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민법상 법인 정관상 이사 해임사유의 구속력

핵심 결론 민법상 법인은 원칙적으로 임기 중인 이사를 해임할 수 있지만, 정관이 해임·불신임 사유를 별도로 정했다면 중대한 의무위반이나 사무집행 불능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관에 없는 사유로 해임할 수 없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07다17109, 2011다41741

관련판례

1. 법인의 이사에 대한 임의해임 원칙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7다17109 판결은 법인과 이사의 법률관계는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는 위임 유사의 관계이므로, 특별한 제한이 없다면 법인은 이사의 임기가 만료되기 전이라도 이사를 해임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2. 정관이 해임사유를 정한 경우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41741 판결은 정관에 이사의 해임사유가 규정되어 있다면 그 규정은 이사의 신분을 보장하는 실질적 의미를 가지므로 단순한 주의적 규정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법인은 이사의 중대한 의무위반이나 정상적인 사무집행 불능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관에 열거되지 않은 사유로 이사를 해임하거나 불신임할 수 없다.

관련법령

민법 제40조 제5호는 사단법인의 정관에 이사의 임면에 관한 사항을 기재하도록 규정한다.
민법 제43조는 재단법인의 정관 기재사항에 관하여 민법 제40조 제5호 등을 준용한다.
민법 제57조는 법인에 이사를 두도록 규정한다.
민법 제689조 제1항은 위임계약의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다만 이는 임의규정이므로 정관으로 이사의 해임사유와 절차를 제한할 수 있다.
상법 제385조 제1항은 주식회사의 이사는 언제든지 주주총회 특별결의로 해임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임기가 정해진 이사를 정당한 이유 없이 임기 만료 전에 해임한 경우 이사는 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판결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41741 판결
사건명: 이사해임취소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1. 4. 29. 선고 2010나62651 판결
결론: 상고기각

사실관계

피고는 서울시내 개인택시 운송사업에 관하여 국가시책에 협력하고, 택시운송사업의 공익성을 발휘하며, 조합원의 공공복리와 친목을 도모할 목적으로 설립된 사단법인이었다.
원고는 피고 조합의 이사였다.
피고 조합은 2009. 11. 3. 제2차 임시대의원회를 개최하여 다음과 같은 사유를 들어 원고에 대한 불신임안을 상정하였다.
원고가 조합을 상대로 제기된 선거무효확인소송에서 선거무효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자료를 제공한 행위
위 사람들을 위한 후원금 모집을 독려하고 관련 유인물을 배포한 행위
서울시의 시계할증요금제 폐지에 항의하는 진정서를 제출한 행위
시계할증요금제 폐지에 반대하여 1인 시위를 한 행위
이사회에서 조합 이사장에게 욕설 등 상스러운 말을 한 행위
임시대의원회에서는 출석대의원 42명 중 34명의 찬성으로 원고에 대한 불신임결의가 이루어졌다.
정관상 불신임 사유
피고 조합의 정관은 직책보유 조합원에 대한 징계 및 불신임 사유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정관 제49조 제1항은 이사를 포함한 직책보유 조합원에 대한 불신임 또는 해임 사유로, 재임기간 중 정관 제47조 제2항의 위반행위로 조합 및 조합원에게 현저한 피해를 입힌 경우를 규정하였다.
정관 제47조 제2항이 정한 위반행위는 다음과 같았다.
정관에서 정한 조합원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행위
조합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
조합의 재산을 횡령하거나 유용한 행위
부정선거 또는 선거를 방해한 행위
정당한 업무지시나 명령을 위반한 행위
원고는 대의원회에서 제시된 불신임 사유가 정관에서 정한 불신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결의의 효력을 다투었다.

핵심쟁점

이 사건의 핵심쟁점은 법인의 정관이 이사의 해임 또는 불신임 사유를 구체적으로 정한 경우에도, 법인이 민법상 위임관계의 해지자유를 근거로 정관에 없는 사유를 들어 이사를 해임할 수 있는지였다.
구체적으로 다음 사항이 문제 되었다.
법인과 이사의 관계를 위임 유사의 관계로 볼 수 있는지
민법 제689조 제1항에 따라 법인이 이사를 언제든지 해임할 수 있는지
정관상 이사 해임사유가 예시적인 규정인지 제한적인 규정인지
정관에 없는 사유라도 중대한 사정이 있으면 이사를 해임할 수 있는지
피고 조합이 제시한 사유가 정관상 불신임 사유에 해당하는지

대법원의 판단

1. 법인과 이사의 관계는 위임 유사의 관계이다

법인과 이사의 법률관계는 신뢰를 기초로 하는 위임 유사의 관계이다.
민법 제689조 제1항에 따르면 위임계약의 각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법인은 원칙적으로 이사의 임기가 만료되기 전이라도 이사를 해임할 수 있다.
그러나 민법 제689조 제1항은 강행규정이 아니라 임의규정이다. 따라서 법인은 정관을 통하여 이사의 해임사유와 절차를 별도로 정하고 임의해임의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

2. 정관상 해임사유는 단순한 주의적 규정이 아니다

법인이 정관에서 이사의 해임사유와 절차를 별도로 규정하였다면 이는 법인과 이사의 관계를 명확하게 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이사의 임기와 신분을 보장하는 기능도 갖는다.
따라서 정관에 규정된 해임사유를 단순한 예시나 주의적 규정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정관이 특정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이사를 해임하거나 불신임할 수 있도록 정하였다면, 법인은 원칙적으로 그 사유와 절차를 따라야 한다.

