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영국법이 준거법인 채권의 상계, 가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지는 어느 법으로 판단하나

핵심 결론 상계의 요건과 효과는 채권의 준거법인 영국 보통법상 상계에 따르지만, 채권가압류·압류를 받은 제3채무자가 상계로 가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지는 집행절차의 효력에 관한 문제이므로 대한민국 민사집행법 등에 따라 판단한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2다108764, 2011다45521

1. 해당 판례

  • 사건: 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2다108764 판결 [추심금]
  •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 재판부: 대법관 김소영(재판장), 이인복, 김용덕(주심), 고영한
  • 당사자: 원고(상고인) 주식회사 한진해운 / 피고(피상고인) 회생채무자 주식회사 삼선로직스 관리인
  • 결론: 가압류에도 불구하고 피고의 상계로 수동채권이 소멸하였다고 보아 추심금 청구를 배척한 원심의 결론이 정당하다고 판단

2. 하급심

  •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2. 10. 19. 선고 2012나23490 판결
  • 원심은 ① 자동채권과 수동채권이 모두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한 정기용선계약에서 발생하였으므로 상계의 요건에 관한 준거법으로 영국 보통법상 상계가 적용된다고 보았고, ② 가압류로 상계 주장을 저지할 수 있는지는 대한민국 민사집행법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아, 가압류 당시 자동채권의 변제기가 도래한 반면 수동채권은 회생계획에 따라 변제되는 회생채권이므로 제3채무자인 피고가 상계로 가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 대법원은 원심의 이유 설시 중 일부가 적절하지 않다고 하면서도 결론은 수긍하였습니다.
  • 판결문상 제1심 사건번호는 표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3. 관련 판례

참조판례

  • 대법원 2012. 2. 16. 선고 2011다45521 전원합의체 판결(공2012상, 444) — 채권압류명령 또는 채권가압류명령을 받은 제3채무자가 압류채무자에 대한 반대채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 가압류의 효력 발생 당시 대립하는 양 채권이 모두 변제기가 도래하였거나, 반대채권의 변제기가 아직 도래하지 않았더라도 그것이 피가압류채권의 변제기와 동시에 또는 그보다 먼저 도래하면 상계로써 가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본 선례
판시사항 [1](영국 보통법상 상계의 준거법 적격)과 [3](집행 국면의 준거법)에는 참조판례 표시가 없습니다.

4. 관련 법령

판결이 든 참조조문
판결 이유에서 원용된 법령
  • 민사집행법
민법 제492조 제1항은 상계의 요건을, 민법 제498조는 지급을 금지하는 명령을 받은 제3채무자의 상계 제한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제사법 제1조는 목적을,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은 당사자의 준거법 선택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제사법은 2022. 1. 4. 법률 제18670호로 전부개정되어(시행 2022. 7. 5.) 조문 체계가 달라졌으므로, 현행 사안에서는 해당 조문 번호를 별도로 확인하여야 합니다.

5. 사실관계

(1) 채권의 발생

피고가 상계항변으로 주장하는 자동채권과 수동채권은 모두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한 정기용선계약에서 발생하였습니다.
  • 자동채권: 피고가 선우상선 주식회사에 대하여 가지는 미지급용선료 채권 및 손해배상채권
  • 수동채권: 선우상선 주식회사가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으로, 피고의 회생채권에 해당하는 채권

(2) 채권집행

원고는 대한민국 민사집행법에 따라 위 수동채권을 가압류하고, 이어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습니다. 가압류 시점은 2010. 3. 31.입니다.

(3) 상계의 의사표시

피고는 2011. 12. 15. 자동채권과 수동채권을 대등액에서 상계하는 의사표시를 하였습니다. 원심은 그 당시 양 채권이 모두 사법적으로 확정되고 이행기에 이르러 상계적상에 있었다고 인정하였습니다.

(4) 소송의 구조

원고는 제3채무자인 피고를 상대로 추심금을 청구하였고, 피고는 상계로 수동채권이 소멸하였다고 항변하였습니다.

