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2도9660 판결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 피고인: 이른바 FX렌트 거래를 고객들에게 제공한 영업자
- 공소사실: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고 FX렌트 거래를 계속·반복하여 무인가 투자매매업을 영위하였다는 것
- 대법원 결과: FX렌트 거래를 파생상품으로 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서울북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
하급심 및 파기환송심
- 제1심: 서울북부지방법원 2011. 12. 29. 선고 2011고단1743 판결
- 환송 전 원심: 서울북부지방법원 2012. 7. 18. 선고 2012노68 판결
- 환송판결: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2도9660 판결
- 파기환송심: 서울북부지방법원 2016. 1. 21. 선고 2015노1580 판결
제1심
제1심은 피고인이 제공한 FX렌트 거래를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파생상품으로 보았다.
이에 피고인이 금융투자업 인가 없이 자신의 계산으로 파생상품을 계속·반복하여 판매했다고 판단하여 다음 형을 선고하였다.
- 징역 10개월
- 벌금 30,000,000원
환송 전 원심
피고인은 FX렌트 거래가 파생상품이 아니라 FX마진거래 포지션에 대한 임대차에 불과하고, 설령 위법하더라도 위법성의 인식이 없었다고 주장하였다.
환송 전 원심은 FX렌트 거래가 고객에게 환율 변동에 따라 이익금을 받을 권리를 부여하는 구조이므로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 제2호의 옵션형 파생상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피고인의 무인가 금융투자업 영위에 관한 유죄판단을 유지하였다.
대법원
대법원은 FX렌트 거래가 외형상 환율을 기초로 하고 있더라도 거래의 실질은 소액을 걸고 단시간 내 환율의 상승·하락을 맞히는 게임 또는 도박이라고 판단하였다.
고객이 받는 돈은 실제 환율의 변동폭에 따라 산출되는 금액이 아니라 사전에 정해진 정액이었고, 위험을 회피하거나 분산하는 금융상품의 기능도 없었다.
이에 FX렌트 거래는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증권이나 파생상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파기환송심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의 환송취지에 따라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아울러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도록 명하였다.
파기환송심의 주문은 다음과 같다.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도4230 판결 형벌법규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며, 법률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넘어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확장하거나 유추하여 해석할 수 없다.
관련 법령
- 헌법 제12조 제1항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죄형법정주의의 헌법적 근거이다.
- 형법 제1조 제1항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당시의 법률에 따른다.
-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3. 5. 28. 법률 제118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제2항 투자성 있는 권리를 금융투자상품으로 정의하고, 금융투자상품을 증권과 파생상품으로 구분한다.
-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3. 5. 28. 법률 제118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1항·제10항 증권의 개념과 금융투자상품·통화·일반상품·신용위험 등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을 규정한다.
-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3. 5. 28. 법률 제118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1항 선도형·옵션형·스왑형 계약상의 권리를 파생상품으로 규정한다.
-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3. 5. 28. 법률 제118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 제1항·제2항 금융투자업과 투자매매업의 개념을 규정한다.
-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3. 5. 28. 법률 제118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 인가를 받지 않고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3. 5. 28. 법률 제118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44조 제1호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고 금융투자업을 영위한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였다.
- 형사소송법 제325조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않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으면 무죄를 선고한다.
- 형법 제58조 제2항 무죄판결의 요지는 피고인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관보와 일정한 신문에 게재해야 하고, 법원은 직권으로 공시를 명할 수 있다.
사실관계
피고인의 FX마진거래
FX마진거래는 환율 변동을 이용하여 시세차익을 얻는 거래로서 기준통화의 10만 단위가 1계약의 거래 단위가 된다.
피고인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명의로 ‘GBP/AUD’, 즉 영국 파운드화와 호주 달러 사이의 환율에 관하여 여러 개의 매수·매도 계약을 체결해 두었다.
고객과 체결한 FX렌트 거래
고객은 피고인이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영국 파운드화와 호주 달러 사이의 환율이 오를 것으로 보는 매수 포지션 또는 내릴 것으로 보는 매도 포지션 중 하나를 선택하였다.
