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감정가격이 적정가격보다 약 11.2% 높게 평가된 경우의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핵심 결론 감정가격과 적정가격의 차이가 30% 미만이어도 평가방법과 과실의 정도에 따라 배상책임이 인정된다. 중과실에 의한 약 11.2%의 과대평가를 인정하되, 의뢰인의 가격 유도와 촉박한 감정 요구 등을 고려하여 배상액을 3,000만 원으로 제한한 사례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해당 판례 및 사건 경과

구분판결판단 결과
제1심수원지방법원 1995. 11. 10. 선고 93가합21791 판결원고 패소
환송 전 항소심서울고등법원 1996. 11. 6. 선고 95나49983 판결감정가격과 적정가격 사이의 현저한 차이를 인정하지 않아 원고 패소
파기환송심대법원 1997. 5. 7. 선고 96다52427 판결가격 차이의 비율만으로 책임을 판단할 수 없다고 보아 파기환송
환송 후 항소심서울고등법원 1998. 5. 14. 선고 97나22500 판결감정평가업자의 책임을 인정하고 3,000만 원 및 지연손해금 지급 명령
재상고심대법원 1999. 4. 23. 선고 98다28916 판결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여 환송 후 판결 확정
재상고심은 감정평가업자의 중과실, 손해와의 인과관계 및 ‘현저한 차이’에 관한 상고이유를 판단하여 기각하였다.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된 사건은 아니다.

관련 법령

  • 구 지가공시및토지등의평가에관한법률(1989. 4. 1. 법률 제4120호로 제정된 것) 제9조 제1항·제2항 감정평가업자가 토지를 평가할 때에는 유사한 이용가치를 지닌 표준지의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위치·지형·환경 등 객관적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비교하도록 정한 규정이다.
  • 구 지가공시및토지등의평가에관한법률(1989. 4. 1. 법률 제4120호로 제정된 것) 제26조 제1항 고의 또는 과실로 적정가격과 현저한 차이가 있게 감정평가하여 의뢰인이나 선의의 제3자에게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감정평가업자의 배상책임을 정한 규정이다.
  • 구 감정평가에관한규칙(1989. 12. 21. 건설부령 제460호로 제정된 것) 제17조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지가변동률 등을 참작하고, 평가대상 토지와 표준지의 지역요인·개별요인을 분석하여 필요한 조정을 하도록 정한 규정이다.
현재는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 제28조 제1항이 감정평가법인등의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하고 있으며, ‘적정가격과 현저한 차이가 있게 감정평가’한다는 요건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관계

가. 공사의 청사 부지 매입과 감정 의뢰

농어촌진흥공사는 경기지사의 청사를 신축하기 위하여 수원시에 있는 토지 5필지를 매입하려 하였다.
토지들은 자연녹지지역에 있었고, 당시 공로에 직접 연결되지 않은 상태였다. 매도인은 공사가 토지를 매수하면 도시계획도로가 개설될 때까지 별도의 진입로 부지를 무상으로 사용하게 해 주기로 하였다.
공사는 1990년 안에 매입을 마치려 하였고, 매도인과 매매가격을 평당 100만 원 이하로 정하는 방향으로 잠정 협의하였다. 이후 1990년 12월 24일 피고 감정평가업자에게 감정을 의뢰하면서 이러한 협의 내용과 진입로 무상제공 사실을 알리고 신속한 평가를 요구하였다.

나. 감정가격에 따른 매매계약 체결

피고는 이틀 뒤인 1990년 12월 26일 토지를 평당 100만 원, 총 1,234,805,000원으로 평가하였다.
그러나 표준지와 대상 토지의 가격형성 요인을 구체적으로 비교하지 않고, 위치·형상·주위 거래시세에 비추어 평당 100만 원으로 유추한다는 정도로 평가 근거를 설명하였다.
공사는 그 감정가격으로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하고, 1990년 12월 28일 감정가격과 거의 같은 1,234,800,000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하여 대금을 지급하였다.

다. 감사 후 감정평가업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이후 감사원은 감정가격이 적정하지 않다고 보아 한국감정원에 가격 조사를 의뢰하였다. 공사는 그 조사 결과를 근거로 토지를 과다한 가격에 매수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439,426,000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다만 법원은 감사원 의뢰 조사액을 그대로 적정가격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소송 과정에서 이루어진 감정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환송 후 새로 실시한 감정을 통하여 적정가격을 다시 판단하였다.

