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 원고: 주식회사 한국토지신탁
- 피고: 주식회사 국민은행
- 청구내용: 양도성예금증서 발행을 위해 입금한 합계 400억 원의 반환
- 대법원 결과: 피고 은행의 상고 기각
하급심
- 원심: 서울고등법원 2007. 6. 29. 선고 2006나106837 판결
- 원심 결과: 원고와 은행 사이에 거치식 예금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보아 은행의 반환책임을 인정
- 대법원: 원심의 결론을 확정
관련 판례
- 대법원 2000. 3. 10. 선고 98다29735 판결 실제로 발행되지 않은 무기명식 양도성예금증서 자체에 기초한 청구를 인정하지 않았다. 2007다52942 판결은 증서상 권리가 아니라 그 기초가 된 예금계약상 반환청구권을 인정한 것이므로 사안이 다르다.
- 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5다32999 판결 공동불법행위에서 방조는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모든 행위를 말하며, 민사상으로는 과실에 의한 방조도 가능하다. 다만 불법행위에 도움을 주지 않아야 할 구체적인 주의의무가 인정되어야 한다.
관련 법령
- 민법 제523조 계약은 당사자 일방의 청약과 상대방의 승낙으로 성립한다.
- 민법 제543조 계약 또는 법률에 따라 해제권이 발생한 경우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 민법 제548조 계약이 해제되면 당사자는 상대방에게 받은 것을 원상회복하여야 한다.
- 민법 제702조 수치인이 소비할 수 있는 금전 등을 임치한 경우 소비대차에 관한 규정이 준용된다.
- 민법 제107조 제1항 비진의 의사표시는 원칙적으로 유효하지만 상대방이 표의자의 진의 아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무효가 된다. 대표권·대리권 남용에도 유추 적용될 수 있다.
- 민법 제760조 제3항 불법행위의 방조자는 공동불법행위자로 본다.
사실관계
원고는 피고 은행의 한 지점에서 무기명식 양도성예금증서를 발행받아 자금을 운용하려고 하였다.
원고는 은행이 제시한 입금액, 만기일, 이자율 및 만기지급금액 등 발행조건을 확인한 뒤, 해당 지점장인 담당직원의 지시에 따라 다음과 같이 합계 400억 원을 입금하였다.
- 2005년 7월 8일 200억 원
- 2005년 7월 11일 100억 원
- 2005년 7월 15일 100억 원
2005년 7월 8일의 200억 원과 같은 달 15일의 100억 원은 아직 양도성예금증서 발행계좌가 개설되지 않아, 같은 은행의 다른 지점에 개설된 원고의 예금계좌에서 발행지점으로 ‘전금’하는 방식으로 이체되었다. 은행은 각 입금에 관한 영수증을 원고에게 발급하였다.
2005년 7월 11일의 100억 원은 기존 예금의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피고 은행이 원고에게 지급해야 할 만기지급금을 새로운 양도성예금증서의 발행자금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한 것이었다.
담당 지점장은 각 입금 사실을 확인하였지만, 정상적인 양도성예금증서를 발행하지 않았다. 지점장은 다른 양도성예금증서의 발행 내역 등을 유용하여 위조한 증서를 원고에게 교부하고, 발행자금은 관련 계좌에 정상적으로 입금하지 않은 채 횡령하였다.
위조된 증서 앞면에는 원고의 입금액, 만기일과 만기지급금액 등이 기재되어 있었고, 뒷면에는 예금거래기본약관과 거치식예금약관이 적용된다는 내용이 표시되어 있었다.
원고는 은행이 진정한 양도성예금증서를 발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예금계약과 증서발행약정을 해제하고, 입금한 400억 원의 반환을 청구하였다.
은행은 다음과 같이 다투었다.
- 양도성예금증서가 정상적으로 발행되지 않았으므로 예금계약도 성립하지 않았다.
- 발행계좌의 예금원장에 입금이 기록되지 않았으므로 예금계약이 성립하지 않았다.
- 원고의 자금운용 담당직원이 은행 지점장의 배임적 의도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계약은 무효이다.
- 원고 직원이 내부규정을 위반하여 지점장의 불법행위를 방조했으므로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으로 상계해야 한다.
법리
양도성예금증서 자체와 기초가 되는 예금계약은 구별됨
무기명식 양도성예금증서는 거치식 예금계약에 따라 발생한 예금반환청구권을 표창하는 유가증권의 일종이다.
증서가 양도되거나 증서상 권리를 행사하려면 원칙적으로 증서를 소지해야 한다. 그러나 증서에 표시되는 예금반환청구권은 증서 발행으로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앞서 체결된 거치식 예금계약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다음 두 관계를 구별해야 한다.
- 거치식 예금계약: 고객과 은행 사이의 원인관계
- 양도성예금증서: 이미 발생한 예금반환청구권을 표시하고 유통하기 위한 유가증권
진정한 증서가 발행되지 않았더라도 원인관계인 예금계약이 성립할 수 있다.
고객의 입금과 은행 직원의 확인으로 예금계약이 성립함
고객과 금융기관이 입금액, 만기일, 이자율 및 만기지급금액 등 양도성예금증서의 발행조건에 합의하고, 고객이 예금할 의사로 자금을 입금하여 은행 담당직원이 이를 확인하면 거치식 예금계약이 성립한다.
그 뒤 은행은 예금반환청구권을 표창하는 양도성예금증서를 고객에게 발행할 계약상 의무를 부담한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발행조건을 확인하고 합계 400억 원을 입금하였으며 담당 지점장이 입금 사실을 확인한 때 각각의 예금계약이 성립하였다.
