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표현대표이사가 체결한 연대보증계약과 회사의 책임

핵심 결론 표현대표이사가 대표이사 명의로 연대보증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상법 제395조가 적용된다. 회사가 책임을 면하려면 상대방이 대행권 또는 이사회 승인 없음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했음을 증명해야 한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02다40432, 2010다100339, 2003다64688, 2005다3649, 2007다23807, 2009다23610, 2013다5091, 2013다16473

관련판례

대법원 2003. 7. 22. 선고 2002다40432 판결은 표현대표이사가 다른 대표이사의 명칭을 사용한 경우에도 상법 제395조가 적용되며, 상대방의 악의·중과실은 대표이사를 대행할 권한이 있는지에 관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11. 3. 10. 선고 2010다100339 판결은 표현대표이사가 대표이사 명의로 차용증을 작성한 경우, 상대방이 회사에 대행권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중대한 과실을 쉽게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04. 3. 25. 선고 2003다64688 판결은 이사회 승인 없는 자기거래의 무효를 제3자에게 주장하려면 회사가 제3자의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을 증명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05. 7. 28. 선고 2005다3649 판결은 대표이사가 개인적 이익을 위해 대표권을 남용했더라도 원칙적으로 회사의 행위로서 유효하고, 상대방이 그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만 회사에 대하여 무효라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08. 5. 15. 선고 2007다23807 판결은 대표권 남용의 효력을 판단할 때 대표자의 주관적 목적뿐 아니라 거래 상대방이 그 목적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를 심리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다23610 판결은 제3자가 대상회사의 주식을 취득하는 형식을 취하더라도, 대상회사의 자금이 투입되고 그 손익이 대상회사에 귀속된다면 실질적으로 자기주식 취득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13. 7. 11. 선고 2013다5091 판결은 같은 날 선고된 관련 사건으로, 표현대표이사가 대표이사 명의로 체결한 연대보증계약에 관한 회사의 책임, 자기거래 및 대표권 남용의 법리를 동일한 취지에서 판시하였다.

관련법령

상법 제395조는 사장·부사장·전무·상무 기타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한 이사의 행위에 대하여 회사가 선의의 제3자에게 책임을 지도록 규정한다.
상법 제398조는 이사 등이 자기 또는 제3자의 계산으로 회사와 거래하려는 경우 이사회에 중요 사실을 밝히고 승인을 받도록 규정한다.
상법 제341조는 회사가 자기 명의와 계산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요건과 범위를 규정한다.
상법 제209조상법 제389조 제3항은 대표이사의 대표권과 그 권한남용행위의 효력을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민법 제107조 제1항은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도 원칙적으로 유효하지만, 상대방이 표의자의 진의 아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무효로 한다.
민사소송법 제288조는 법원에서 당사자가 자백한 사실은 증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재판상 자백의 원칙을 규정한다.

판결

대법원 2013. 7. 11. 선고 2013다16473 판결
  • 사건명: 보증채무금
  •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3. 1. 11. 선고 2012나44534 판결
  • 결과: 피고의 상고기각

사실관계

피고 회사의 설립자이자 최대주주이고 경영지원부문 사장인 사람이 피고 회사의 다른 임직원에게 지시하여 대표이사 명의로 연대보증계약서를 작성하게 하였다.
연대보증계약은 원고가 보유한 제3의 회사 발행 주식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하여 원고가 주식매수청구권, 즉 풋옵션을 행사하는 경우 피고 회사가 해당 주식을 매수하거나 그에 따른 채무를 보증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피고 회사는 계약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경영지원부문 사장에게 회사를 대표하거나 대표이사를 대행할 권한이 없었고, 연대보증계약에 필요한 이사회 승인도 없었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원고가 표현대표자인 경영지원부문 사장이나 계약서 작성에 관여한 임직원을 직접 만나지 않았으므로 상법 제395조의 보호를 받는 거래 상대방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나아가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은 주주평등의 원칙과 투자자의 자기책임 원칙에 반하고, 자기주식 취득금지 규정을 회피한 탈법행위이며, 표현대표자가 회사의 이익과 무관하게 자신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권한을 남용한 행위이므로 무효라고 항변하였다.

핵심쟁점

이 사건의 핵심쟁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표현대표자와 직접 대면하지 않고 그가 형성한 대표권의 외관을 신뢰한 거래 상대방도 상법 제395조에 따른 보호를 받을 수 있는가.
둘째, 표현대표이사가 자신의 명칭이 아니라 대표이사의 명의를 사용하여 거래한 경우 상대방의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은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는가.
셋째, 이사회 승인 없는 자기거래의 무효를 제3자에게 주장하기 위해 회사가 증명해야 하는 사항은 무엇인가.
넷째, 풋옵션 이행을 위한 연대보증계약이 자기주식 취득금지 규정을 위반하거나 이를 회피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하는가.
다섯째, 표현대표자의 권한남용을 이유로 회사가 거래의 효력을 부정할 수 있는가.

