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정리
판결번호
대법원 2001. 5. 8. 선고 2000두7872 판결 — 시정명령및과징금부과처분취소
관련 판례
공정거래법상 가격은 상품 또는 용역의 대가로서 거래상대방이 현실적으로 지급하는 일체의 경제적 이익을 의미하므로, 그 명칭이나 지급방식에 따라 가격 해당 여부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부당한 공동행위는 경쟁제한행위를 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성립하고, 합의 내용을 현실적으로 실행할 필요는 없다. 합의 당사자가 처음부터 합의를 따를 의사가 없었거나 일부 사업자만 합의에 참여한 경우에도 부당한 공동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
개정 법령 시행 전에 시작되었으나 시행 당시 아직 종료되지 않고 계속되는 행위에는 특별한 경과규정이 없는 한 개정 법령이 적용된다는 법리를 제시하였다.
관련 법령
아래 법령의 명칭과 개정 기준은 판결문에 표시된 형식을 그대로 사용하였다. 링크는 각 개정일 직전에 실제 시행되던 연혁법령의 해당 조문으로 연결된다.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가격의 결정·유지 또는 변경행위를 합의하는 것을 부당한 공동행위로 금지하였다.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과징금의 부과근거와 상한을 규정하였다.
1996년 개정 전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과징금 산정기준을 규정하였다.
과징금 산정기준인 매출액을 원칙적으로 해당 사업자의 직전 3개 사업연도 평균매출액으로 규정하였다.
1997년 개정 전 과징금 산정에 필요한 매출액의 범위를 규정하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위반행위의 종별과 해당 과징금의 금액을 명시하여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였다.
사실관계
국내 석도강판 시장을 과점하고 있던 원고와 다른 석도강판 사업자들은 다음과 같은 합의를 하였다.
첫째, 1995년 5월 이후 거래처로부터 징수하는 석도강판 운송비를 동일하게 정하기로 합의하였다.
석도강판은 사업자별 출고가격과 품질이 비슷한 반면 생산공장과 거래처 사이의 거리에 따른 운송비 차이가 제품경쟁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사업자들은 이러한 운송비 경쟁을 피하기 위하여 실제 운송거리에 관계없이 사업자들의 생산공장 중 거래처에서 가장 가까운 공장을 기준으로 협정 운송비를 징수하기로 했다.
둘째, 사업자들은 1996년 12월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각자의 석도강판 시장점유율을 합의하였다.
셋째, 1998년 4월 이후 석도강판의 판매가격을 동일하게 정하기로 합의하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운송비 합의, 시장점유율 합의 및 판매가격 합의를 하나의 계속된 부당한 공동행위로 보고, 전체 위반행위 기간을 1995년 5월 1일부터 1998년 6월 30일까지로 정하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위반행위 종료 당시 시행되던 법령에 따라 직전 3개 사업연도의 평균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 상한액을 산정하고, 원고에게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을 하였다.
핵심쟁점
첫째, 판매가격과 별도로 징수되는 운송비가 공정거래법상 ‘가격’에 포함되는지가 문제 되었다.
둘째, 사업자들이 운송비·시장점유율·판매가격에 관하여 합의했지만 그 합의를 완전하게 실행하지 않은 경우에도 부당한 공동행위가 성립하는지가 문제 되었다.
셋째, 위반행위가 과징금 관련 법령의 개정 전후에 걸쳐 계속된 경우 개정 전후의 기간을 나누어 각각의 법령을 적용해야 하는지, 행위 종료 당시 법령을 전체 기간에 적용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넷째, 운송비 합의·시장점유율 합의·판매가격 합의를 각각 별개의 위반행위로 보아 과징금을 따로 산정해야 하는지가 문제 되었다.
다섯째, 공정거래위원회가 원고의 기업규모와 시장점유율 등을 고려하지 않고 다른 사업자보다 불리하게 과징금을 정했는지가 문제 되었다.
법리
1. 공정거래법상 가격의 의미
구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제19조 제1항 제1호에서 말하는 ‘가격’은 사업자가 상품이나 용역의 반대급부로 거래상대방으로부터 받는 일체의 경제적 이익을 의미한다.
상품의 특성, 거래내용 및 거래방식에 비추어 거래상대방이 상품이나 용역의 대가로 현실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금액이라면 그 명칭에 관계없이 가격에 포함된다.
