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결
제1심
제1심은 피고가 신청한 공탁물출급청구권 처분금지가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하고, 가처분으로 원고가 주권을 처분하지 못한 기간의 손해 130,957,404원을 인정하였다.
다만 가처분 이의·취소절차 및 후행 본안소송에 지출한 변호사비용 55,075,480원은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가 아니라고 보아 그 부분 청구를 기각하였다.
원심
원심은 제1심판결이 정당하다고 보아 원고와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였다.
대법원
대법원은 보호예수된 주권에 관하여 원고가 반환청구권 양도의 방법으로 유효한 질권을 취득하였고, 그 질권을 다툰 피고가 가처분 본안소송에서 패소한 이상 피고의 고의·과실이 추정된다고 판단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
관련판례
주권반환청구권 양도에 의한 점유이전
대법원 2000. 9. 8. 선고 99다58471 판결은 주권의 점유를 이전하는 방법에는 현실인도뿐 아니라 반환청구권 양도도 포함된다고 판시하였다.
제3자가 주권을 보관하고 있는 경우 양도인이 그 보관자에 대한 주권반환청구권을 양수인에게 양도하고, 보관자가 이를 승낙하거나 양도인이 보관자에게 통지하면 주권의 점유가 이전된다.
부당한 보전처분과 과실 추정
대법원 1992. 9. 25. 선고 92다8453 판결은 가압류·가처분 집행 후 본안소송에서 채권자가 패소하면 특별한 반증이 없는 한 부당한 보전처분에 관한 고의 또는 과실이 추정된다고 판시하였다.
과다한 보전처분에 관한 책임
대법원 2023. 6. 1. 선고 2020다242935 판결은 실제 채권액보다 지나치게 과다한 가압류를 한 경우 본안에서 피보전권리가 인정되지 않은 부분에 관하여 채권자의 고의·과실이 추정된다고 판시하였다.
다만 보전처분과 본안판단이 달라진 경위, 쟁점의 난이도, 채권자의 인식과 관여 정도 등을 고려하여 공평의 원칙상 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고 보았다.
관련법령
상법 제338조
상법 제338조는 기명주식에 약식질권을 설정하려면 주권을 질권자에게 교부해야 하고, 질권자가 계속하여 주권을 점유하지 않으면 그 질권으로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때 주권의 교부에는 현실인도뿐 아니라 간이인도와 반환청구권 양도에 의한 점유이전도 포함된다.
민법 제190조
민법 제190조는 제3자가 점유하는 물건에 관하여 양도인이 그 제3자에 대한 반환청구권을 양수인에게 양도하면 물건을 인도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한다.
민법 제194조
민법 제194조는 임대차·임치 등 일정한 법률관계로 타인에게 물건을 점유하게 한 사람에게 간접점유를 인정한다.
민법 제450조 제1항은 지명채권의 양도는 양도인이 채무자에게 통지하거나 채무자가 승낙하지 않으면 채무자와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민법 제750조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사람이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다.
민사집행법 제300조
민사집행법 제300조는 다툼이 있는 권리관계에 관하여 임시 지위를 정하거나 강제집행의 곤란을 방지하기 위한 가처분을 규정한다.
사실관계
1. 주식 발행과 보호예수
주식회사 세우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하여 주식회사 디바이너에게 신주 4,445,455주를 배정하였다.
디바이너가 주금을 납입하자 세우는 주권을 발행하였고, 그중 이 사건 주식 1,360,000주를 포함한 주권을 증권예탁결제원에 1년간 보호예수하였다.
보호예수된 주권의 점유관계는 다음과 같이 구성되었다.
- 디바이너: 최상위 간접점유자
- 세우: 중간 간접점유자이자 디바이너의 점유매개자
- 증권예탁결제원: 주권을 실제 보관하는 직접점유자
보호예수는 일정 기간 주권의 반환과 처분을 제한하는 것이지만, 주권의 소유권이나 담보설정 가능성 자체를 당연히 소멸시키는 제도는 아니다.
2. 대출과 보호예수 주식에 대한 질권 설정
원고 한화저축은행은 2002. 5. 28. 디바이너에게 34억 원을 대출하면서, 디바이너가 장차 취득할 세우 발행주식 1,360,000주를 후취담보로 제공받기로 하였다.
원고와 디바이너는 위 주식에 관하여 근질권설정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후 주권이 발행되어 증권예탁결제원에 보호예수되자 원고와 디바이너는 질권설정승낙의뢰서를 작성하여 세우 대표이사의 기명날인을 받았다.
