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례
사건명은 채무부존재확인이다. 대법원은 원고들의 대출채무를 부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하였다.
하급심
제1심은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11. 11. 선고 2015가단5343462 판결이고, 환송 전 원심은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8. 9. 선고 2016나80085 판결이다.
환송 전 원심은 사기단이 원고들을 속여 개인정보를 취득하고 공인인증서를 재발급받았다는 사정 등을 들어,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7조 제2항 제2호에 따라 대출계약의 효력을 원고들에게 귀속시킬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공인인증서를 통한 본인확인이 이루어진 이상, 사기단이 인증서를 부정하게 재발급받았다는 사정만으로 대부업자의 신뢰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당시 추가적인 본인확인조치를 규정한 전기통신금융사기 관련 특별법의 해당 조항도 피고 대부업자들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환송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7. 3. 선고 2018나21233 판결은 제1심판결 중 피고들에 대한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환송심은 특히 다음을 구별하였다.
- 사기단이 전자서명생성정보를 지배·관리하였으므로, 해당 서명은 구 전자서명법상 공인전자서명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 따라서 공인전자서명을 전제로 하는 진정성 추정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
- 그러나 대출계약의 효력은 그 추정 규정과 별개로 전자문서법 제7조 제2항 제2호에 따라 원고들에게 귀속될 수 있다.
즉, 환송심은 원고들이 실제로 대출을 신청하거나 서명하였다고 인정한 것이 아니라, 명의도용으로 작성된 전자문서의 법률효과가 원고들에게 귀속된다고 판단하였다.
관련판례
시어머니가 며느리 명의의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아 연대보증계약을 체결한 사건이다. 대상판결을 인용하여 공인인증서에 의한 본인확인과 추가 확인절차의 필요성을 검토하였다.
다만 이 판결은 시어머니에게 부여된 기본대리권 등을 인정하여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 법리를 유추적용하였다는 점에서, 전자문서법상 효력 귀속을 직접 근거로 삼은 대상사건과 구별된다. 또한 2013년에 체결된 보증계약에 관한 판단이므로 이후 도입된 보증의 서면 방식 규정과 적용 시점을 구별해야 한다.
관련법령
-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7조 제2항 제2호 수신자가 정당한 이유를 가지고 신뢰한 전자문서의 의사표시를 작성자의 것으로 보아 행위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다. 이 사건 대출계약의 효력을 원고들에게 귀속시키는 직접적인 근거이다.
-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11조 전자거래 중 전자서명에 관한 사항은 전자서명법에 따르도록 하는 규정이다.
- 구 전자서명법(2020. 6. 9. 법률 제17354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3호 나목·제8호 공인전자서명의 요건과 공인인증서의 정의에 관한 규정이다. 환송심은 서명 당시 가입자인 원고들이 전자서명생성정보를 지배·관리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하였다.
- 구 전자서명법(2020. 6. 9. 법률 제17354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2항 공인전자서명이 있는 경우 서명의 진정성과 서명 후 문서 내용의 불변경을 추정하는 규정이다. 환송심은 이 사건 서명에는 해당 추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 구 전자서명법(2020. 6. 9. 법률 제17354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의2 다른 법률이 제한하거나 배제하지 않는 경우 공인인증서로 본인확인을 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이 조항 자체가 모든 명의도용 거래의 효력을 명의인에게 귀속시키는 것은 아니다.
- 구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2020. 6. 9. 법률 제173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의2 제3항 제1호 공인인증서로 본인확인을 하고 인터넷에서 중요사항을 직접 입력하게 한 경우 자필 기재로 보는 규정이다. 대법원은 이를 대부계약에도 전자문서법상 법리를 적용하는 근거로 들었다.
전자서명법의 2020년 전부개정으로 공인인증서 관련 법체계가 변경되었으므로, 위 조문과 판단은 거래 당시의 구법을 기준으로 이해해야 한다. 전자서명법 개정문
사실관계
원고들은 취업을 가장한 보이스피싱 사기의 피해자 16명이고, 피고들은 아프로파이낸셜대부 주식회사 등 대부업체 3곳이다.
사기단은 재택근무를 구하는 여성들에게 취업을 시켜줄 것처럼 접근하였다. 업무나 급여 지급에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신분증 사진과 금융거래정보를 확보한 뒤, 피해자 명의의 공인인증서를 재발급받아 인터넷대출을 신청하고 대출금을 인출하였다.
환송심이 구체적으로 인정한 원고 M의 피해 경위는 다음과 같다.
- 사기단은 2015. 7. 16.경 구인 사이트에 올라온 이력서를 보고 연락하여 은행 외주업체 직원을 사칭하였다.
- 개인정보가 담긴 엑셀파일을 보내 주민등록번호 일부를 가리거나 이메일을 정리하는 작업을 약 1주일간 시켜 실제 취업한 것으로 믿게 하였다.
