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3다2740 판결 [상환원리금등]
- 원고들: 한국투자증권이 발행한 주가연계증권(ELS)을 매수한 투자자 26명
- 피고: ELS 발행사인 한국투자증권과 주식연계 달러화 스와프계약을 체결하여 상환위험을 인수한 도이치은행
- 대법원 결과: 투자자들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 파기·환송
하급심 및 파기환송심
- 제1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2. 1. 12. 선고 2010가합27835 판결
- 환송 전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2. 12. 14. 선고 2012나12360 판결
- 환송판결: 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3다2740 판결
- 파기환송심: 서울고등법원 2016. 10. 28. 선고 2016나5926 판결
제1심
제1심은 피고 은행의 주식 대량매도가 ELS 기초자산의 공정한 가격 형성에 부당한 영향을 주어 만기상환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행위라고 판단하였다.
이에 피고 은행의 책임을 인정하여 투자자들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환송 전 원심
환송 전 원심은 피고 은행이 일반적인 위험관리기법인 델타헤지 원리에 따라 보유 주식을 처분하였다고 보았다.
만기에 이르면 델타값이 0이 되어 보유 중인 기초주식을 처분할 필요가 있었고, 피고가 기준일 이전부터 주식을 순차적으로 매도했다는 점 등을 들어 시세조종이나 부정거래 목적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투자자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대법원
대법원은 델타헤지가 금융기관의 정상적인 위험관리기법이라는 사정만으로 그 과정에서 이루어진 모든 주식거래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피고 은행은 KB금융 주식의 기준일 종가가 상환 기준가격 이상이면 한국투자증권에 약 113억 원을 지급해야 했지만, 기준가격에 미달하면 약 66억 원만 지급하면 되었다. 따라서 기준일 종가를 낮춰 만기상환조건의 성취를 무산시킬 충분한 경제적 동기가 있었다.
또한 피고가 종가결정 직전에 가격하락 효과가 큰 시장가주문으로 주식을 반복하여 대량 매도한 점 등을 고려하면, 시세조종행위 또는 부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피고의 행위를 정상적인 델타헤지 거래로만 보아 책임을 부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파기환송심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이 제시한 법리에 따라 피고 은행의 주식매도행위를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행위 및 부정거래행위로 인정하였다.
피고 은행은 ELS 발행사나 판매회사는 아니지만, 한국투자증권과 ELS의 수익구조에 연계된 스와프계약을 체결하여 상환조건의 성취 여부에 관하여 투자자들과 대립되는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피고도 투자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도4444 판결 금융투자상품 거래에 관한 부정행위 규제는 개별 투자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다.
- 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3도9933 판결 부정한 수단·계획 또는 기교의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은 금융투자상품 거래와 관련하여 사회통념상 부정하다고 인정되는 행위를 일반적·포괄적으로 규제한다.
- 대법원 2015. 4. 9.자 2013마1052, 1053 결정 ELS와 연계된 스와프계약의 당사자가 기초자산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춰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자본시장법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도3131 판결 시세고정 목적은 거래의 동기와 형태, 가격 및 거래량의 동향, 시장관여율 및 종가관리 등 여러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판단한다.
-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4도11280 판결 정상적인 수요·공급이 아닌 인위적인 요인을 이용하여 주가를 형성하거나 고정하는 행위가 시세고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 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다7264 판결 조기상환기준일의 기초주식 매도에 관하여 거래의 공정성을 훼손할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판단한 사안이다. 이 사건은 최종 만기상환일에 종가를 낮출 경제적 유인이 훨씬 컸고 매도 시기와 방법도 달라 구별된다.
- 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2다108320 판결 금융기관이 매도물량을 전체 거래량의 10% 범위에서 거래량가중평균가격에 따라 여러 차례 나누어 처분한 사안이다. 시장충격을 줄이기 위한 거래였다는 점에서 종가시간대 시장가 대량매도가 이루어진 이 사건과 구별된다.
