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결
재판의 경과
- 제1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8. 12. 선고 2010가합134054 판결
- 환송 전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2. 2. 3. 선고 2011나73665 판결
- 환송판결: 대법원 2012. 7. 12. 선고 2012다20475 판결
- 파기환송심: 서울고등법원 2014. 4. 16. 선고 2012나63337 판결
사실관계
1. 회사의 공사대금채권
원고 회사는 1995. 10. 17.과 1996. 2. 10. 두 차례에 걸쳐 교회 목사인 채무자로부터 교회 노유자시설 신축공사를 도급받아 1997. 4.경 공사를 완료하였다.
그러나 채무자는 교회의 재정난으로 공사대금 약 4억 4,000만 원을 지급하지 못하였다. 원고 회사는 공사 완료 후부터 2006년까지 매년 4∼5회 정도 공사대금의 지급을 독촉하였다.
채무자는 2001. 10. 27.과 2005. 1. 5. 채무상환계획서를 제출하였다. 그 결과 공사대금채권은 채무승인에 의하여 소멸시효가 중단되었거나 시효이익이 포기되어 소멸하지 않은 상태였다.
2. 대표이사의 독단적인 채무면제
채무자는 2006. 12. 22. 대출을 받아 2억 원을 마련한 다음 원고 회사 대표이사에게 이를 지급하고 나머지 채무를 정리해 달라고 제안하였다.
당시 공사대금 원금과 지연손해금은 합계 1,393,022,017원이었다.
그런데 대표이사는 이사회결의 등 회사 내부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다음과 같이 처리하였다.
- 채무자가 마련한 2억 원 중 1억 5,000만 원만 회사가 수령하였다.
- 나머지 5,000만 원은 채무자에게 돌려주었다.
- 잔여 공사대금 1,243,022,017원은 교회에 헌금하는 것으로 처리하였다.
- 헌금증서를 작성하여 잔여채무를 모두 면제하였다.
대표이사는 장기간 변제되지 않은 공사대금채권이 이미 시효로 소멸했다고 오인하고 있었고, 일부라도 회수하는 것이 회사에 유리하다고 판단하였다.
3. 감사의 동석과 방치
채무면제 당시 원고 회사의 감사가 현장에 함께 있었다.
그러나 감사는 대표이사의 행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
- 위법행위의 중단을 요구하지 않았다.
-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았다.
- 주주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
- 채무면제로 인한 회사의 손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4. 대표이사의 사망과 소송 제기
대표이사는 2009. 11. 16.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고 2010. 1. 19. 사망하였다. 피고들은 망인의 배우자와 자녀들로서 망인의 손해배상채무를 법정상속분에 따라 승계하였다.
채무면제 당시 원고 회사에는 망인 외에 다른 각자대표이사도 재임하고 있었다. 이 각자대표이사는 망인의 사망 이후 채무자에게 미지급 공사대금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2010. 7. 16. 비로소 채무면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원고 회사는 그로부터 약 5개월 후인 2010. 12. 29.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쟁점
이 사건에서는 다음 세 가지 문제가 핵심적으로 다루어졌다.
- 대표이사가 회사의 채권을 이사회결의 없이 면제한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 채무면제액 전부를 회사의 손해로 볼 수 있는지
- 채무면제 현장에 있던 감사가 이를 안 때부터 회사의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한 소멸시효가 진행하는지
제1심과 환송 전 원심의 판단
제1심과 환송 전 원심은 채무면제 당시 현장에 있던 감사가 대표이사의 행위를 알고 있었다는 점을 중시하였다.
원심은 감사가 대표이사와 공동불법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회사의 이익을 보전할 권한이 있는 감사가 2006. 12. 22. 채무면제 사실을 알았으므로 그때부터 민법 제766조 제1항의 3년 단기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2010. 12. 29. 제기된 소는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뒤에 제기되었다고 판단하여 원고 회사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대법원의 판단
1. 대표자 자신이 가해자인 경우의 시효 기산점
법인의 경우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은 통상 대표자가 이를 안 날을 의미한다.
그러나 법인의 대표자가 법인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한 경우에는 법인과 대표자의 이익이 상반된다. 가해자인 대표자가 회사를 위하여 자신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고, 그 청구에 관해서는 대표권도 부인된다.
따라서 가해 대표자가 자신의 불법행위와 회사의 손해를 알고 있었다는 것만으로 회사의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한 단기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
회사의 이익을 정당하게 보전할 권한을 가진 다른 대표자, 임원 또는 사원이나 직원 등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로 손해와 가해자를 안 때부터 비로소 시효가 진행한다.
2. 불법행위에 가담한 임직원의 인식은 배제된다
손해와 가해자를 알고 있던 다른 임직원이 대표자의 불법행위에 공동으로 가담하였다면, 그 임직원도 회사를 위하여 가해 대표자에게 책임을 추궁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공동불법행위에 가담하거나 이를 방조한 임직원의 인식은 회사의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한 소멸시효 기산점의 기준이 될 수 없다.
