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장이 돈을 받고 마을의 반대 결의를 뒤집었다면, 주민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할까?

핵심 결론 마을 이장이 금품을 받고 총회 결의에 반하는 행위를 했더라도 주민 개개인에 대한 위자료 책임이 곧바로 성립하지는 않는다. 주민의 법익 침해와 정신적 손해가 별도로 인정되어야 하며, 환송심은 형사 유죄 확정에도 주민들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23다314022, 2019다268061

해당 판결

대법원 2024년 7월 11일 선고 2023다314022 판결〔손해배상(기)〕
하급심 및 파기환송 경과
  • 제1심: 제주지방법원 2021년 9월 30일 선고 2020가단56447 판결 주민들이 각 100만 원의 위자료를 청구한 데 대하여, 각 30만 원 및 지연손해금을 인정하였다.
  • 환송 전 항소심: 제주지방법원 2023년 11월 13일 선고 2021나16928 판결 이장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여 제1심 판단을 유지하였다.
  • 대법원: 2024년 7월 11일 선고 2023다314022 판결 주민들에 대한 불법행위의 위법성과 손해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파기환송하였다.
  • 파기환송심: 제주지방법원 2026년 1월 21일 선고 2024나12378 판결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부분에 해당하는 주민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결과적으로 주민들의 위자료 청구는 전부 배척되었다.

관련 판례

대법원 2021년 6월 30일 선고 2019다268061 판결
이 사건 대법원과 환송심이 직접 인용한 판결이다. 불법행위의 위법성은 문제 되는 행위마다 개별적·상대적으로 판단하며, 절대권뿐 아니라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도 불법행위법의 보호대상이 될 수 있다는 법리와 관련된다.

관련 법령

  • 민법 제750조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의 손해배상책임.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직접적인 참조조문이다.
  • 민법 제751조 제1항 정신적 고통 등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
  • 민법 제681조 수임인의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이장의 선관주의의무 위반이라는 쟁점을 이해하기 위한 관련 조문이다.

사실관계

마을 총회는 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에 반대하기로 결정하였다
원고들은 마을회의 구성원인 주민들이고, 피고는 2018년 2월부터 2021년 1월경까지 이장으로 재직한 사람이다.
2019년 4월 9일 총회에서 사파리 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에 대한 비밀투표가 진행되었다. 참여자 109명 중 찬성 17표, 반대 84표, 무효 8표로 반대 결의가 이루어졌고, 반대대책위원회도 구성되었다.
이장은 다음 날 관계기관에 반대 결의와 대책위원회 구성을 알리면서 사업 심의·승인의 중지를 요청하였다.
개발업자에게 금전을 받은 뒤 총회 결의와 반대되는 행위를 하였다
이장은 개발업자 측으로부터 2019년 5월 28일부터 2020년 4월 14일경까지 합계 2,750만 원을 지급받았다.
그 과정에서 총회가 구성한 기구가 아닌 찬성위원회의 구성을 관계기관에 알리고, 2019년 7월 26일 개발업자와 인허가 협조 등이 포함된 상호협약서를 작성하였다. 같은 날 관계기관에는 마을회의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철회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협약 체결을 승인하는 총회는 열리지 않았다. 국가법령정보센터
주민들은 자신들의 의사가 왜곡되었다며 위자료를 청구하였다
주민들은 이장이 총회 결의를 무시하고 주민들의 의사를 왜곡하여 정신적 고통을 주었다며 각 100만 원을 청구하였다.
환송 전 항소심은 선관주의의무 위반으로 주민들이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보아 각 30만 원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주민 개개인의 법익 침해와 손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2023다314022
형사 유죄는 확정되었지만 환송심에서 민사청구는 기각되었다
이장은 이장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는 배임수재죄 및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죄로 기소되었다.
제주지방법원은 2023년 5월 12일 2021고단927 사건에서 유죄를 선고하였고, 항소심과 상고심을 거쳐 2024년 5월 9일 확정되었다. 환송심은 이 사실을 명시하면서도 주민들의 위자료 청구를 기각하였다.

법리

대표자의 잘못과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은 구별된다
대표자가 단체의 결의를 따르지 않았거나 형사상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만으로, 구성원 모두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구성원이 개인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자신의 권리 또는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이 침해되었고, 그로 인하여 배상할 손해가 발생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한다. 위법성은 문제 되는 행위와 침해된 이익의 관계에서 개별적·상대적으로 판단한다. 대법원-2023다314022
총회 결의에 반하는 사후 행위만으로 의결권 침해가 인정되지는 않았다
주민들은 총회에서 실제로 의결권을 행사하였고, 사업 반대 결의도 성립하였다. 문제 된 이장의 행위는 그 이후에 이루어졌다.
대법원은 성립한 결의와 상충되는 행위를 했다는 사정만으로 주민들의 의결권을 침해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결의의 집행을 거스른 문제와 구성원의 의결권 행사 자체를 침해한 문제를 구별한 것이다.
협약과 공문으로 주민들에게 법적 의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웠다
찬성위원회 구성 통지, 반대 입장 철회 공문, 상호협약서는 법적 효력이 없거나 불분명하였고, 그로 인해 마을회나 주민들이 개발사업에 관한 법적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그 행위들로 주민 개개인의 권리나 이익이 침해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려웠다. 이 판결이 법적 효력 없는 행위는 언제나 불법행위가 될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 주민들에게 미친 구체적인 영향을 검토한 결과이다.
마을의 혼란만으로 배상할 정신적 손해가 인정되지는 않았다
대법원은 이장의 행위로 혼란이 생겼더라도, 그 행위에 힘입어 개발사업이 실제 추진되거나 성사되는 단계까지 나아가지 않은 사정을 고려하였다.
그 결과 주민들에게 위자료로 배상할 만한 정신적 고통이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이 사건의 구체적 사정에 따른 판단이며, 개발사업이 실제 추진되어야만 모든 정신적 손해배상이 가능하다는 일반적 요건을 정한 것은 아니다.
환송심은 형사 유죄 확정과 주민들의 위자료 책임을 구별하였다
환송심은 대법원 판단에 따라 의결권 침해, 법적 의무 부담 및 정신적 손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다. 이에 손해배상액을 판단할 필요 없이 주민들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형사책임이 부정된 것이 아니라, 주민 개개인에 대한 민사상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본 사건이다.

실무적 유의점

  • 누가 피해자인지 먼저 구분해야 한다. 단체 자체의 손해와 구성원 개인의 손해는 별개이다. 이 사건은 주민 개인들이 청구한 위자료에 관한 판단이다.
  • 형사 유죄 외에 개인의 법익 침해를 구체화해야 한다. 대표자의 금품수수나 임무 위반만 제시하기보다, 각 청구인의 어떤 이익이 침해되었는지 밝혀야 한다.
  • 정신적 손해의 발생 경위를 입증해야 한다. 대표자에 대한 실망이나 단체 내부의 혼란을 넘어, 해당 행위가 개인에게 미친 구체적인 불이익과 정신적 고통을 설명해야 한다.
  • 판결의 범위를 확대해서는 안 된다. 이 판결은 대표자의 결의 위반을 적법하다고 인정하거나, 단체에 대한 책임 등 모든 책임을 부정한 판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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