관련 법령
-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3. 5. 28. 법률 제118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6조 제3항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의 시세를 고정하거나 안정시킬 목적으로 일련의 매매 등을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3. 5. 28. 법률 제118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8조 제1항 제1호 금융투자상품의 매매나 그 밖의 거래와 관련하여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3. 5. 28. 법률 제118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9조 제1항 제178조를 위반한 자는 위반행위로 금융투자상품 거래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 민법 제750조 고의 또는 과실로 위법행위를 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사람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사실관계
ELS의 상환구조
한국투자증권은 2007년 8월 31일 ‘한국투자증권 부자아빠 주가연계증권 제289회’를 발행하였다.
기초자산은 국민은행 보통주와 삼성전자 보통주였고, 최초기준가격은 다음과 같았다.
- 국민은행 보통주: 74,600원
- 삼성전자 보통주: 572,000원
국민은행 보통주는 이후 주식교환·이전에 따라 KB금융 보통주로 변경되었다.
조기상환조건이 성취되지 않은 채 만기에 이른 경우, 2009년 8월 26일 기준일에 두 기초자산의 종가가 모두 최초기준가격의 75% 이상이면 투자자들은 투자원금의 128.6%를 지급받았다.
반면 그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투자자들은 투자원금의 약 74.9%만 지급받아 원금손실을 부담하였다.
피고 은행의 스와프계약
한국투자증권은 ELS 발행으로 인한 상환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2007년 8월 30일 피고 도이치은행과 88억 9,000만 원에 관하여 ‘주식연계 달러화 스와프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계약은 ELS와 동일한 상환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만기상환조건이 성취되면 피고는 한국투자증권에 계약금액의 128.6%인 약 113억 원을 지급해야 했지만, 조건이 성취되지 않으면 약 66억 원만 지급하면 되었다.
따라서 피고는 KB금융 주식의 기준일 종가가 상환 기준가격에 미달하도록 할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기준일의 주가 상황과 대량매도
삼성전자 주가는 상환 기준가격을 충분히 초과하고 있었다. 결국 KB금융 주식의 종가가 조정된 상환 기준가격인 54,740원 이상인지가 만기상환조건의 성취를 결정하게 되었다.
피고는 2009년 8월 26일 합계 242,214주의 KB금융 주식을 매도하였다.
피고는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오전에는 8,182주만 매도했지만, 주가가 기준가격 부근으로 상승한 오후에 매도를 집중하였다. 특히 종가가 결정되는 오후 2시 5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시장가주문으로 합계 128,000주를 매도하였다.
- 오후 2시 55분 19초에 96,000주를 매도하여 예상체결가격이 54,800원에서 53,600원으로 하락하였다.
- 오후 2시 58분 47초에 32,000주를 매도하여 예상체결가격이 54,500원으로 하락하였다.
피고의 매도관여율은 장중에는 7.24%였지만 종가시간대에는 46.9%에 이르렀다. 직전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문한 비율도 장중 16%에서 종가시간대 46%로 높아졌다.
결국 KB금융 주식의 종가는 상환 기준가격 54,740원보다 불과 40원 낮은 54,700원으로 결정되었다.
이에 만기상환조건이 성취되지 않아 투자자들은 투자원금의 약 74.9%만 지급받았다.
법리
스와프계약 당사자도 투자자에게 직접 책임을 질 수 있음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9조 제1항의 부정거래행위자는 해당 금융투자상품을 직접 발행하거나 판매한 사람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발행사와 스와프계약 등 연계 금융상품을 거래함으로써 권리행사나 조건성취에 관하여 투자자와 대립되는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도 부정거래행위자에 포함된다.
피고는 ELS를 직접 발행하거나 판매하지 않았지만, 스와프계약을 통해 만기상환조건이 성취되지 않을수록 지급액이 줄어드는 지위에 있었다. 따라서 기초주식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춰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직접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기초주식의 시세조종도 ELS 거래에 관한 부정거래임
피고가 직접 거래한 것은 원고들이 매수한 ELS가 아니라 기초자산인 KB금융 주식이었다.
그러나 ELS 상환금액이 KB금융 주식의 기준일 종가에 따라 결정되므로, 기초주식의 종가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행위는 ELS에서 정한 조건성취와 결제금액에 직접 영향을 준다.
따라서 기초자산인 주식의 시세를 조종하여 ELS의 상환조건 성취를 방해하는 행위도 ELS 거래와 관련된 부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
시세조종 목적은 거래의 동기와 형태로 판단함
시세를 고정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수요·공급으로 형성될 가격에 인위적인 조작을 가해 특정한 가격을 형성하거나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목적은 다음과 같은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판단한다.
