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판례
대법원 2003. 7. 22. 선고 2002다40432 판결은 표현대표이사가 대표이사 명의를 사용하여 거래한 경우에도 상법 제395조가 적용되며, 회사가 상대방의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을 증명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11. 3. 10. 선고 2010다100339 판결은 표현대표이사가 대표이사 명의로 법률행위를 한 경우의 회사 책임과 상대방의 중대한 과실에 관한 법리를 확인하였다.
대법원 2004. 3. 25. 선고 2003다64688 판결은 이사회의 승인 없는 이사의 자기거래를 회사가 제3자에게 무효라고 주장하려면 제3자의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을 증명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5다480 판결은 이사의 자기거래에 관한 이사회 승인 여부는 거래의 안전과 선의의 제3자 보호를 함께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를 밝혔다.
대법원 2005. 7. 28. 선고 2005다3649 판결은 대표이사의 권한남용행위에 대해 상대방이 그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회사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08. 5. 15. 선고 2007다23807 판결은 대표이사가 회사의 영리 목적과 무관하게 자신이나 제3자의 이익을 위해 권한을 남용하고 상대방도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그 행위는 회사에 대하여 무효라고 판시하였다.
관련법령
상법 제395조는 사장·부사장·전무·상무 기타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한 이사의 행위에 대하여 회사가 선의의 제3자에게 책임을 지도록 규정한다.
상법 제398조는 이사 등이 자기 또는 제3자의 계산으로 회사와 거래하려는 경우 이사회에 중요 사실을 밝히고 승인을 받도록 규정한다.
상법 제209조는 대표사원의 권한에 대한 제한은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며, 대표사원이 권한을 남용한 경우의 효력을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판결
- 사건명: 주식매매대금
-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2. 11. 30. 선고 2012나49379 판결
- 결과: 피고의 상고기각
사실관계
원고는 주식매매거래와 관련하여 피고 회사로부터 일정한 조건 아래 주식매수의무를 부담하는 내용의 연대보증을 받았다.
피고 회사의 등기이사이자 경영지원부문 사장이던 사람이 피고 회사의 재무책임자인 전무에게 지시하여 대표이사 명의의 연대보증계약서를 작성하게 하였다. 연대보증은 별도 회사가 관련된 주식의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할 경우 피고 회사가 주식매수의무를 부담하는 내용이었다.
계약 체결 과정에서 원고는 피고 회사의 법인인감증명서와 이사회의사록 등을 교부받았다. 그러나 피고 회사는 실제로는 해당 연대보증계약에 관한 이사회 승인이 없었고, 원고에게 교부된 이사회의사록도 위조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피고 회사는 연대보증계약이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무효라고 항변하였다.
- 계약을 지시한 이사에게 대표이사를 대행할 권한이 없었다.
- 연대보증은 이사 또는 제3자를 위한 자기거래인데 이사회 승인을 받지 않았다.
- 원고는 대표권과 이사회 승인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다.
- 연대보증은 주주평등의 원칙과 자기주식 취득금지 규정에 반한다.
- 표현대표이사가 회사의 이익과 무관하게 권한을 남용하였다.
핵심쟁점
이 사건에서는 다음 네 가지 쟁점이 다루어졌다.
첫째, 표현대표이사가 자신의 직함이 아니라 대표이사의 명의를 사용하여 거래한 경우에도 상법 제395조가 적용되는가.
둘째, 이사회 승인 없는 이사의 자기거래가 제3자와의 관계에서도 무효가 되기 위한 요건은 무엇인가.
셋째, 표현대표이사 또는 이사의 자기거래에서 상대방의 ‘중대한 과실’을 어떠한 기준으로 판단하는가.
넷째, 표현대표이사가 회사의 이익과 무관하게 자신이나 제3자의 이익을 위해 권한을 남용한 경우 거래의 효력은 어떻게 되는가.
대법원 판단
1. 대표이사 명의를 사용한 경우에도 표현대표이사 책임이 성립한다
상법 제395조는 표현대표이사가 자신의 직함을 사용하여 법률행위를 한 경우뿐 아니라, 자신의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대표이사의 명의를 사용하여 행위한 경우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표현대표이사가 대표이사 명의의 계약서를 작성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상법 제395조의 적용이 배제되지 않는다.