3. 감사의 부작위에 의한 공동불법행위
감사는 이사의 직무집행을 감사하고 위법행위를 발견하면 다음과 같은 조치를 할 권한과 의무가 있다.
- 이사에게 위법행위의 유지를 청구할 권한
- 이사회와 주주총회에 위법행위를 보고할 의무
- 이사회 또는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할 권한
- 회사의 업무와 재산상태를 조사할 권한
이 사건 감사는 대표이사의 위법한 채무면제 현장에 있으면서도 필요한 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감사의 이러한 부작위가 고의에 의한 방조 또는 적어도 감사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에 의한 방조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감사의 방조행위와 대표이사의 채무면제행위는 객관적으로 관련 공동되어 회사채권의 소멸이라는 단일한 결과를 발생시켰으므로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보았다.
4. 파기환송
감사가 대표이사와 공동불법행위 관계에 있다면 감사가 채무면제 사실을 안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은 당시 함께 재임한 다른 각자대표이사 등 회사의 이익을 독립적으로 보전할 권한이 있는 사람이 언제 손해와 가해자를 알았는지를 심리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다.
파기환송심의 판단
1. 소멸시효는 완성되지 않았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의 환송취지에 따라 감사가 대표이사의 불법행위를 방조한 공동불법행위자라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감사가 채무면제 당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사정은 소멸시효 기산점이 될 수 없다고 보았다.
채무면제 당시 망인과 함께 각자대표이사로 재임한 다른 대표이사는 망인의 사망 후 채무자에게 미지급 공사대금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2010. 7. 16. 비로소 채무면제 사실을 알았다.
이 사건 소는 그로부터 3년이 지나기 전인 2010. 12. 29. 제기되었으므로 단기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2. 면제채권 전액이 손해는 아니다
파기환송심은 대표이사가 이사회결의를 거치지 않고 잔여 공사대금채무를 면제한 행위가 절차상 위법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채권을 위법하게 면제했다고 하여 면제채권액 전부가 당연히 회사의 손해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채권에 대한 위법한 처분은 현금이나 유가증권과 같이 즉시 환가할 수 있는 재산을 처분한 경우와 다르므로 다음과 같은 사정을 기준으로 현실적인 손해를 산정해야 한다고 보았다.
- 채무자의 재산상태와 변제능력
- 채권의 현실적인 회수가능성
- 채무면제의 동기와 경위
- 채권자가 실제로 회수할 수 있었던 금액
- 채무면제로 얻은 경제적 효과
3. 잔여채권 1,243,022,017원의 현실적 회수가능성
파기환송심은 다음 사정을 인정하였다.
- 교회는 2000년 이후 계속 지출이 수입을 초과하였다.
- 은행대출과 사채 등 다수의 채무가 있었다.
- 교회 건물이 가압류되는 등 재정상태가 좋지 않았다.
- 1997년 공사 완료 후 2006년까지 공사대금을 거의 변제하지 못하였다.
- 채무자는 대출을 받아 어렵게 2억 원을 마련하였다.
- 채무면제 당시뿐 아니라 파기환송심 변론종결일까지도 2억 원을 초과하여 변제받을 수 있을 정도로 채무자나 교회의 재산상태가 개선된 적이 없었다.
- 원고 회사는 사실상 망인의 1인 회사였고, 정상적인 이사회 절차를 거쳤더라도 이와 같은 채무정리 합의가 승인되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 잔여채무를 교회에 대한 헌금으로 처리하여 법인세상 공제혜택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었다.
이에 파기환송심은 잔여채권 1,243,022,017원을 면제한 사실만으로 그 금액 전부에 해당하는 현실적·확정적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4. 반환한 5,000만 원은 확정적인 손해
반면 채무자는 실제 변제를 위하여 2억 원을 마련하여 대표이사에게 지급하였다.
그런데 대표이사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사적인 인정에 따라 그중 5,000만 원을 채무자에게 돌려주고 1억 5,000만 원만 회사가 수령하도록 하였다.
파기환송심은 이미 현실적으로 확보된 2억 원 중 5,000만 원을 이사회결의 없이 독단적으로 반환한 행위는 회사의 이익에 정면으로 반하는 고의의 불법행위라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회사에는 5,000만 원의 현실적이고 확정적인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았다.
상속인들의 책임
대표이사는 2010. 1. 19. 사망하였으므로 그 배우자와 자녀들은 5,000만 원의 손해배상채무를 법정상속분에 따라 승계하였다.
- 배우자: 3/9
- 자녀 3명: 각 2/9
상속인들의 채무는 상속분에 따른 분할채무로 인정되었다.
다만 원고 회사가 파기환송심 계속 중 손해배상채권의 대부분을 승계참가인들에게 양도하였으므로, 법원은 양수금액의 비율에 따라 5,000만 원의 손해배상채권을 원고와 승계참가인들에게 배분하였다.