고객은 피고인이 지정한 계좌에 20,000원, 50,000원 또는 100,000원의 이른바 ‘렌트 사용료’를 입금하였다.
거래가 시작된 후 환율이 사전에 정한 약 0.1%만큼 상승하거나 하락하면 거래는 자동으로 종료되었다.
고객이 매수 포지션을 선택하고 렌트 사용료 100,000원을 지급한 경우를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 환율이 0.1% 상승하면 피고인이 고객에게 190,000원을 지급한다.
- 환율이 0.1% 하락하면 고객은 지급한 100,000원 전액을 잃는다.
지급되는 190,000원은 원금 성격의 렌트 사용료 100,000원과 그 90%인 90,000원을 합한 금액이었다.
거래시간은 아무리 길어도 몇 시간에 불과하였다. 단속 당시 고객들도 수사기관에서 환율 그래프를 보고 돈을 건 다음 매수 또는 매도를 맞히는 게임이라고 진술하였다.
공소사실
검사는 피고인이 2010년 12월 3일경 사무실에 컴퓨터 16대를 설치하고 FX렌트 영업을 시작하여 2011년 12월 19일 오후 11시경까지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상대로 거래를 제공했다고 기소하였다.
피고인은 고객들로부터 1랏당 100,000원을 렌트비 명목으로 받고, 환율이 고객이 선택한 방향으로 움직이면 이익금 중 10%를 수수료로 공제한 나머지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매월 약 50,000,000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기재되었다.
검사는 이를 금융투자상품의 매매를 계속·반복한 무인가 투자매매업으로 보았다.
법리
환율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이유만으로 파생상품이 되지는 않음
통화나 환율은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상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거래가 환율의 상승·하락에 따라 결과가 결정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거래가 파생상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계약이 법률에서 정한 선도·옵션·스왑의 문언과 구조를 갖추고 있어야 하고, 금융투자상품으로서의 경제적 기능도 가져야 한다.
금융투자상품 여부는 경제적 기능과 규제 필요성을 종합해 판단함
대법원은 금융투자상품 해당 여부를 다음 요소를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
- 기업에 자금을 조달하는 기능이 있는지
- 경제활동에 수반되는 위험을 회피하거나 분산할 수 있는지
- 그러한 순기능 없이 투기 목적으로만 사용될 수밖에 없는지
- 새로운 금융투자상품으로 발전·육성할 필요가 있는지
- 거래 참여자를 투자자로서 보호할 필요가 있는지
- 투기성이 강하다면 투자자 보호와 건전한 거래질서를 위한 규제수단이 마련되어 있는지
FX렌트에는 위험회피 기능이 없음
FX렌트 거래는 100,000원 이하의 소액을 걸고 약 0.1%의 환율 변동 방향을 맞히는 구조였다. 거래시간도 길어야 몇 시간이었다.
이러한 거래를 통해 기업이나 개인이 보유한 외환위험을 회피하거나 분산할 수는 없다. 실제 통화를 매매하거나 장래 환율을 고정하는 기능도 없었다.
따라서 경제적 실질은 금융투자상품이 아니라 단기적인 승패를 목적으로 하는 게임 또는 도박에 해당하였다.
지급액이 기초자산 가격에 따라 산출되지 않음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 제1호와 제2호의 파생상품이 되려면 지급되는 돈이 기초자산의 가격이나 지수 등에 따라 산출되어야 한다.
그러나 고객이 거래에서 이겼을 때 받는 이익은 실제 환율의 상승폭이나 하락폭에 따라 달라지지 않았다. 약정한 방향으로 환율이 0.1% 움직이면 항상 렌트 사용료의 90%를 받도록 미리 고정되어 있었다.
따라서 지급액은 환율에 따라 ‘산출된 금전’이 아니라 환율의 상승·하락 여부를 조건으로 사전에 약정한 정액에 불과하였다.
옵션형 파생상품의 구조와 다름
일반적인 옵션 매수인은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기초자산을 일정한 가격에 매수하거나 매도할 권리를 취득한다.