따라서 출고가격, 운송비, 수수료 또는 부대비용 등으로 구분하여 표시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상품의 구매를 위하여 지급해야 하는 금액이면 가격에 해당할 수 있다.
2. 운송비 합의도 가격담합에 해당한다
석도강판은 출고가격과 품질이 사업자별로 동일하거나 비슷했고, 생산공장의 위치에 따른 운송비 차이가 중요한 경쟁요소였다.
사업자들은 실제 운송거리에 따른 경쟁을 회피하기 위해 가장 가까운 생산공장을 기준으로 동일한 협정 운송비를 징수하기로 했다. 그 결과 거래처가 현실적으로 지급하는 인도가격은 사업자의 생산공장 위치와 무관하게 동일하거나 비슷해졌다.
대법원은 석도강판의 가격을 판매가격과 운송비를 합한 인도가격으로 보았다. 운송비 합의는 그 인도가격을 사업자들의 의도대로 결정한 것이므로 가격담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운송비가 형식적으로 판매가격에 포함되지 않았거나 거래처가 해당 운송방식을 반드시 이용해야 했던 것이 아니라는 사정은 결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3. 부당한 공동행위는 합의만으로 성립한다
부당한 공동행위는 사업자들이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를 하기로 합의하면 성립한다. 합의 내용을 실제로 실행하거나 합의를 완전하게 준수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원고가 운송비 또는 시장점유율 합의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추가 운송비 인상 요청을 거절했다는 사정만으로 부당한 공동행위의 성립이 부정되지 않는다.
4. 계속된 위반행위에는 종료 당시 법령이 적용된다
법령 개정 전에 시작된 행위가 개정 법령 시행 당시에도 종료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면, 특별한 경과규정이 없는 한 개정 법령이 적용된다.
이 사건 공동행위는 과징금 관련 법령의 개정 전부터 시작되어 개정 후까지 계속되었다. 따라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위반기간을 개정 전후로 나누지 않고 공동행위 종료 당시 시행되던 법령을 적용하여 과징금을 산정한 것은 적법하다.
5. 실질적으로 하나인 공동행위는 통합하여 과징금을 산정할 수 있다
운송비 합의, 시장점유율 합의 및 판매가격 합의는 모두 석도강판이라는 동일한 상품을 대상으로 했다. 각 합의의 실행기간도 서로 중첩되거나 연속되었고, 모두 국내 석도강판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려는 목적과 효과를 가졌다.
대법원은 세 합의가 구체적인 내용은 다르더라도 위반행위의 종별이 서로 다르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각 합의별로 과징금을 따로 산정하지 않고 전체 위반기간의 석도강판 매출액을 기초로 하나의 과징금을 산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구체적 판단
대법원은 운송비가 석도강판을 공급받기 위하여 거래처가 현실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경제적 이익이므로 공정거래법상 가격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운송비 합의로 사업자별 생산공장의 위치에 따른 가격경쟁이 제거되었으므로, 해당 합의는 국내 석도강판 시장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가격결정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원고가 합의를 제대로 실행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당한 공동행위는 합의만으로 성립하기 때문이다.
과징금 산정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공동행위 종료 당시 시행되던 개정 법령을 전체 위반기간에 적용할 수 있다.
운송비·시장점유율·판매가격 합의를 실질적으로 하나의 계속된 공동행위로 보아 과징금을 산정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모든 사업자에 대해 동일한 기준으로 1차 감액한 후 원고의 과징금 부담능력이 열세인 점을 고려하여 추가 감액했으므로 형평에 어긋난 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
결론
대법원은 운송비 합의 등이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원심 판단을 받아들여 원고 사업자의 상고를 기각했다.
반면 원심이 과징금 산정방식과 감액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 일부를 취소한 것은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원심판결 중 공정거래위원회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다.
판결의 의미
공정거래법상 가격은 명목상의 판매가격에 한정되지 않는다. 운송비·수수료·부대비용 등 거래상대방이 상품이나 용역을 공급받기 위해 현실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도 가격에 포함될 수 있다.
또한 담합은 합의가 이루어진 때 성립하므로 일부 사업자가 합의를 제대로 실행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여러 합의가 동일한 상품과 시장을 대상으로 경쟁을 제한하고 그 실행기간이 중첩되거나 연속된다면, 개별 합의를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계속된 공동행위로 평가하여 종료 당시 법령에 따라 과징금을 산정할 수 있다는 점도 명확히 한 판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