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보호예수의 법적 성질
가. 주식 자체가 아니라 주권의 반환·처분을 제한하는 제도
전통적인 의미의 보호예수는 주주 또는 발행회사가 주권을 한국예탁결제원 등 보관기관에 맡기고 일정 기간 주권을 반환받거나 매각하지 않기로 하는 제도이다.
그 법적 성질은 기본적으로 다음 요소가 결합된 특수한 임치 또는 예탁관계로 볼 수 있다.
- 주권의 현실적인 보관
- 정해진 기간 동안 반환청구 제한
- 시장매각 또는 계좌대체 제한
- 보호예수기간 종료 후 권리자에 대한 반환
보호예수되더라도 주식의 소유권은 원래의 주주에게 남는다. 주주는 원칙적으로 의결권, 배당청구권 등 주주권을 보유하며, 보호예수기관이 주식의 소유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12. 8. 23. 선고 2012다34764 판결도 보호예수된 주권의 소유권이나 담보설정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고, 보호예수관계에서 발생하는 주권반환청구권을 양도하여 유효하게 질권을 설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나. 보호예수는 원칙적으로 물권적 처분금지가 아니다
보호예수는 주식에 관하여 압류·양도·질권 설정을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물권적 처분금지와는 구별된다.
보호예수기간에는 주권을 현실적으로 인출하거나 시장에서 매각하기 어렵지만, 그 사정만으로 주주가 주식의 소유권이나 담보설정 권능을 상실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보호예수 중에도 다음 행위는 원칙적으로 가능하다.
- 주식에 대한 질권설정계약 체결
- 주권반환청구권 양도에 의한 약식질권 설정
- 배당금채권에 대한 질권 또는 채권양도담보 설정
- 장래 보호예수 해제를 조건 또는 기한으로 한 주식양도계약
- 보호예수기간 종료 후 담보권 실행을 예정한 약정
다만 보호예수의 근거가 법령·거래소 규정·전자등록업무규정에 있는 경우에는 그 제한이 단순한 계약상 의무를 넘어 계좌대체와 매각 자체를 제도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다. 현재는 ‘보호예수’보다 ‘의무보유등록’이 중심이다
전자증권제도가 시행된 2019. 9. 16. 이후 상장주식 등 전자등록주식은 실물주권을 발행하지 않는다. 따라서 종전의 실물주권 보호예수는 전자등록계좌부에서 일정 기간 계좌대체와 매각을 제한하는 ‘의무보유등록’으로 전환되었다.
양자는 경제적 기능은 유사하지만 법적 구조가 다르다.
- 실물주권 보호예수: 주권을 현실적으로 보관하고 반환을 제한
- 전자등록주식 의무보유등록: 전자등록계좌부에서 계좌대체·매각을 제한
따라서 담보설정방법도 실물주권인지 전자등록주식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2. 보호예수 주식에 설정할 수 있는 담보권
가. 실물주권에 대한 약식질권
기명주식에 대한 약식질권은 상법 제338조에 따라 주권을 질권자에게 교부함으로써 설정한다.
질권자가 계속하여 주권을 점유해야 제3자에게 질권을 대항할 수 있다. 다만 여기서 교부는 현실적으로 주권을 직접 건네는 경우에 한정되지 않는다.
다음과 같은 점유이전방법도 허용된다.
- 현실인도
- 간이인도
- 목적물반환청구권 양도
보호예수된 주권은 예탁기관이 현실적으로 보관하고 있으므로 질권자에게 직접 주권을 교부하기 어렵다. 이 경우에는 주권반환청구권 양도의 방법으로 질권을 설정할 수 있다.
나. 중첩적 점유매개관계에서의 질권설정
보호예수 주권은 다음과 같이 점유관계가 중첩될 수 있다.
- 주주: 최상위 간접점유자
- 발행회사 또는 보호예수 의뢰인: 중간 간접점유자
- 한국예탁결제원 등: 직접점유자
대법원 2012다34764 판결은 이러한 경우 최상위 간접점유자가 자신의 직근 점유매개자에 대한 주권반환청구권을 질권자에게 양도하면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예컨대 주주가 발행회사에 주권을 맡기고 발행회사가 다시 한국예탁결제원에 보호예수하였다면, 주주는 발행회사에 대한 주권반환청구권을 질권자에게 양도하면 된다.
그 대항요건은 다음 중 하나이다.
- 직근 점유매개자인 발행회사의 승낙
- 질권설정자가 발행회사에 한 반환청구권 양도통지
직접점유자인 한국예탁결제원의 별도 승낙이나 그에 대한 별도 통지는 필요하지 않다.