책임제한 및 상계항변
1. 책임제한 불인정
상속인들은 회사의 관리·감독 부실과 늑장 대응을 이유로 책임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파기환송심은 대표이사가 회사의 부주의를 이용하여 고의의 불법행위를 한 경우 그 회사의 부주의를 이유로 자신의 책임을 감경해 달라고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특히 불법행위자가 회사 자금을 의도적으로 반환한 사안에서 책임을 제한하면 가해자가 불법행위로 인한 이익을 최종적으로 보유하게 되므로 공평과 신의칙에 반한다고 보았다.
2. 상계 불허
상속인 중 한 명은 원고 회사에 대한 약 64억 2,000만 원의 연대보증채권 또는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상계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민법 제496조는 채무가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때에는 채무자가 상계로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파기환송심은 대표이사의 5,000만 원 반환행위가 고의의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그 상속인들도 피상속인이 부담하던 손해배상채무에 대하여 상계로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최종결론
파기환송심은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청구를 전부 기각한 제1심판결을 변경하여, 5,000만 원 범위에서 원고와 승계참가인들의 손해배상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이 사건은 최종적으로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대표이사가 이사회결의 없이 회사채권을 면제한 경우에도 면제액 전부가 곧 회사의 손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채무자의 변제능력과 채권의 현실적 회수가능성을 기준으로 확정손해를 산정해야 한다. 또한 대표이사의 불법행위에 가담하거나 이를 방조한 감사의 인식은 소멸시효 기산점에서 배제되고, 회사의 이익을 독립적으로 보전할 수 있는 다른 대표자나 임직원이 손해와 가해자를 안 때부터 단기소멸시효가 진행한다.
판결의 의의
1. 손해액과 채권의 액면액을 구별하였다
회사채권의 위법한 면제는 대표이사의 불법행위가 될 수 있지만, 손해액은 면제된 채권의 명목상 금액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회수할 수 있었던 경제적 가치에 따라 산정한다.
이 사건에서는 명목상 12억 원을 넘는 채권이 면제되었지만, 채무자의 재정상태와 현실적 변제가능성을 고려하여 이미 마련된 돈 중 돌려준 5,000만 원만 손해로 인정되었다.
2. 소멸시효의 실질적 기산점을 제시하였다
대표이사 자신이 회사의 가해자인 경우에는 대표이사나 그 불법행위에 가담한 감사가 알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
가담하지 않고 회사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다른 대표자나 임직원이 손해와 가해자를 구체적으로 알고 실제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된 시점을 확정해야 한다.
3. 감사의 방치가 시효 문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감사가 대표이사의 위법행위를 방치하면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감사의 인식은 회사의 소멸시효 기산점으로도 사용할 수 없다.
감사가 위법행위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은 반드시 회사의 시효 진행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감사의 가담 여부에 따라 오히려 시효 기산점에서 배제될 수 있다.
관련판례
1. 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2다11441 판결
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2다11441 판결은 대표자가 법인에 불법행위를 한 경우 법인의 이익을 정당하게 보전할 권한이 있는 다른 대표자나 임직원이 손해와 가해자를 안 때부터 단기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판시하였다.
2. 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6다78329 판결
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6다78329 판결은 공동불법행위에 행위자 사이의 공모나 공동인식까지 필요한 것은 아니며, 작위의무가 있는 사람이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부작위와 과실에 의한 방조도 공동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3. 대법원 1998. 8. 25. 선고 97다4760 판결
대법원 1998. 8. 25. 선고 97다4760 판결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 성립하고, 손해 발생 여부는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4. 대법원 2000. 1. 21. 선고 99다50538 판결
대법원 2000. 1. 21. 선고 99다50538 판결은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하여 고의로 불법행위를 한 사람이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유로 과실상계를 주장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5.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6758, 16765 판결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6758, 16765 판결은 영득행위에 해당하는 고의의 불법행위에서 과실상계를 인정하여 가해자가 불법행위로 얻은 이익을 보유하게 하는 것은 공평의 이념과 신의칙에 반한다고 판시하였다.
관련법령
민법 제750조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위법행위를 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의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한다.
민법 제760조
민법 제760조는 공동불법행위자의 연대책임을 규정하고 교사자와 방조자를 공동행위자로 본다.
민법 제766조 제1항
민법 제766조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이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한다고 규정한다.
민법 제496조
민법 제496조는 채무가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것인 때에는 채무자가 상계로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상법 제391조의2
상법 제391조의2는 감사의 이사회 출석·의견진술권과 이사의 법령·정관 위반행위에 대한 보고의무를 규정한다.
상법 제402조
상법 제402조는 이사의 법령 또는 정관 위반행위로 회사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염려가 있는 경우 감사 또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주주의 유지청구권을 규정한다.
상법 제412조
상법 제412조는 감사의 이사 직무집행 감사권, 영업보고 요구권 및 회사의 업무·재산상태 조사권을 규정한다.
상법 제412조의3은 감사의 임시주주총회 소집청구권을, 상법 제412조의4는 감사의 이사회 소집청구권과 직접 소집권을 규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