6. 법리

(1) 영국 보통법상 상계도 상계의 준거법이 될 수 있다

영국법상 상계 제도에는 보통법상 상계(legal set-off)형평법상 상계(equitable set-off)가 있습니다. 보통법상 상계는 양 채권 사이의 견련관계를 요구하지 않는 등 형평법상 상계보다 요건이 완화되어 있으나, 소송상 항변권으로만 행사할 수 있어 절차법적 성격을 가진다고 해석됩니다.
이 점 때문에 절차는 법정지법에 따른다는 원칙상 영국 보통법상 상계를 준거법으로 적용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되었는데, 대법원은 영국 보통법상 상계 역시 상계권의 행사로 양 채권이 대등액에서 소멸한다는 점에서 실체법적 성격도 아울러 가진다고 보아, 상계의 요건과 효과에 관하여 준거법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가압류채권자에 대한 제3채무자의 상계 대항 요건

채권압류명령 또는 채권가압류명령을 받은 제3채무자가 압류채무자에 대한 반대채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 가압류의 효력 발생 당시 대립하는 양 채권이 모두 변제기가 도래하였거나, 그 당시 자동채권의 변제기가 도래하지 않은 때에는 그것이 수동채권의 변제기와 동시에 또는 그보다 먼저 도래하면 상계로써 가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2. 2. 16. 선고 2011다45521 전원합의체 판결).

(3) 집행 국면은 대한민국 민사집행법으로 — 이 판결의 핵심

외국적 요소가 있는 채권들 사이에서 상계의 요건과 효과가 상계의 준거법에 따라 해석·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채권자가 대한민국의 민사집행법에 의하여 가압류명령 또는 채권압류명령 및 추심명령을 받아 채권집행을 한 경우, 제3채무자가 반대채권을 가지고 상계로써 가압류채권자 또는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지는 집행절차인 채권가압류나 채권압류의 효력과 관련된 문제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한민국의 민사집행법 등에 의하여 판단함이 원칙이고 상계의 준거법에 의할 것이 아닙니다.
즉 준거법은 다음과 같이 나뉩니다.
  • 상계의 요건·효과(양 채권이 소멸하는가) → 채권의 준거법(이 사건에서는 영국 보통법상 상계)
  • 그 상계를 가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가 → 대한민국 민사집행법 등

(4) 이 사건에의 적용

원심은 2010. 3. 31. 가압류 당시 자동채권의 변제기는 도래한 반면 수동채권은 회생계획에 따라 변제되는 회생채권에 해당한다는 점을 근거로, 제3채무자인 피고가 상계로써 가압류채권자인 원고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보아 수동채권이 2011. 12. 15.자 상계로 모두 소멸하였다고 인정하였고, 대법원은 이유 설시에 일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결론은 수긍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7. 실무상 시사점

  1. 국제 해상운송·용선 분쟁에서 준거법은 쟁점별로 쪼개서 검토해야 합니다. 계약상 채권의 소멸 여부는 영국법으로, 집행 국면의 대항력은 우리 민사집행법으로 판단됩니다. 준비서면을 쟁점별 준거법 구조로 짜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2. 영국법 준거 계약에서 상계항변은 실체법적 효력을 인정받습니다. 보통법상 상계가 절차적 성격을 가진다는 이유만으로 우리 법원에서 배척되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3. 추심채권자의 관점에서는 가압류 시점의 변제기 관계가 승패를 가릅니다. 가압류 전에 이미 제3채무자의 반대채권 변제기가 도래해 있다면 추심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채권집행 착수 전에 제3채무자와 채무자 사이의 채권·채무 대차 상황을 파악해야 합니다.
  4. 회생절차가 얽히면 수동채권의 성격이 변수가 됩니다. 이 사건에서 수동채권이 회생계획에 따라 변제되는 회생채권이라는 점이 변제기 판단에 작용하였습니다.
  5. 외국법의 내용은 증명 대상입니다. 영국 보통법상 상계와 형평법상 상계의 차이, 각 요건은 전문가 의견서 등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본 게시물은 공개된 판결의 내용을 정리한 일반적인 법률정보로,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안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별도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목록으로 업무분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