3. 불신임결의도 실질적으로 이사의 해임에 해당한다

피고 조합은 원고에 대하여 형식상 ‘해임’이 아니라 ‘불신임’ 결의를 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불신임결의는 법인과 이사 사이의 위임관계를 종료시키고 원고의 이사 지위를 박탈하는 징계였다. 따라서 그 실질은 이사의 해임과 유사하다.
대법원은 명칭이 불신임결의라고 하더라도 이사의 지위를 박탈하는 효과가 있다면 정관상 해임사유 제한에 관한 법리가 적용된다고 판단하였다.

4. 정관에 없는 사유에 의한 해임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법인의 정관에 이사에 대한 불신임 또는 해임 사유가 별도로 규정되어 있다면 법인은 원칙적으로 정관에서 정한 사유에 의해서만 이사를 해임할 수 있다.
다만 다음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정관에 명시되지 않은 사유라도 해임이 가능할 수 있다.
이사가 법인에 대하여 중대한 의무위반을 한 경우
이사가 정상적으로 사무를 집행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경우
그 밖에 정관상 사유만으로 제한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 예외적 사정이 있는 경우
그러나 단순한 의견대립, 내부 비판, 법인 운영방침에 대한 반대 또는 임원 사이의 감정적 불화만으로 이러한 예외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5. 원고에게 제시된 불신임 사유는 정관상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피고 조합은 원고가 다음과 같은 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선거무효확인소송 관계자에게 하급심 판결문을 제공한 행위
관계자들을 위한 후원금 모집을 제안한 행위
관련 유인물을 배포한 행위
시계할증요금제 폐지에 반대하는 민원을 제기한 행위
1인 시위를 한 행위
이사회에서 이사장에게 욕설한 행위
대법원은 이러한 행위들이 피고 조합의 정관 제49조 제1항에서 정한 불신임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특히 위 행위로 조합 및 조합원에게 현저한 피해가 발생하였다는 점이 인정되지 않았다.

6. 중대한 의무위반이나 사무집행 불능도 인정되지 않는다

정관에 없는 사유라도 원고가 중대한 의무위반을 하였거나 이사로서 정상적인 사무집행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면 예외적으로 불신임결의가 정당화될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기록상 원고에게 그러한 중대한 의무위반이 있었다고 볼 자료가 없었다. 원고가 이사로서 사무를 정상적으로 집행할 수 없었다고 인정할 자료도 없었다.
따라서 이 사건 불신임결의는 정관에서 정한 사유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서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결론

대법원은 법인의 정관에 이사의 해임 또는 불신임 사유가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다면 그 규정은 이사의 신분을 보장하는 실질적인 규범이라고 판단하였다.
피고 조합이 원고에게 제시한 사유들은 정관상 불신임 사유에 해당하지 않았고, 원고에게 중대한 의무위반이나 정상적인 사무집행 불능 등의 특별한 사정도 인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원고에 대한 불신임결의가 무효라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고, 피고 조합의 상고는 기각되었다.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법인이 정관으로 이사의 해임사유를 제한한 경우 정관의 구속력을 명확하게 인정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법인과 이사의 관계가 위임 유사의 관계라고 하더라도 민법 제689조 제1항의 임의해임 원칙이 정관에 우선하는 것은 아니다. 정관이 해임사유와 절차를 정하였다면 법인은 원칙적으로 이를 준수해야 한다.
또한 법인이 ‘해임’ 대신 ‘불신임’, ‘자격박탈’ 또는 ‘직책해제’라는 명칭을 사용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이사의 지위와 위임관계를 종료시키는 경우에는 해임 제한에 관한 법리가 적용된다.
다만 이 판결은 민법상 법인인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의 이사 해임에 관한 것이다. 주식회사 이사의 해임에는 상법 제385조가 직접 적용되므로 양자를 구별해야 한다.
주식회사는 주주총회 특별결의로 이사를 언제든지 해임할 수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임기 중 해임된 이사는 원칙적으로 해임결의의 효력을 부정하기보다 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된다.
반면 민법상 법인의 정관이 해임사유를 제한한 경우에는 그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해임결의 자체의 효력이 부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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