가격이 유리하게 변동하면 권리를 행사하여 변동폭에 따른 이익을 얻고, 불리하게 변동하면 권리를 포기하므로 손실은 프리미엄으로 제한된다.
반면 FX렌트 고객은 기초자산을 매수하거나 매도할 권리를 취득하지 않았다. 얻을 수 있는 최대 이익은 렌트 사용료의 90%였지만, 손실은 렌트 사용료 전액이었다.
따라서 렌트 사용료를 옵션 프리미엄으로 보거나 FX렌트 거래를 옵션형 파생상품으로 평가할 수 없었다.
선도형·스왑형 파생상품이나 증권도 아님
FX렌트 거래는 환율이 약정 폭만큼 움직이면 몇 시간 안에 자동 종료되었다. 장래의 특정 시점에 기초자산이나 그 가격에 따라 산출된 금전을 인도하기로 한 계약이 아니므로 선도형 파생상품에 해당하지 않는다.
장래 일정 기간 동안 금전 등을 교환하는 스왑계약도 아니었고, 증권의 문언과 구조에도 해당하지 않았다.
도박이라는 평가와 도박죄의 성립은 구별됨
대법원과 파기환송심은 FX렌트 거래를 “일종의 게임 내지 도박”이라고 평가하였다.
그러나 이 표현은 FX렌트 거래가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한 것이다. 이 사건 공소사실은 무인가 금융투자업 영위에 관한 자본시장법위반죄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따라서 파기환송심은 별도로 도박죄나 도박장소개설죄의 성립을 판단하지 않았다. 대법원이 FX렌트 거래를 도박적 거래라고 표현했다고 하여 이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도박 관련 범죄의 유죄가 선고된 것은 아니다.
규제 필요성만으로 형벌법규를 확장할 수 없음
FX렌트가 투기성이 강하고 고객 보호의 필요성이 크더라도, 법률이 정한 금융투자상품의 개념에 포함되지 않으면 무인가 금융투자업죄로 처벌할 수 없다.
위험한 거래이므로 규제해야 한다는 정책적 필요성을 근거로 파생상품의 범위를 확장하면 형벌법규를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해석하는 결과가 된다.
이는 죄형법정주의와 확장해석·유추해석 금지 원칙에 반한다.
파기환송심의 최종 판단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 FX렌트 거래는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 제1호의 선도형 파생상품이 아니다.
- 같은 항 제2호의 옵션형 파생상품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 같은 항 제3호의 스왑형 파생상품이나 같은 법 제4조의 증권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 따라서 피고인이 금융투자상품을 매매했다고 볼 수 없다.
- 금융투자상품의 매매를 전제로 하는 무인가 투자매매업 영위죄도 성립하지 않는다.
- 이 사건 공소사실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의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파기환송심은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한편,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도록 명하였다.
결론
피고인이 제공한 FX렌트 거래는 외형상 영국 파운드화와 호주 달러의 환율을 기준으로 하였지만, 고객은 실제 외환이나 파생상품을 매매하지 않았다.
고객은 100,000원 이하의 소액을 걸고 몇 시간 내 환율이 오를지 내릴지를 선택했으며, 결과에 따라 사용료의 90%를 이익으로 받거나 사용료 전액을 잃었다. 지급액도 실제 환율 변동폭에 따라 산출되지 않았다.
따라서 FX렌트 거래는 금융투자상품으로서의 위험회피·분산 기능이 없는 게임 또는 도박적 거래일 뿐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상 파생상품이나 증권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이를 파생상품으로 보아 피고인에게 무인가 금융투자업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파기환송심인 서울북부지방법원은 2016년 1월 21일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으며,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도록 명하였다.
결국 이 사건의 최종 결론은 자본시장법위반죄 무죄이다. 다만 이는 FX렌트 영업이 적법하다고 적극적으로 인정한 것이 아니라, 해당 거래가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이 아니므로 이 사건에서 기소된 무인가 금융투자업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