증서가 발행되거나 예금원장에 기록되어야 계약이 성립하는 것은 아님
은행의 예금거래기본약관은 ‘계좌이체’에 의한 예금은 예금원장에 입금기록이 이루어진 때 성립한다고 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사용된 ‘전금’은 고객의 신청에 따라 특정 계좌에서 다른 계좌로 자금을 이체하는 통상적인 계좌이체와는 성격이 달랐다.
아직 양도성예금증서 발행계좌가 개설되지 않은 상태에서 동일 은행의 다른 지점으로 자금을 옮긴 뒤 담당직원이 입금을 확인했다면, 그 확인 시점에 예금계약이 성립한다.
은행 직원이 나중에 발행계좌를 개설하고 예금원장에 입금 내용을 기록하거나 증서를 발행해야만 계약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은행 직원의 횡령은 이미 성립한 예금계약에 영향을 미치지 않음
고객이 은행에 예금한 돈은 소비임치의 성질상 은행의 소유가 된다. 고객은 입금한 특정 화폐의 반환을 청구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금액을 반환받을 채권을 취득한다.
따라서 은행 담당직원이 입금된 돈을 횡령한 것은 법적으로 은행 소유의 자금을 횡령한 것이다. 그 내부적인 횡령 때문에 고객에게 이미 발생한 예금반환청구권이 소멸하거나 예금계약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은행 직원이 고객에게 진정한 양도성예금증서를 발행하지 않고 위조된 증서를 교부했더라도, 이는 은행이 증서발행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문제일 뿐 이미 성립한 예금계약의 효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기존 예금의 만기지급금을 새 예금으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함
새로운 예금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반드시 고객이 현금을 다시 지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은행이 기존 예금의 만기지급금을 반환할 채무를 부담하고 있다면, 고객과 은행은 그 만기지급금을 새로운 양도성예금증서의 발행자금으로 입금하기로 합의할 수 있다.
담당직원이 그 합의 전에 기존 예금계정에서 만기지급금 상당액을 인출·횡령했더라도 은행의 고객에 대한 만기지급금 반환채무는 소멸하지 않는다.
따라서 기존 예금반환채권을 새로운 거치식 예금의 발행자금으로 전환하기로 한 합의 역시 유효하다.
고객은 예금반환을 청구하거나 계약을 해제할 수 있음
은행 직원의 횡령에도 예금계약은 유효하므로 고객은 만기에 예금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은행이 약정한 양도성예금증서를 발행하지 않았다면 고객은 그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예금계약 및 증서발행약정을 해제하고, 원상회복으로 입금액의 반환을 청구할 수도 있다.
원고는 후자의 방법을 선택하였고, 은행은 원상회복으로 400억 원을 반환할 의무를 부담하였다.
원고 직원의 내부규정 위반만으로 계약이 무효가 되지 않음
은행은 원고의 자금운용 담당직원이 지점장의 배임적 의도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민법 제107조 제1항 단서의 유추적용에 따라 예금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원고 직원이 자신의 회사 내부규정을 위반하여 자금을 운용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은행 지점장이 발행자금을 횡령하고 위조된 증서를 교부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내부통제 위반과 상대방의 배임적 의도에 대한 악의·과실은 별개의 문제이다. 대법원은 원고 직원의 악의 또는 과실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내부규정 위반만으로 과실방조 책임도 성립하지 않음
민사상 공동불법행위에서는 고의뿐 아니라 과실에 의한 방조도 가능하다.
그러나 과실방조가 성립하려면 원고 직원에게 은행 지점장의 횡령을 방지하거나 그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하지 않아야 할 구체적인 주의의무가 있어야 하고, 그 의무를 위반했다는 사실이 증명되어야 한다.
원고 직원이 원고의 내부규정을 위반했다는 사실만으로 은행 지점장의 횡령을 방조했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은행의 공동불법행위에 기한 상계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론
대법원은 원고가 양도성예금증서의 발행조건에 합의한 후 자금을 입금하고 피고 은행의 담당직원이 이를 확인한 때 각각의 거치식 예금계약이 성립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은행 직원이 발행자금을 횡령하고 위조한 증서를 교부했으며 정식 발행계좌나 예금원장을 만들지 않았더라도, 이는 이미 성립한 예금계약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은행이 진정한 양도성예금증서를 발행하지 않았으므로 원고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피고 은행은 원상회복으로 합계 400억 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대법원은 원고 직원의 악의·과실이나 과실방조도 인정하지 않고 피고 은행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실무상 유의점
- 양도성예금증서 사건에서는 증서의 진정성뿐 아니라 그 기초가 되는 예금계약이 별도로 성립했는지를 먼저 검토해야 한다.
- 예금계약의 성립을 입증하려면 발행조건에 관한 합의, 자금의 이동, 영수증, 담당직원의 입금 확인 및 거래 관련 문서가 중요하다.
- 은행 내부에서 발행계좌나 예금원장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고객과 은행 사이의 예금계약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 은행 직원이 횡령한 자금은 예금계약 성립 후에는 원칙적으로 은행 소유의 자금이다. 은행이 직원의 횡령 위험을 고객에게 전가할 수 없다.
- 고객 직원의 내부통제 위반과 은행 직원의 배임적 의도에 대한 악의·과실은 구분해야 한다. 내부규정 위반만으로 계약무효나 과실방조가 인정되지는 않는다.
- 청구원인은 증서 자체에 기한 상환청구, 예금계약에 기한 반환청구 및 계약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청구 중 무엇인지 명확하게 구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