반윤리성이 현저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계약상 약정 차임을 청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지만, 임차인이 실제 농지를 사용하여 얻은 이익까지 무상으로 보유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원고의 농지취득 경위, 종전 경작 상태, 임대 목적과 계약 체결 경위, 피고의 토지 이용방법 등을 심리하여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판단했어야 한다고 보아 반소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13. 5. 9. 선고 2012다115120 판결 [권리양도금] 여러 계약 또는 계약의 여러 부분이 경제적·사실적으로 결합되어 어느 하나가 없으면 나머지도 체결하지 않았을 관계라면, 그중 일부의 무효·취소가 계약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령
- 헌법 제121조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되도록 노력해야 하며, 농지의 임대차는 농업생산성 제고, 농지의 합리적 이용 또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인정된다.
- 구 농지법(2015. 1. 20. 법률 제1302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 농지의 효율적 이용·관리, 농업인의 경영 안정, 농업생산성 향상과 국토환경 보전 등을 법의 목적으로 규정한다.
- 구 농지법(2015. 1. 20. 법률 제1302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농지는 식량공급과 국토환경 보전에 필요한 한정된 자원으로서 권리행사에 제한과 의무가 따르며 투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 구 농지법(2015. 1. 20. 법률 제1302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3조 질병, 징집, 취학, 선거에 따른 공직취임 등 법률이 정한 예외사유가 없으면 원칙적으로 농지를 임대하거나 사용대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 구 농지법(2015. 1. 20. 법률 제1302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0조 제2호 농지임대 제한을 위반하여 소유 농지를 임대한 사람을 10,000,000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 민법 제103조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
- 민법 제137조 법률행위 일부가 무효인 경우 원칙적으로 전부를 무효로 하되, 무효 부분이 없더라도 법률행위를 했을 것으로 인정되면 나머지 부분은 유효하다.
- 민법 제492조 서로 같은 종류의 채무를 부담하고 이행기가 도래한 경우 각 채무자는 대등액에서 상계할 수 있다.
- 민법 제741조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이익을 얻고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사람은 그 이익을 반환해야 한다.
- 민법 제746조 불법의 원인으로 재산을 급여하거나 노무를 제공한 사람은 원칙적으로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
사실관계
원고는 2011년 4월 13일부터 2012년 4월 12일까지 1년 동안 피고에게 과수원, 잡종지 및 그 지상 창고시설로 구성된 부동산을 임대하였다.
피고는 원고에게 1년분 차임 4,500,000원을 선불로 지급하고 해당 부동산을 사용하였다. 임대차기간이 끝난 후에도 피고는 2013년 3월 22일까지 부동산을 계속 점유하였다.
원고는 임대차기간 종료 후 피고의 점유는 정당한 권원 없는 불법점유라며 그 기간의 임료 상당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피고는 반소로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 임대차 목적물은 농지법상 농지에 해당한다.
- 해당 임대차는 농지법에서 허용하는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 농지법을 위반한 임대차계약은 무효이다.
- 따라서 원고는 이미 지급받은 선불 차임 4,500,000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
이에 원고는 다음과 같이 상계항변을 하였다.
- 임대차계약이 무효라면 피고에게 부동산을 사용할 계약상 권원도 없다.
- 피고는 임대차기간 동안 부동산을 실제 사용·수익하였다.
- 따라서 원고는 피고에게 사용료 상당의 손해배상채권을 가진다.
- 그 손해배상채권과 피고의 선불 차임 반환채권을 상계한다.
결국 핵심 쟁점은 농지법 위반으로 계약이 무효인 경우 임대인이 약정 차임을 반환하면서도, 임차인이 실제로 얻은 사용이익의 반환을 청구하거나 이를 자동채권으로 상계할 수 있는지였다.
법리
농지임대를 금지하는 구 농지법 제23조는 강행규정임
구 농지법은 법에서 정한 예외사유가 없으면 농지의 임대를 원칙적으로 금지하였다.
그 목적은 다음과 같다.
- 농지를 실제 농민의 경작에 이용하게 할 것
- 농지가 계속 농지로 보전되게 할 것
- 외부자본이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취득하는 것을 억제할 것
- 농지가격을 안정시켜 농민의 농지취득을 용이하게 할 것
- 헌법상 경자유전의 원칙을 실현할 것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려면 농지법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만으로는 부족하고, 위법한 임대차계약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적극적으로 실현하지 못하도록 계약의 사법상 효력도 부정해야 한다.
따라서 구 농지법 제23조는 단순한 단속규정이 아니라 강행규정이다. 법에서 정한 예외사유 없이 체결한 농지임대차계약은 무효이다.
농지 부분과 건물 부분이 불가분이면 계약 전체가 무효임
이 사건의 임대차 목적물에는 농지인 과수원뿐 아니라 잡종지와 창고시설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농지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피고가 잡종지와 창고시설만을 별도로 임차했을 것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피고가 농지 부분의 임대차가 무효임을 알았다면 나머지 부동산에 관해서도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따라서 농지 부분의 무효는 나머지 목적물에 관한 임대차에도 영향을 미쳐 임대차계약 전부가 무효가 되었다.