- ELS의 수익구조와 상환 기준가격
- 거래자의 경제적 이해관계
- 기준가격 전후의 주가 흐름
- 주문 시점과 주문 방식
- 거래량과 시장관여율
- 종가시간대에 거래가 집중되었는지
- 실제 예상체결가격과 종가에 미친 영향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종가를 낮추면 스와프계약상 지급액을 약 47억 원 줄일 수 있었고, 주가가 기준가격을 근소하게 넘어서는 시점마다 시장가로 대량 매도했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델타헤지는 위법성을 당연히 배제하지 않음
델타헤지는 금융기관이 기초자산 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기초자산 보유량을 조절하는 금융기법이다.
그러나 이는 금융기관 자신의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델타헤지에 따라 주식을 처분할 필요가 있더라도 처분 시기와 방법이 정당해야 한다.
종가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장중 분산매도 등의 방법을 사용할 수 있었는데도, 상환 여부가 결정되는 종가시간대에 가격하락 효과가 큰 시장가주문으로 대량 매도했다면 정상적인 헤지거래의 범위를 벗어난다.
대량매도와 투자자의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됨
파기환송심은 피고의 매도관여율, 주문비중, 실제 체결수량 및 예상체결가격에 미친 영향을 고려하였다.
그 결과 피고가 거래 종료 전 10분 동안 128,000주를 시장가로 대량 매도하지 않았다면 KB금융 주식의 종가는 54,740원 이상에서 형성되었을 것으로 판단하였다.
따라서 피고의 대량매도와 만기상환조건 불성취 및 투자자들의 손실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었다.
책임제한도 인정되지 않음
피고는 다음 사정을 들어 책임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 델타헤지의 일환으로 주식을 매도한 점
- 다른 ELS 관련 판결에서는 금융기관의 책임이 부정된 점
- 한국투자증권도 기초주식을 매도한 점
- 투자자들이 위험회피 거래가 손익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알고 있었던 점
그러나 파기환송심은 책임제한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투자자들의 손해는 ELS에 본래 내재한 시장위험이 현실화된 결과가 아니라, 피고가 상환조건의 성취를 무산시키려고 종가를 인위적으로 낮춘 위법행위 때문에 발생하였다. 투자자들에게 손해 발생에 관한 귀책사유도 없었다.
파기환송심의 손해액 산정
파기환송심은 각 투자자의 손해를 다음과 같이 계산하였다.
만기상환조건이 성취되었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투자원금의 128.6%
− 실제 지급받은 투자원금의 약 74.9%
= 피고의 위법행위로 발생한 손해
− 실제 지급받은 투자원금의 약 74.9%
= 피고의 위법행위로 발생한 손해
원고들은 파기환송심에서 위 계산에 맞추어 청구취지를 감축하였다.
파기환송심이 인정한 원고 26명의 손해액 합계는 정확히 1,815,684,120원이다.
피고는 각 원고에게 위 방식으로 산정된 개별 손해액과 이에 대하여 다음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
- 2009년 9월 1일부터 2016년 10월 28일까지: 연 5%
- 2016년 10월 29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
결론
대법원은 ELS 발행사와 연계 스와프계약을 체결한 헤지은행도 상환조건의 성취 여부에 관하여 투자자와 대립되는 이해관계를 가진다면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자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델타헤지는 금융기관의 위험관리기법일 뿐이므로, 상환 여부가 결정되는 종가시간대에 기초주식을 시장가로 대량 매도하여 종가를 인위적으로 낮춘 행위까지 정당화하지는 못한다고 보았다.
파기환송심은 피고 도이치은행의 매도행위를 시세조종행위 및 부정거래행위로 인정하고, 투자자들이 정상적으로 받았어야 할 만기상환금과 실제 수령액의 차액 전부를 손해로 인정하였다.
결국 피고는 원고 26명에게 합계 1,815,684,120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게 되었다. 주문상 피고의 항소가 일부 받아들여진 것은 책임을 제한했기 때문이 아니라, 파기환송심에서 감축된 청구금액과 지연손해금 범위에 맞추어 제1심판결 중 초과 부분을 정리한 결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