회사가 그 행위에 대한 책임을 면하려면 계약 상대방이 표현대표이사에게 대표이사를 대행하여 법률행위를 할 권한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이를 알지 못하였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2. 이사회 승인 없는 자기거래의 대외적 효력
이사회의 승인 없이 이루어진 이사의 자기거래는 회사와 이사 사이에서는 무효이다.
그러나 회사가 그 무효를 거래 상대방인 제3자에게 주장하려면 단순히 이사회 승인이 없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회사는 제3자가 이사회 승인 없음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다는 사실까지 증명해야 한다.
이는 회사 내부의 승인절차를 신뢰하기 어려운 외부 거래상대방을 보호하고 거래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3. 중대한 과실의 판단기준
대법원은 중대한 과실을 단순한 주의의무 위반과 구별하였다.
여기서 중대한 과실이란 제3자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 표현대표자의 행위가 적법한 대표권이나 대표이사 대행권에 기초하지 않았다는 사실
- 해당 거래가 이사와 회사 사이의 자기거래에 해당하여 이사회 승인이 필요하다는 사실
- 실제로 이사회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
그럼에도 상대방이 만연히 대표권 또는 이사회 승인이 있다고 믿는 등 거래통념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하여, 공평의 관점에서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계약 체결 당시 피고 회사의 법인인감증명서와 이사회의사록 등을 교부받았다. 계약 체결의 경위와 제출된 서류를 고려하면 원고가 이사회의사록의 위조를 의심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웠다.
대법원은 피고 회사가 원고의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을 증명하지 못하였다고 판단하였다.
4. 주주평등 원칙과 자기주식 취득금지 규정 위반 여부
피고 회사는 이 사건 연대보증이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고 자기주식 취득금지 규정을 회피하기 위한 탈법행위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피고 회사는 이 사건 주식의 발행회사가 아니었다. 또한 피고 회사의 주식 취득이 주식발행회사의 자금 출연으로 이루어졌다거나, 주식 취득에 따른 손익이 발행회사에 귀속된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었다.
따라서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은 상법 제341조의 자기주식 취득금지 규정을 회피하기 위한 탈법적인 약정으로 볼 수 없었다.
5. 표현대표이사의 권한남용
대표이사가 형식적으로 대표권의 범위 안에서 행위하였더라도 회사의 영리 목적과 관계없이 자신이나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권한을 남용하였고, 상대방이 그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그 행위는 회사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
대법원은 이러한 권한남용 법리가 상법 제395조의 표현대표이사에게도 적용된다고 판시하였다.
다만 이 사건에서는 피고 회사가 다른 회사를 위하여 주가 하락 시 주식매수의무를 부담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표현대표이사가 오로지 자신이나 제3자의 이익만을 위해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웠다.
설령 권한남용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더라도, 원고가 그와 같은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였다. 따라서 피고 회사는 권한남용을 이유로 연대보증계약의 효력을 부정할 수 없었다.
결론
피고 회사의 등기이사이자 경영지원부문 사장이 대표이사 명의로 체결하도록 한 연대보증계약에는 상법 제395조가 적용된다.
이사회 승인이 없고 원고에게 교부된 이사회의사록이 위조되었더라도, 피고 회사가 원고의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을 증명하지 못한 이상 그 사유로 원고에게 계약의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
연대보증계약이 자기주식 취득금지 규정을 회피하기 위한 탈법행위 또는 상대방이 인식한 대표권 남용행위라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대법원은 피고 회사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표현대표이사가 자신의 직함이 아니라 대표이사의 명의를 사용한 경우까지 상법 제395조의 보호범위에 포함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또한 표현대표이사 책임과 이사회 승인 없는 자기거래 모두에서 거래 상대방의 악의·중대한 과실에 대한 증명책임이 회사에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사회의사록이 실제로 위조되었더라도 상대방이 위조 사실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없었다면 회사는 그 내부적 하자를 들어 거래의 효력을 부정하기 어렵다.
다만 표현대표이사의 행위에도 대표권 남용 법리가 적용되므로, 상대방이 회사의 이익과 무관한 권한남용의 목적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는 회사에 대한 효력이 부정될 수 있다. 결국 이 판결은 회사 내부통제의 필요성과 선의의 거래상대방 보호 사이의 기준을 구체화한 판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