다. 등록질권
주식의 등록질은 질권자의 성명과 주소를 주주명부에 기재하고, 주권이 발행된 경우에는 주권에도 질권자의 성명을 기재하는 방식이다.
등록질권자는 약식질권자보다 다음과 같은 점에서 강한 지위를 가질 수 있다.
- 회사가 이익배당금·잔여재산분배금 등을 질권자에게 지급
- 주식병합·분할·소각·합병 등으로 주주가 받을 금전이나 주식 등에 질권의 효력이 미침
- 회사와의 관계에서 질권자의 지위가 공시됨
그러나 보호예수된 실물주권에 등록질을 설정하려면 주권상 질권자 표시 등 절차가 문제 될 수 있다. 따라서 보호예수기관·발행회사 및 주주명부 관리기관의 협조가 필요하다.
실무적으로는 질권설정계약과 주권반환청구권 양도, 발행회사의 확정일자 있는 승낙을 함께 받아 두는 것이 안전하다.
라. 전자등록주식에 대한 질권
전자등록주식에는 실물주권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주권의 교부나 반환청구권 양도 방식은 적용되지 않는다.
주식·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 제31조에 따라 전자등록기관 또는 계좌관리기관의 전자등록계좌부에 질권설정의 전자등록을 해야 한다.
전자등록주식을 질권의 목적으로 하는 경우 질권설정의 전자등록은 단순한 대항요건이 아니라 질권의 효력발생요건이다. 따라서 다음 방식은 원칙적으로 질권을 성립시키지 못한다.
- 질권설정계약만 체결한 경우
- 주식계좌를 담보권자가 사실상 관리하는 경우
- 계좌 비밀번호나 인감을 교부한 경우
- 주식처분위임장만 작성한 경우
의무보유등록된 전자등록주식도 질권설정 전자등록은 원칙적으로 가능할 수 있다. 다만 의무보유의 근거가 되는 법령·거래소 규정·전자등록업무규정에 따라 질권설정, 계좌대체 또는 담보권 실행에 추가 제한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마. 주권반환청구권 자체에 대한 질권
보호예수 주식 자체에 대한 질권설정 절차가 불분명하거나 관계 기관의 협조를 받기 어려운 경우 보호예수계약에 따른 주권반환청구권 자체를 질권의 목적으로 할 수 있다.
- 주권반환청구권에 대한 질권설정계약
- 보호예수기관 또는 반환의무자에 대한 확정일자 있는 통지
- 또는 반환의무자의 확정일자 있는 승낙
다만 이는 주식 자체에 대한 질권과 구별된다. 담보권자는 주주권을 직접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예수기간 종료 후 발생하거나 행사할 수 있는 주권반환청구권을 담보로 취득한다.
따라서 주식 자체에 대한 우선변제권이나 제3취득자에 대한 대항력에 관하여 불확실성이 발생할 수 있어 보충적 담보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바. 양도담보
보호예수 주식을 담보목적으로 채권자에게 양도하는 양도담보도 당사자 사이에서는 약정할 수 있다.
그러나 보호예수기간 중에는 주권의 현실인도나 전자등록계좌 간 대체가 제한되므로 다음 문제가 발생한다.
- 양도담보의 공시방법
- 제3자에 대한 대항력
- 주주명부상 주주와 실질적인 담보권자의 불일치
- 의결권 및 배당금 귀속
- 보호예수기간 중 처분의무 위반
- 채무불이행 시 담보권 실행 가능성
전자등록주식의 경우에는 담보목적의 소유권 이전도 계좌 간 대체의 전자등록이 이루어져야 효력이 발생한다. 의무보유등록으로 계좌대체가 차단되어 있다면 양도담보 설정은 실무상 곤란하거나 효력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보호예수 주식에는 양도담보보다 적법한 질권설정 절차를 이용하는 것이 법률관계를 명확하게 하는 데 유리하다.
사. 배당금채권 등에 대한 별도 담보
보호예수는 주권의 반환과 주식의 처분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배당금채권까지 당연히 처분할 수 없게 하는 것은 아니다.
주주는 다음 권리를 별도로 담보로 제공할 수 있다.
- 이미 발생한 이익배당금채권
- 장래 발생할 배당금채권
-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발생하는 주식매매대금채권
- 합병·분할·주식교환 등으로 발생하는 금전지급청구권
- 보호예수기간 종료 후 주권반환청구권
다만 장래채권을 담보로 제공하려면 채권의 발생원인과 범위가 특정되어야 하고,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을 갖추기 위해 확정일자 있는 통지 또는 승낙이 필요하다.