대법원 판단

1. 표현대표자와 직접 만나지 않아도 보호받을 수 있다

상법 제395조가 보호하는 거래 상대방이 반드시 표현대표자와 직접 만나거나 직접 교섭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표현대표자 또는 그 지시를 받은 임직원이 형성한 대표권의 외관을 신뢰하여 거래하였다면, 표현대표자와의 직접적인 대면이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상법 제395조의 적용이 배제되지 않는다.
따라서 원고가 피고 회사의 경영지원부문 사장이나 계약서를 작성한 임직원을 직접 만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표현대표행위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2. 대표이사 명의를 사용한 경우에도 상법 제395조가 적용된다

상법 제395조는 표현대표이사가 자신의 명칭으로 거래한 경우뿐 아니라 대표이사의 명의를 사용하여 행위한 경우에도 적용된다.
다만 두 경우에는 상대방의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향하는 대상이 다르다.
표현대표이사가 자신의 명칭으로 거래한 경우에는 그 사람에게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는지에 관하여 상대방의 악의·중과실을 판단한다.
반면 표현대표이사가 대표이사의 이름으로 거래한 경우에는 그 사람에게 대표이사를 대리하여 해당 법률행위를 할 권한이 있는지에 관하여 상대방의 악의·중과실을 판단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회사의 설립자이자 최대주주이며 경영지원부문 사장인 사람이 대표이사 명의의 연대보증계약서 작성을 지시하였다. 피고 회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그 사람에게 대표이사를 대행할 권한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다고 보기 어려웠다.

3. 중대한 과실의 의미

상법 제395조에 따른 회사의 책임은 거래 상대방이 악의이거나 선의라도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발생하지 않는다.
여기서 중대한 과실이란 상대방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표현대표자에게 대표권 또는 대표이사 대행권이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확인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다만 단순한 확인 소홀만으로는 부족하다. 거래통념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현저하게 위반하여 공평의 관점에서 상대방을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평가될 정도여야 한다.
표현대표자가 최대주주이자 회사의 주요 경영책임자였고, 그 지시에 따라 대표이사 명의의 계약서가 작성된 사정 등을 고려하면 원고에게 대표이사 대행권의 존재를 믿은 데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4. 이사회 승인 없는 자기거래와 증명책임

대표이사가 이사회 승인 없이 자기 또는 제3자를 위한 거래를 한 경우 그 거래는 회사와 이사 사이에서는 무효이다.
그러나 회사가 그 무효를 선의의 제3자에게 주장하려면 다음 사항을 증명해야 한다.
  • 해당 거래에 이사회 승인이 필요하였다는 사실
  • 실제로 이사회 승인이 없었다는 사실
  • 제3자가 이사회 승인 없음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다는 사실
이 사건에서는 연대보증계약에 이사회 승인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승인 없음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피고 회사는 이사회 승인 부재를 이유로 원고에게 계약의 무효를 주장할 수 없었다.

5. 풋옵션과 자기주식 취득금지 규정

원고가 풋옵션을 행사하여 피고 회사가 해당 주식을 취득하더라도 피고 회사는 그 주식의 발행회사가 아니었다.
또한 주식 취득자금이 발행회사에서 출연되었다거나 주식 취득에 따른 손익이 발행회사에 귀속된다고 볼 증거도 없었다.
따라서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은 발행회사의 자기주식 취득에 해당하지 않고, 상법 제341조의 자기주식 취득 제한을 회피하기 위한 탈법적인 약정으로 볼 수도 없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55조에 따른 손실보전 금지 역시 금융투자업자와 투자자 사이에 적용되는 규정이므로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에 직접 적용되지 않았다.

6. 표현대표자의 권한남용

대표이사가 대표권 범위 내에서 행위하였다면 회사의 영리 목적과 무관하게 자신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권한을 남용했더라도 원칙적으로 회사의 행위로서 유효하다.
다만 거래 상대방이 대표이사의 권한남용 목적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는 회사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
이 법리는 표현대표이사가 대표이사 명의로 행위한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경영지원부문 사장의 권한남용 목적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피고 회사는 권한남용을 이유로 연대보증계약의 효력을 부정할 수 없었다.

결론

표현대표자와 거래 상대방이 직접 만나지 않았더라도 그가 형성한 대표권 외관을 신뢰하여 거래했다면 상법 제395조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표현대표이사가 대표이사 명의로 연대보증계약을 체결한 경우 상대방의 악의·중대한 과실은 표현대표자에게 대표이사를 대행하여 해당 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는지에 관하여 판단해야 한다.
피고 회사는 원고가 대행권 또는 이사회 승인 없음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였다. 자기주식 취득금지 위반과 권한남용에 관한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으므로 대법원은 피고 회사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표현대표이사 책임에서 거래 상대방이 대표권의 외관을 인식하게 된 방식은 본질적인 요건이 아니라는 점을 밝혔다. 상대방이 표현대표자를 직접 만나지 않았더라도 계약서·회사 조직·임직원의 행위 등을 통해 형성된 대표권 외관을 신뢰하였다면 보호될 수 있다.
특히 표현대표이사가 대표이사 명의를 사용한 경우에는 그 사람 자체의 대표권이 아니라 대표이사를 대행하여 해당 거래를 할 권한이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상대방의 악의·중과실을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또한 회사 내부의 이사회 승인 부재만으로 외부 거래의 효력이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며, 회사가 거래 상대방의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까지 증명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하였다.
같은 날 선고된 대법원 2013다5091 판결과 기본 법리는 같지만, 이 판결은 특히 표현대표자와 상대방의 직접적인 접촉이 없어도 상법 제395조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점과 악의·중과실의 판단 대상을 구체화한 데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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