주요 쟁점과 법원의 판단

가. 감정가격 차이가 30% 미만이면 배상책임이 없는가

환송 전 항소심은 피고의 감정가격이 제1심 법원 감정액의 약 1.28배라는 점 등을 들어 ‘현저한 차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관련 규정의 1.3배 기준은 여러 감정평가액의 차이가 큰 경우 다른 감정평가업자에게 다시 평가를 의뢰할 수 있도록 하는 기준이다. 이를 감정평가업자의 손해배상책임을 결정하는 획일적인 기준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현저한 차이’인지는 가격 차이의 비율뿐 아니라 부당한 감정에 이르게 된 경위와 감정평가업자의 귀책사유를 함께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나. 비교 기준이 되는 적정가격도 타당한 감정을 통하여 확인해야 한다

대법원은 피고의 감정뿐 아니라 적정가격의 기준으로 삼은 제1심 법원 감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토지가 도로에 접하는지, 각 필지의 형상이 어떠한지 등에 관한 설명이 실제 현황과 맞지 않았고, 표준지와의 비교수치를 정한 근거도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환송 후 항소심은 다음 사정을 반영한 새로운 감정을 채택하였다.
  • 5필지를 하나의 청사 부지로 함께 사용하는 사정
  • 공로에 이르는 진입로가 무상으로 제공되는 사정
  • 토지의 위치·환경·도로 여건
  • 지목변경 등에 필요한 비용
이에 따라 토지의 적정가격을 1,110,304,000원으로 인정하였다. 최초 조사액이나 앞선 법원 감정액이 최종 손해 산정의 기준이 된 것은 아니다.

다. 약 11.2%의 차이에 대해서도 ‘현저한 차이’를 인정하였다

환송 후 인정된 적정가격과 피고의 감정가격 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었다.
구분금액
피고의 감정가격1,234,805,000원
환송 후 인정된 적정가격1,110,304,000원
두 가격의 차이124,501,000원
적정가격 대비 차이의 비율약 11.2%
법원은 피고가 법령상 평가방법을 따르지 않고 자의적으로 평가한 점, 공사의 무리한 연내 매입 추진에 동조한 점 등을 고려하여 중과실을 인정하였다. 이러한 사정과 가격 차이를 종합하여 ‘현저한 차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11.2%가 일반적인 배상책임의 기준이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 사건에서는 가격 차이와 부당감정의 구체적인 경위가 함께 고려되었다.

라. 공사의 가격 협의가 있었다고 하여 인과관계가 부정되지는 않았다

피고는 공사와 매도인이 이미 평당 100만 원으로 매매가격을 정해 놓았으므로, 자신의 감정 때문에 손해가 발생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감정 의뢰 전에 매매가격이 확정되었다거나, 적정하게 감정하였더라도 공사가 동일한 가격에 매수하였을 것이라는 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았다.
공사는 감정가격을 예정가격 결정의 기초자료로 사용하였고, 실제로 그 가격과 거의 같은 금액에 토지를 매수하였다. 따라서 부당감정과 과다한 매매대금 지출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었다.
공사가 매매예정가격을 제시하며 감정을 서두르게 한 사정은 인과관계를 전부 부정하는 사유가 아니라, 배상액을 줄이는 사유로 반영되었다.

마. 공사의 잘못과 형평상 사정을 고려하여 책임을 제한하였다

법원은 공사 측에도 다음과 같은 잘못이 있다고 보았다.
  • 연내 매입을 마치기 위하여 감정평가를 무리하게 서둘렀다.
  • 당시 규정상 원칙적으로 감정평가법인이나 합동사무소에 의뢰하여야 할 규모였는데도 개인 감정평가업자에게 의뢰하였다.
  • 충분한 평가기간을 주지 않았다.
  • ‘평당 100만 원 이하’라는 예정금액이 적힌 매매동의서를 보내 감정가격을 부당하게 유도하였다.
이러한 공사의 과실 외에도 피고의 감정보수가 1,046,000원이었던 점, 공사가 진입로를 장기간 무상으로 사용한 점 등을 신의칙과 형평의 관점에서 추가로 고려하였다.
그 결과 피고가 배상할 금액을 3,000만 원으로 제한하였다. 일정한 책임비율을 제시하여 계산한 판결은 아니다.
최종 인정된 손해와 배상액
구분금액
공사가 실제 지급한 매매대금1,234,800,000원
법원이 인정한 적정가격1,110,304,000원
책임제한 전 손해액124,496,000원
책임제한 후 최종 배상액30,000,000원
손해액은 실제 지급한 매매대금에서 적정가격을 뺀 금액이다. 감정가격은 실제 매매대금보다 5,000원 높았으므로, 앞서 본 감정가격 차액 124,501,000원과 실제 손해액 124,496,000원을 구별하여야 한다.
확정된 지연손해금은 3,000만 원에 대하여 1993년 11월 27일부터 1998년 5월 14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25%이다. 이는 당시 판결에서 적용한 이율이다.

실무상 의미

이 판례는 감정평가업자의 책임을 판단할 때 가격 차이의 크기, 평가방법의 적정성, 귀책사유, 손해와의 인과관계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점을 보여 준다.
의뢰인도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거나 감정기간을 지나치게 단축하면 손해배상액이 줄어들 수 있다. 반면 그러한 요구를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감정평가업자의 독립적이고 적정한 평가의무가 면제되지는 않는다.
또한 부당감정을 입증하기 위한 비교 감정 자체도 타당해야 한다. 법원 감정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채택되는 것이 아니라, 표준지 선정과 가격형성 요인의 비교·조정 근거가 구체적으로 설명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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