3. 보호예수와 담보권 실행의 관계
가. 질권 설정과 질권 실행은 구별된다
보호예수기간 중 질권을 설정할 수 있다는 것과 그 기간 중 즉시 주식을 매각하여 채권을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질권이 유효하게 설정되더라도 보호예수나 의무보유등록의 취지상 다음 행위는 제한될 수 있다.
- 주권의 인출
- 주권의 명의변경
- 전자등록계좌 간 대체
- 시장매각
- 질권자의 임의처분
- 유질약정에 따른 소유권 취득
따라서 담보권자는 보호예수기간이 끝날 때까지 주식을 현실적으로 처분하지 못할 수 있다.
나. 보호예수기간 중 채무불이행이 발생한 경우
채무자가 보호예수기간 중 피담보채무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질권자는 보호예수의 법적 제한을 우회하여 주식을 처분할 수 없다.
실무상 다음과 같은 구조가 필요하다.
- 보호예수 해제 즉시 질권자에게 주권을 인도하도록 약정
- 전자등록주식은 의무보유 해제 즉시 질권자 계좌로 대체하거나 질권을 실행하도록 약정
- 보호예수기관 또는 발행회사로부터 반환처분에 관한 사전승낙 확보
- 배당금·합병대가·주식매수대금에 질권 효력이 미치도록 물상대위 조항 설정
- 담보가치 하락 시 추가담보 제공의무 약정
- 보호예수기간 중 의결권 행사와 배당금 수령방법 명시
다. 보호예수 약정 위반의 효과
보호예수 약정을 위반하여 주식을 처분하였을 때 그 처분이 당연히 무효가 되는지는 보호예수의 근거와 거래구조에 따라 달라진다.
단순한 당사자 간 보호예수 약정이라면 처분행위 자체는 유효하고 약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만 발생할 수 있다.
반면 전자등록계좌부에 의무보유등록이 되어 계좌대체가 제도적으로 제한된 경우에는 대체등록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처분의 효력이 발생하기 어렵다.
따라서 보호예수 약정의 효력을 판단할 때에는 다음 사항을 구분해야 한다.
- 법령에 따른 의무보유인지
- 거래소 상장규정에 따른 의무보유인지
- 발행회사와 주주 사이의 사적 약정인지
- 실물주권 보호예수인지
- 전자등록주식의 의무보유등록인지
4. 담보설정 실무상 확인사항
보호예수 주식을 담보로 취득할 때에는 다음 사항을 확인해야 한다.
첫째, 담보대상이 실물주권인지 전자등록주식인지 확인해야 한다. 이에 따라 질권설정방법이 반환청구권 양도인지 전자등록인지 달라진다.
둘째, 보호예수의 근거와 기간을 확인해야 한다. 법령·거래소 규정·계약 중 무엇에 따른 제한인지에 따라 담보권 실행 가능성이 달라진다.
셋째, 보호예수기관과 점유매개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실물주권이라면 누가 최상위 간접점유자이고 누가 직근 점유매개자인지를 특정해야 한다.
넷째, 확정일자 있는 승낙 또는 통지를 확보해야 한다. 대법원 2012다34764 판결과 같이 질권설정계약서·반환청구권 양도서·보호예수 관리대장을 일체의 문서로 구성하고 확정일자를 받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다섯째, 담보권 실행 시기를 명확히 해야 한다. 보호예수기간이 끝난 뒤 주권을 누구에게 반환하고 어떤 계좌로 대체할지를 사전에 약정해야 한다.
여섯째, 배당·합병·주식교환 등 대체재산에 담보권의 효력이 미치도록 해야 한다. 배당금 수령계좌에 대한 질권이나 장래채권 양도담보를 병행할 수 있다.
결론
보호예수는 주식의 소유권이나 담보가치를 소멸시키는 제도가 아니다. 일정 기간 주권의 반환과 주식의 유통을 제한하여 시장의 안정성과 공시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보호예수 주식에도 질권을 설정할 수 있다. 실물주권이라면 주권반환청구권 양도와 직근 점유매개자의 승낙 또는 통지로 질권을 설정할 수 있고, 전자등록주식이라면 전자등록계좌부에 질권설정의 전자등록을 해야 한다.
다만 질권의 성립과 실행은 구별된다. 보호예수기간 중 질권이 유효하더라도 담보권자는 원칙적으로 보호예수 또는 의무보유등록의 제한을 준수해야 하므로, 실제 매각·인출·계좌대체는 보호예수 해제 후에 가능할 수 있다.
보호예수는 담보설정 자체를 당연히 금지하지 않지만, 담보권 실행의 시기와 방법을 제한한다. 따라서 보호예수 주식의 담보가치는 질권의 성립 여부뿐 아니라 보호예수 해제 가능성과 실행절차까지 고려하여 평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