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가상자산 거래소의 허위 잔고 입력과 사전자기록위작—대표이사·관리자의 입력권한 남용

핵심 결론 전자기록 입력권한이 있는 사람도 권한을 남용하여 운영 주체의 의사에 반하는 허위 기록을 생성하면 사전자기록위작죄가 성립할 수 있다. 회사의 전자기록은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직원에게도 타인의 기록이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9도11294, 2004도6132, 2008도938, 2007도3798

해당판례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9도11294 전원합의체 판결
사건명: 사기·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업무상횡령·업무상배임·사전자기록등위작·위작사전자기록등행사·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상법위반
결론: 피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 사전자기록등위작 및 행사 부분에 관하여 대법관 5명의 반대의견이 있다.
하급심
원심은 서울고등법원 2019. 7. 23. 선고 2019노396 판결이다.
원심은 피고인들이 거래소 시스템의 차명계정에 실제 입금되지 않은 원화와 가상자산의 보유량을 입력한 것은 허위정보 입력이라고 판단하였다. 입력권한이 있더라도 이를 남용하여 회사의 의사에 반하는 전자기록을 생성하였으므로 사전자기록위작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피고인들은 입력된 포인트가 허위가 아니고, 거래소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것이어서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도 없으며, 대표이사가 관리하는 회사 시스템은 타인의 전자기록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입력권한자의 허위정보 입력은 법률상 ‘위작’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다투었다.
대법원 다수의견은 위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원심을 유지하였다. 따라서 원심과 대법원 사이에 결론의 차이는 없으며, 파기환송도 없다. 전원합의체의 핵심 쟁점은 입력권한자의 권한남용적 허위작성까지 사전자기록위작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였다. 대상판결

관련판례

  • 대법원 2005. 6. 9. 선고 2004도6132 판결: 공전자기록의 위작에는 무권한자의 기록 생성뿐 아니라 입력권한자가 권한을 남용하여 허위정보를 입력하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은 이 해석이 사전자기록에도 적용된다고 명확히 하였다.
  • 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8도938 판결: 전자기록의 시스템 내 증명적 기능과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의 의미에 관한 선행 판례이다. 대상판결은 거래소 운영회사 자체의 사무처리가 잘못되는지를 판단하면서 이를 인용하였다.
  • 대법원 2007. 7. 27. 선고 2007도3798 판결: 권한남용에 의한 공전자기록 위작을 인정한 판례군에 속한다. 대상판결은 공·사전자기록에 공통으로 사용된 ‘위작’의 의미를 통일적으로 해석하는 근거로 참조하였다.

관련법령

  • 형법 제232조의2: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으로 권리·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전자기록 등을 위작·변작하는 행위의 처벌 근거.
  • 형법 제234조: 위작·변작된 사전자기록 등의 행사에 관한 처벌 근거.
  • 형법 제227조의2: 공전자기록등위작·변작죄. 사전자기록에서의 ‘위작’을 해석하는 비교 규정.
  • 형법 제231조: 사문서위조·변조죄. 사문서의 ‘위조’와 전자기록의 ‘위작’을 동일하게 해석해야 하는지가 다수의견과 반대의견 사이의 쟁점이었다.
  • 헌법 제13조 제1항: 죄형법정주의와 형벌법규의 확장·유추해석 금지에 관한 근거.

사실관계

피고인 1은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회사의 대표이사로 회사 업무를 총괄하였고, 피고인 2는 사내이사로 회사 자금 등을 관리하였다.
거래소 시스템은 고객이 은행계좌나 전자지갑에 원화 또는 가상자산을 입금하면 이에 대응하는 포인트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구조였다. 관리자의 수동 입력은 실제 입금액과 표시 잔고가 일치하지 않는 등 예외적인 오류를 수정하기 위한 기능이었다.
피고인들은 거래소를 개장하면서 다수 회원의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차명계정에 실재하지 않는 잔고를 입력하고 자동주문 프로그램인 ‘봇 프로그램’을 이용하기로 하였다.
  • 거래소 개장 직전인 2018. 1. 5. 관리자 계정으로 접속하여 차명계정 5개를 만들고, 총 30회에 걸쳐 원화·가상자산 포인트 보유량을 조작 입력하여 시스템에 표시하였다.
  • 이후 시스템 과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프로그램을 보완하고, 같은 달 19일 차명계정 10개를 추가로 만들어 총 60회에 걸쳐 보유량을 조작 입력하였다.
  • 이 계정들을 이용한 거래가 실제 고객들의 거래와 함께 이루어졌지만, 고객들은 상대방 계정의 잔고가 실제 입금 없이 생성되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
대법원은 차명계정 명의인들이 실제 자산을 입금하지 않았으므로 입력된 포인트에 대응하는 출금청구권을 취득하지 않았다고 보았다. 시스템에 숫자를 입력하였다는 사실 자체가 실질적인 권리의 존재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판결의 사실관계 및 판단