질권설정승낙의뢰서에는 다음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 세우는 보호예수된 주권에 대한 질권설정을 승낙한다.
- 보호예수기간이 끝나면 질권자 또는 질권자가 지정하는 사람에게 주권을 반환한다.
원고는 근질권설정계약서, 질권설정승낙의뢰서 및 보호예수 관리대장을 일체의 문서로 연결하여 확정일자를 받았다.
3. 가압류의 경합과 주권 공탁
피고 신라저축은행은 디바이너에 대한 40억 원의 대여금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증권예탁결제원에 예탁된 세우 주식에 관한 공유지분을 가압류하였다.
그 밖에도 여러 채권자의 가압류와 주권인도청구가 경합하였다. 증권예탁결제원은 보호예수기간이 종료되자 주권 반환의 상대방을 확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세우·디바이너·동부증권 등을 피공탁자로 하여 주권을 공탁하였다.
4. 선행소송에서의 질권 인정
원고는 피고 등을 상대로 주권인도 등을 구하는 선행소송을 제기하였다.
선행소송의 제1심과 항소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 디바이너는 세우에 대하여 주권반환청구권을 가진다.
- 디바이너는 그 반환청구권을 원고에게 양도하였다.
- 세우는 확정일자 있는 문서로 반환청구권 양도를 승낙하였다.
- 원고는 반환청구권 양도의 방법으로 주권의 점유를 취득하였다.
- 따라서 원고의 주식 질권은 유효하게 성립하였다.
피고는 선행소송 항소심에서 직접점유자인 증권예탁결제원에 반환청구권 양도를 통지하거나 그 승낙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배척하였다.
5. 공탁물출급청구권 처분금지가처분
피고는 선행소송 항소심의 판단에 상고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피고는 원고가 질권자가 아니라는 종전 주장을 유지하면서 원고의 주권 공탁물출급청구 및 그 출급청구권 양도 등 일체의 처분을 금지하는 가처분을 신청하였다.
가처분법원은 2007. 5. 14. 피고의 신청을 받아들였고, 그 결정은 원고와 제3채무자인 대한민국에 송달되어 집행되었다.
피고는 제소명령에 따라 원고가 이 사건 주식의 질권자가 아니라는 확인을 구하는 후행 본안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후행소송의 제1심과 항소심은 원고의 질권이 유효하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피고 패소판결이 확정되었다.
이에 원고는 피고의 부당한 가처분으로 주권을 처분하지 못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핵심쟁점
이 사건에서는 보호예수 주식의 질권 설정과 이를 둘러싼 가처분에 관하여 다음 사항이 문제 되었다.
- 보호예수된 주권에도 질권을 설정할 수 있는지
- 주권을 현실적으로 교부하지 않고 반환청구권 양도로 질권을 설정할 수 있는지
- 점유매개관계가 중첩된 경우 누구에 대한 반환청구권을 양도해야 하는지
- 직접점유자인 증권예탁결제원에 대한 통지나 승낙이 필요한지
- 질권의 효력을 다툰 가처분 본안소송에서 패소한 채권자의 과실이 추정되는지
- 가처분이 법원에서 인용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채권자의 과실이 부정되는지
대법원의 판단
1. 보호예수된 주권에도 질권을 설정할 수 있다
보호예수는 일정 기간 주권의 반환이나 처분을 제한하는 보관관계이다. 보호예수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주식에 관한 담보설정이 당연히 금지되거나 주권에 대한 질권설정이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질권자가 주권을 직접 교부받을 수 없으므로 반환청구권 양도의 방법으로 주권의 점유를 이전해야 한다.
2. 반환청구권 양도도 주권의 교부에 해당한다
상법 제338조에서 요구하는 주권의 교부는 현실적으로 주권을 직접 건네는 경우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간이인도와 반환청구권 양도에 의한 점유이전도 허용된다. 따라서 주권이 보호예수기관에 보관된 상태에서도 질권설정자가 주권반환청구권을 질권자에게 양도하면 약식질권을 설정할 수 있다.
3. 직근 점유매개자에 대한 반환청구권을 양도하면 충분하다
이 사건 주권은 ‘디바이너 → 세우 → 증권예탁결제원’의 중첩적 점유매개관계에 있었다.
최상위 간접점유자인 디바이너는 자신의 직근 점유매개자인 세우에 대한 주권반환청구권을 원고에게 양도하면 된다.