- 근로계약서와 운전면허증 사진을 제출받고, 급여통장 명목으로 계좌를 개설하게 하였다.
- 은행 대표전화로 보이도록 발신번호를 조작한 뒤 전산팀 직원을 사칭하여 계좌번호, 보안카드번호,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등을 알아냈다.
- 이 정보로 M 명의의 휴대전화를 개통하고 공인인증서와 모바일현금카드를 발급받았다.
2015. 7. 24.과 다음 날 대부업체 두 곳에서 각각 300만 원을 대출받아 M 명의 계좌로 입금시킨 뒤 전액 인출하였다.
다른 원고들도 대체로 같은 방법으로 피해를 입었다. 대출 과정에서 사기단은 원고들 명의의 공인인증서를 이용하고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등을 정확히 입력하였으며, 신분증 사본도 팩스로 제출하였다.
원고들은 대출을 신청하거나 사기단에 대출계약 체결 권한을 부여한 사실이 없다는 이유로 대출채무의 부존재확인을 청구하였다.
법리
공인인증서에 의한 본인확인과 계약 효력의 귀속
일반적인 판단 기준: 구 공인인증서로 본인확인을 거쳐 송신된 전자문서는, 명의인의 실제 의사에 반하여 작성되었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자문서법 제7조 제2항 제2호에 따른 신뢰의 대상이 된다. 수신자는 그 의사표시를 명의인의 것으로 보아 거래할 수 있다.
해당 사건에 대한 적용: 피고들은 공인인증서에 의한 본인확인을 거쳐 대출을 실행하였다. 사기단이 개인정보를 편취하여 인증서를 재발급받았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들이 가진 신뢰의 정당성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전자서명의 진정성 추정과 효력 귀속의 구별
일반적인 판단 기준: 전자서명이 명의인의 서명으로 추정되는지와, 제3자가 작성한 전자문서의 법률효과가 명의인에게 귀속되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진정성 추정이 부정되어도 전자문서법상 귀속 요건을 따로 심사해야 한다.
해당 사건에 대한 적용: 환송심은 원고들이 전자서명생성정보를 지배·관리하지 않았으므로 공인전자서명 요건과 진정성 추정을 부정하였다. 그럼에도 전자문서법 제7조 제2항 제2호에 따라 대출계약의 효력을 인정하였다.
또한 공인인증서로 본인확인을 허용한 구 전자서명법 제18조의2 자체가 효력 귀속의 직접적인 근거는 아니라고 설명하였다.
추가적인 본인확인절차의 필요성
일반적인 판단 기준: 대상판결의 구법 체계에서는 공인인증서를 통한 본인확인이 이루어진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전화나 면담을 반드시 추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별도 법률이 요구하는 확인의무의 적용 여부는 구별하여 판단한다.
해당 사건에 대한 적용: 대법원은 당시 전기통신금융사기 관련 특별법의 추가 본인확인 규정이 대부업자인 피고들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환송심은 신분증 사본까지 제출받았다는 사정도 고려하였다.
명의인과 사기단 사이의 내부관계
일반적인 판단 기준: 환송심은 전자문서법 제7조 제2항 제2호의 적용에 가족관계나 고용관계 등 실질적인 내부관계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해석하였다.
해당 사건에 대한 적용: 원고들과 사기단 사이에 대리권이나 실제 고용관계가 없더라도, 공인인증서를 통한 본인확인과 거래 경위를 토대로 수신자의 정당한 신뢰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실무적 유의점
- 명의도용 사실과 계약 효력의 귀속을 나누어 주장해야 한다. 본인이 신청하거나 서명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채무가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 채무를 다투는 측은 인증서 부정발급 경위뿐 아니라 대출업자가 명의도용을 의심할 만한 구체적인 사정, 인증 실패나 정보 불일치, 사고신고의 시점 등을 검토해야 한다.
- 대출업자는 인증 이력, 접속기록, 제출된 신분증, 중요사항 입력기록, 입금계좌 확인자료 등 실제 본인확인 절차를 입증할 자료를 보존할 필요가 있다.
- 이 판결을 “피해자의 중대한 과실 때문에 대출채무를 인정한 사건”으로만 정리해서는 안 된다. 계약 효력의 직접적인 근거는 전자문서법상 의사표시의 귀속이다.
- 피해자 명의 계좌로 대출금이 입금된 사실과 피해자가 그 돈을 실제 취득·사용한 사실을 구별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사기단이 입금된 돈을 인출하였다.
- 현재의 공동인증서·민간인증서 거래에 적용할 때에는 거래 시점의 법령, 인증수단, 별도의 본인확인의무와 약관을 확인해야 한다. 구 공인인증서에 관한 판단을 모든 비대면 거래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