법리

일반적인 판단 기준
‘허위정보’는 입력 내용과 진실이 일치하지 않아 전자기록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위태롭게 하는 정보를 말한다.
사전자기록위작죄의 ‘위작’에는 권한이 없는 사람이 기록을 생성하는 경우뿐 아니라, 입력권한을 부여받은 사람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시스템 설치·운영 주체의 의사에 반하는 허위 기록을 생성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다만 허위 입력이라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처벌되는 것은 아니다. 권리·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전자기록이어야 하고, 권한남용 및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도 인정되어야 한다.
회사의 전자기록과 대표이사의 지위
시스템을 설치·운영하는 주체는 법인이고,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직원은 법인으로부터 권한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회사 시스템의 전자기록은 대표이사에게도 ‘타인의 전자기록’이다.
대표이사가 관리자 계정에 접근할 수 있다는 사정과 회사의 의사에 반하는 허위 잔고를 만들 권한이 있다는 것은 구별된다.
해당 사건에 대한 적용
피고인들의 관리자 권한은 입금액과 표시 잔고의 불일치 등 오류를 바로잡기 위한 제한적인 권한이었다. 실제 입금 없이 거래 활성화의 외관을 만들기 위해 포인트를 입력한 것은 그 범위를 벗어났다.
또한 허위 잔고를 가진 계정이 정상적인 거래·출금 권한을 가진 것처럼 표시되면서 회사는 부당한 거래나 출금 요청에 노출되었다. 고객 신뢰 상실, 회사의 손해배상책임 및 시스템 장애 가능성도 발생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거래소 안정화라는 피고인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을 인정하였다. 다수의견

반대의견

이기택·김재형·박정화·안철상·노태악 대법관은 사전자기록의 ‘위작’을 무권한자의 작성인 유형위조로 한정해야 한다고 보았다.
사문서의 허위작성은 원칙적으로 처벌하지 않으면서, 사전자기록에서는 입력권한자의 허위작성까지 ‘위작’으로 처벌하는 것은 문언과 형법 체계를 벗어난 확장해석이라는 취지이다. 대표이사가 회사 기관으로서 한 행위를 곧바로 회사 의사에 반하는 권한남용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하였다.
다수의견은 전자기록의 생성·처리 방식과 증명적 기능이 종이 문서와 다르고, 전자기록죄의 구성요건과 입법 취지도 별도로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무적 유의점

  • 기술적 접근권한과 업무상 허용된 수정권한을 구분해야 한다. 관리자 계정 보유만으로 허위정보 입력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 시스템 설계서, 이용약관, 관리자 매뉴얼, 경고창, 승인 절차 및 변경 이력은 입력권한의 범위와 남용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자료이다.
  • 허위성은 실제 은행 입출금·블록체인 전송 기록과 내부 잔고를 대조하여 입증해야 한다. 장부에 표시된 잔고만으로 실제 입금이나 출금청구권의 존재를 전제해서는 안 된다.
  •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은 운영 주체인 회사의 업무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거래 활성화나 회사 이익을 위한 조치였다는 주장만으로 그 목적이 부정되지는 않는다.
  • 테스트용 데이터와 실제 고객 거래에 사용되는 데이터를 분리하고, 잔고 수동 조정에는 근거자료·복수 승인·변경 기록을 남기는 절차가 필요하다.
  • 자동주문이나 시장조성 프로그램의 사용 자체가 이 판결의 처벌 근거는 아니다. 실제 입금 없는 허위 잔고 생성과 그 기록을 실제 거래시스템에서 사용한 행위가 핵심이다.
이 글이 다룬 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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