계약이 무효이면 약정 차임을 청구할 수 없음
농지임대차가 강행규정 위반으로 무효라면 임대인은 계약에 따라 정한 차임을 청구할 수 없다.
이미 차임을 받았다면 임차인은 계약의 무효를 이유로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도 피고가 지급한 선불 차임 4,500,000원은 원칙적으로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된 금액이 된다.
그러나 이것이 임차인이 실제로 농지를 사용하여 얻은 이익까지 무상으로 보유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강행규정 위반과 불법원인급여는 구별해야 함
법률행위가 강행규정을 위반하여 무효라고 해서 그 계약에 따른 모든 급부가 당연히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불법원인급여가 되려면 다음과 같은 정도의 위법성이 필요하다.
- 급부의 내용·성격·목적이나 경위상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현저한 경우
- 강행법규를 위반했지만 급부의 반환을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해당 법규의 목적에 반하는 경우
따라서 ‘계약이 무효인가’와 ‘이미 제공된 급부의 반환도 금지되는가’는 별개의 단계에서 판단해야 한다.
통상적인 농지임대차는 그 자체로 반사회성이 현저하지 않음
오늘날의 통상적인 농지임대차는 토지를 사용·수익하게 하고 그 대가로 차임을 지급받는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부동산임대차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과거의 소작관계처럼 지주가 경작이익의 상당 부분을 수취하거나 임차인을 신분적으로 예속시키는 관계와도 구별된다.
그러므로 농지법이 경자유전 원칙 등을 위해 농지임대차를 제한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농지임대차의 반사회성·반윤리성이 현저하다고 볼 수 없다.
계약상 차임과 실제 사용이익은 구별됨
농지법 위반 임대인은 무효인 계약을 근거로 약정 차임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 이는 무효인 계약 내용을 적극적으로 실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차인이 실제로 농지를 점유·사용하여 얻은 객관적 사용이익의 반환을 구하는 것은 성격이 다르다.
이 청구는 무효인 계약을 이행하라는 것이 아니라, 계약이 무효이므로 법률상 원인 없이 취득한 사용이익을 정산하라는 것이다.
임차인이 선불 차임은 모두 돌려받으면서 농지의 실제 사용이익까지 아무런 대가 없이 보유하게 하는 것이 농지법의 목적 달성에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임대인은 다음과 같은 청구를 할 수 있다.
- 토지사용료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
- 권원 없는 점유로 인한 사용료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 이러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
불법원인급여가 인정될 수 있는 예외
농지임대차의 목적과 경위에 농지법의 이념을 정면으로 부정할 정도의 현저한 반사회성이 있다면 임대인의 사용이익 반환청구가 제한될 수 있다.
대법원은 그 예로 다음과 같은 경우를 제시하였다.
- 농지를 농지로 보전하기 어려운 용도로 사용하게 하여 농지 기능을 상실시키려 한 경우
- 임대인이 처음부터 자경할 의사 없이 오로지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취득한 경우
- 투하자본을 회수하기 위한 수단으로 위법한 농지임대를 한 경우
- 농업생산성 제고나 농지의 합리적 이용과 전혀 관련이 없는 경우
- 농지법의 이념에 정면으로 배치되어 반사회성이 현저한 경우
이러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임대인의 반환청구에 대하여 불법원인급여 법리를 적용할 수 있다.
대법원이 상계항변을 곧바로 인정한 것은 아님
대법원은 원고의 사용료 상당 손해배상채권이나 상계항변이 당연히 인정된다고 확정한 것은 아니다.
원심이 농지법 위반이라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불법원인급여를 인정한 것이 잘못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환송심에서는 다음 사항을 추가로 심리해야 했다.
- 원고가 농지를 취득한 경위
- 임대차 전까지 농지가 실제로 어떻게 경작되었는지
- 임대차계약의 목적과 체결 경위
- 피고가 농지를 어떤 방법과 용도로 사용했는지
- 임대차가 농지의 보전과 합리적 이용에 반하는지
- 임대인의 행위에 현저한 반사회성이 있는지
- 피고가 실제로 얻은 사용이익의 범위
결론
구 농지법 제23조는 경자유전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강행규정이므로, 법에서 정한 예외사유 없이 체결된 농지임대차계약은 무효이다. 임대인은 계약에서 정한 차임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고, 이미 받은 차임은 원칙적으로 반환해야 한다.
그러나 강행규정 위반으로 계약이 무효라는 것과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는 것은 동일하지 않다.
통상적인 농지임대차는 그 자체로 반사회성·반윤리성이 현저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임차인이 실제 농지를 사용하여 얻은 객관적 사용이익까지 무상으로 보유하도록 할 필요는 없다.
대법원은 농지법 위반만을 이유로 임대인의 사용료 상당 손해배상청구와 상계항변을 배척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다만 임대인의 투기 목적이나 농지 기능 상실을 위한 임대 등 현저한 반사회성이 있는 특별한 경우에는 불법원인급여가 적용되어 사용이익의 반환도 제한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