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회사의 불법점유와 대표이사 개인의 손해배상책임

핵심 결론 대표이사가 직원에게 타인의 부동산을 불법 점유하게 한 경우, 점유자는 회사이므로 대표이사에게 인도를 청구할 수는 없지만, 대표이사는 회사와 별도로 소유자에게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05다55473, 2008다70763, 2011다55214, 2011다50165

관련판례

대법원 1980. 1. 15. 선고 79다1230 판결은 대표이사가 업무집행 중 위법행위로 제3자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회사뿐 아니라 대표이사도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5473 판결은 대표이사가 업무집행 과정에서 고의 또는 과실로 위법행위를 한 경우 민법 제750조 또는 상법 제389조 제3항, 제210조에 따라 회사와 함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다70763 판결은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가 마쳐져 압류의 효력이 발생한 후 취득한 유치권으로는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다55214 판결은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 전에 점유를 취득하였더라도 공사를 완성하고 공사대금채권을 취득한 시점이 압류 이후라면, 그때 성립한 유치권으로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관련법령

상법 제210조는 회사를 대표하는 사원이 업무집행으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회사가 그 대표사원과 연대하여 배상할 책임을 지도록 규정한다.
상법 제389조 제3항는 주식회사 대표이사의 대표권에 관하여 상법 제209조 제2항, 제210조제386조 제2항을 준용하도록 규정한다.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부과한다.
민법 제320조는 타인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점유한 자가 그 물건에 관하여 생긴 변제기 도래 채권을 가지는 경우 변제를 받을 때까지 이를 유치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민사집행법 제83조 제4항는 경매개시결정에 따른 압류의 효력이 그 결정이 채무자에게 송달되거나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가 된 때 발생하도록 규정한다.
민사집행법 제91조 제5항는 매수인이 유치권자에게 그 유치권으로 담보하는 채권을 변제할 책임이 있음을 규정한다.
민사집행법 제92조 제1항은 제3자가 압류의 효력 발생 전에 취득한 권리는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판결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1다50165 판결

사실관계

원고는 강제경매절차에서 이 사건 토지와 건물을 매수하여 소유권을 취득하였다.
피고 건설회사는 종전 소유자로부터 이 사건 건물에 관한 공사를 도급받았다고 주장하면서 경매절차에서 유치권을 신고하였다.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는 회사 직원 등에게 토지와 건물을 관리하게 하였고, 원고가 경매절차에서 소유권을 취득한 후에도 원고의 출입과 사용을 배제한 채 회사의 점유상태를 유지하였다.
피고 회사가 주장하는 추가공사는 이 사건 토지와 건물에 관하여 강제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가 마쳐진 후에 이루어졌다. 피고 회사는 그 추가공사대금채권을 피담보채권으로 하는 유치권을 주장하며 원고에게 부동산의 인도를 거부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 회사를 상대로 토지와 건물의 인도 및 불법점유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대표이사 개인에게도 불법점유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원심은 피고 회사의 점유와 손해배상책임은 인정하였다. 그러나 대표이사 개인은 회사의 대표기관으로서 부동산을 관리했을 뿐 회사와 별도로 점유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표이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하였다.

핵심쟁점

이 사건의 핵심쟁점은 다음 두 가지이다.
첫째, 회사가 부동산을 불법 점유한 경우 회사의 대표이사가 독립적인 점유자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개인적인 손해배상책임도 면하는가.
둘째,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 전에 건물을 인도받아 점유하였지만, 압류의 효력이 발생한 후 공사를 완공하여 공사대금채권을 취득한 수급인이 유치권으로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가.

대법원 판단

1. 점유자와 불법행위자는 구별된다

대법원은 회사의 불법점유에서 부동산 인도의무를 부담하는 점유자와 불법적인 점유상태를 형성한 행위자를 구별하였다.
대표이사가 회사의 업무집행을 위해 직원에게 부동산을 관리하게 한 경우 부동산의 직접적·간접적 지배주체는 회사이다. 따라서 대표이사 개인이 회사와 별개의 독립적인 점유자가 아니라면 대표이사 개인을 상대로 부동산 인도를 청구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표이사가 독립적인 점유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그에게 불법행위책임도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대표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직원들에게 타인의 부동산을 지배·관리하게 하고 정당한 소유자의 사용·수익을 방해했다면, 대표이사 자신이 불법적인 점유상태를 형성하고 유지한 행위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대표이사는 회사와 별도로 민법 제750조 또는 상법 제389조 제3항, 제210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2. 회사와 대표이사의 책임