이 경우 세우가 반환청구권 양도를 승낙하거나 디바이너가 세우에게 양도 사실을 통지하면 대항요건도 갖추어진다.
직접점유자인 증권예탁결제원의 별도 승낙이나 증권예탁결제원에 대한 양도통지는 필요하지 않다.
4. 원고의 질권은 유효하게 성립하였다
디바이너는 세우에 대한 주권반환청구권을 원고에게 양도하였고, 세우는 확정일자 있는 질권설정승낙의뢰서에 기명날인하였다.
따라서 반환청구권 양도와 그 대항요건이 모두 갖추어졌으므로 원고는 보호예수된 주권에 관한 질권을 유효하게 취득하였다.
5. 가처분 본안에서 패소하면 채권자의 과실이 추정된다
가처분은 법원이 발령하지만 피보전권리의 실체적 존재가 확정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채권자가 자기 책임 아래 피보전권리를 소명하여 집행하는 임시적 처분이다.
따라서 가처분 집행 후 본안소송에서 채권자가 패소하고 그 판결이 확정되면 특별한 반증이 없는 한 부당한 가처분에 관한 채권자의 고의 또는 과실이 추정된다.
6. 가처분 인용과 선례 부재만으로 과실 추정은 번복되지 않는다
피고는 당시 중첩적 점유매개관계에 관한 명시적인 대법원 판례가 없었고, 가처분법원도 피고의 신청을 받아들였으므로 자신에게 과실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이미 선행소송의 제1심과 항소심에서 원고의 질권이 유효하다는 판단을 두 차례 받았다. 피고의 법률적 주장은 합리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명시적으로 배척되었다.
피고는 선행소송 항소심판결에 상고하여 대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었음에도 상고하지 않고, 동일한 주장을 근거로 별도의 가처분을 신청하여 원고의 권리행사를 막았다.
따라서 다음 사정만으로는 피고의 과실 추정을 뒤집을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 피고가 자신의 법률적 견해를 계속 신뢰한 사정
- 당시 동일 쟁점에 관한 명시적인 대법원 판례가 없었던 사정
- 가처분법원이 피고의 신청을 인용한 사정
손해배상의 범위
법원은 원고가 가처분으로 주권을 처분하지 못한 기간 동안 입은 손해를 주식 시가에 대한 법정이자 상당액으로 보아 130,957,404원을 인정하였다.
반면 다음 변호사비용은 손해배상 범위에서 제외하였다.
- 가처분 이의·취소신청에 지출한 변호사비용 22,075,480원
- 후행 본안소송에 지출한 변호사비용 중 소송비용확정절차에서 인정되지 않은 33,000,000원
우리 법제가 변호사강제주의를 채택하지 않은 이상 부당한 가처분과 변호사비용 사이에 당연히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또한 피고의 후행소송 제기 자체가 재판제도의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현저하게 상당성을 잃은 위법한 제소라고까지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결론
보호예수된 주권도 반환청구권 양도의 방법으로 유효하게 질권을 설정할 수 있다. 주권의 점유매개관계가 여러 단계로 중첩되어 있더라도 최상위 간접점유자는 직근 점유매개자에 대한 반환청구권을 질권자에게 양도하고, 그 점유매개자의 승낙 또는 그에 대한 통지를 갖추면 된다.
이 사건에서는 디바이너가 세우에 대한 주권반환청구권을 원고에게 양도하고 세우가 이를 승낙하였으므로 원고의 질권은 유효하게 성립하였다.
피고가 원고의 질권을 부정하며 신청한 처분금지가처분은 그 본안소송에서 피고 패소로 확정되었다. 따라서 피고의 고의·과실이 추정되었고, 대법원은 피고에게 처분지연 손해 130,957,404원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확정하였다.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보호예수된 주권의 질권설정이 가능하다는 점과 그 구체적인 설정방법을 명확히 하였다.
보호예수된 주권에 대한 질권은 현실교부 없이 반환청구권 양도로 설정할 수 있다. 중첩적 간접점유에서는 직근 점유매개자의 승낙 또는 그에 대한 통지만으로 충분하고, 직접 보관기관에 대한 별도의 통지나 승낙은 필요하지 않다.
아울러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했다는 사정만으로 채권자가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동일한 법적 주장이 선행소송에서 반복적으로 배척되었는데도 가처분으로 상대방의 권리행사를 막고 본안에서 패소한 경우에는 부당한 보전처분에 관한 과실 추정을 뒤집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