회사의 대표이사가 업무집행 중 위법행위로 제3자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회사는 상법 제389조 제3항 및 제210조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동시에 위법행위를 직접 실행하거나 지시한 대표이사도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 회사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대표이사의 개인적인 책임이 흡수되거나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 대표이사는 다음 행위를 하였다.
  • 경매절차가 진행되는 중 피고 회사 명의로 유치권을 신고하였다.
  • 회사 직원 등에게 이 사건 토지와 건물을 지배·관리하게 하였다.
  • 원고가 경매절차에서 소유권을 취득한 이후에도 유치권을 주장하였다.
  • 원고의 출입과 사용을 배제하고 회사의 점유상태를 계속 유지하였다.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대항할 수 있는 유치권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므로 이러한 점유는 정당한 권한 없는 불법점유였다.
대표이사는 회사의 업무집행이라는 형식을 취하였더라도 불법점유를 직접 형성하고 유지한 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3. 원심판결의 문제점

원심은 대표이사가 회사와 별도로 부동산을 점유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대표이사 개인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 두 문제를 구별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 대표이사 개인이 부동산 인도청구의 상대방이 되는 점유자인가
  • 대표이사가 회사의 불법점유를 야기하거나 유지한 불법행위자인가
대표이사가 독립적인 점유자가 아니라는 것은 인도청구의 상대방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일 뿐이다. 불법점유를 지시하고 유지한 행위자로서의 손해배상책임까지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이에 대법원은 대표이사에 대한 청구를 배척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대표이사의 고의·과실 및 손해배상 범위를 다시 심리하도록 사건을 환송하였다.

4. 유치권은 피담보채권이 변제기에 도달해야 성립한다

유치권은 단순히 목적물을 점유하는 것만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목적물에 관하여 발생한 채권이 존재하고 그 채권의 변제기가 도래해야 비로소 성립한다.
따라서 공사 수급인이 건물을 먼저 점유하였더라도 공사가 완성되지 않아 공사대금채권을 취득하지 못했거나 그 채권의 변제기가 도래하지 않았다면 아직 유치권은 성립하지 않는다.

5. 압류 이후 성립한 유치권은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

이 사건 토지와 건물에 관하여 2006. 4. 13.과 2007. 3. 2. 각 강제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가 마쳐졌다. 이때부터 압류의 효력이 발생하였다.
피고 회사가 주장한 추가공사는 2008. 2. 13. 이후에 이루어졌다. 따라서 추가공사대금채권과 이를 피담보채권으로 하는 유치권은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 후에 비로소 성립하였다.
수급인이 압류 전에 건물의 점유를 취득하였더라도, 공사를 완성하여 공사대금채권을 취득하고 유치권이 성립한 시점이 압류 이후라면 그 유치권으로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
대법원은 피고 회사가 추가공사대금채권을 근거로 원고에게 유치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피고 회사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결론

피고 회사는 경매절차의 매수인인 원고에게 대항할 수 있는 유치권 없이 토지와 건물을 점유하였으므로 건물을 인도하고 불법점유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대표이사는 회사와 별개의 점유자가 아니므로 대표이사 개인을 상대로 건물의 인도를 청구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직원들을 통해 불법점유 상태를 형성·유지한 행위자로서 회사와 별도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대법원은 대표이사의 책임을 부정한 원심판결 부분을 파기·환송하고, 피고 회사의 유치권 주장에 관한 상고는 기각하였다.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법인의 점유와 대표이사의 개인적인 불법행위책임이 양립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하였다.
대표이사가 회사 업무로 부동산을 점유하게 한 경우 물권적 인도청구의 상대방은 회사이다. 그러나 대표이사가 위법한 점유를 지시하거나 유지하였다면 그는 단순한 회사기관에 머무르지 않고 소유권 침해를 실행한 불법행위자가 된다.
따라서 실무상 회사의 불법점유에 대한 청구는 다음과 같이 구분할 필요가 있다.
  • 부동산 인도청구: 실제 점유주체인 회사를 상대로 청구
  • 부당이득 또는 손해배상청구: 회사의 책임과 대표이사의 직접 불법행위책임을 함께 검토
  • 대표이사 개인의 책임: 위법한 점유를 지시·형성·유지한 구체적 행위와 고의·과실을 입증
또한 이 판결은 유치권의 대항력에서 점유 취득 시점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고, 공사대금채권의 취득과 변제기 도래를 포함한 유치권의 성립 시점이 압류 전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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