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리점에 대한 구입강제와 판촉사원 인건비 전가의 손해배상책임 및 부제소합의·소멸시효

핵심 결론 대리점에 원하지 않는 상품을 공급하거나 판촉사원 인건비를 부당하게 떠넘기면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다만 개별 협상을 거친 부제소합의가 있거나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청구가 제한되며, 손해액에서는 대리점이 받은 지원과 스스로 부담할 비용을 고려한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7다252987

해당 판례

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7다252987, 252994 판결 [손해배상(기)·부당이득금]
하급심
서울고법 2017. 7. 7. 선고 2016나2001302, 2001319 판결
원심은 대리점주별로 부제소합의, 거래종료 시점, 손해 발생 및 소멸시효를 구분하여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사실관계

  1. 대리점의 거래구조
원고 A부터 F까지는 남양유업 주식회사의 대리점을 운영하던 사람들이었다. 대리점의 거래는 크게 두 가지였다.
  • 도매거래: 대리점이 자기 계산으로 남양유업 제품을 매입하여 소매점 등에 판매하는 방식
  • 위탁거래: 남양유업의 계산으로 대형 유통업체에 제품을 공급하고 대리점이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
원고들은 위탁거래를 통해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쇼핑, 홈플러스테스코 등에도 제품을 납품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남양유업이 원고들에게 원하지 않는 상품을 떠넘겼는지, 대형매장에 파견하는 진열판촉사원의 임금을 부당하게 부담시켰는지가 문제 되었다.
  1. 주문량을 변경하여 상품을 공급하고 대금을 결제받은 방식
대리점은 남양유업의 인터넷 주문시스템인 PAMS21에 공급받을 제품과 수량을 입력하였다. 입력된 주문내역은 남양유업 지점에서 관리하는 NYC 프로그램으로 전송되었고, 지점에서 주문내역을 변경하면 그 수량이 최종 주문량으로 확정되었다.
당시 시스템에는 최종 주문량만 남고 최초 주문량은 삭제되는 구조가 있었다. 남양유업은 최종 주문량을 기준으로 금융기관에 대금을 청구하였고, 금융기관은 대리점의 CMS 계좌에서 해당 금액을 자동으로 인출하였다.
원심은 남양유업이 2007년 10월경부터 2013년 5월경까지 대리점이 주문하지 않은 유통기한 임박 제품이나 판매가 부진한 제품 등을 공급하고, 이를 최종 주문량에 반영하여 대금을 결제하게 하였다고 인정하였다.
따라서 문제 된 행위는 단순한 판매 권유나 매출목표 제시를 넘어, 대리점이 구입할 의사가 없는 물량을 실제로 공급하고 그 대금까지 부담시키는 것이었다.
  1.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치와 손해액 입증의 어려움
남양유업은 이미 2006년 12월 6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구입강제를 금지하는 시정명령을 받았고, 2007년 1월 15일경 대리점주들에게 이를 통지하였다. 그러나 이후에도 구입강제는 계속되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3년 10월 14일 구입강제 금지 외에도 다음과 같은 시정조치를 명하였다.
  • 최초·변경·최종 주문량을 확인할 수 있도록 주문시스템을 변경할 것
  • 대리점이 주문량, 공급량 및 대금 산정근거를 확인·승인한 후 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결제방식을 변경할 것
  • 진열판촉사원 투입 강요나 사전 서면약정 없는 비용 분담 등 이익제공강요를 하지 않을 것
손해배상소송에서는 과거의 최초 주문내역이 삭제되어 대리점이 자발적으로 주문한 물량과 강제로 공급받은 물량을 정확히 구분하기 어려웠다. 특히 원고 D는 이미 영업을 종료한 상태였고, 당사자들이 보유한 자료만으로 강제구입 제품의 매입액과 처분액을 특정하기 어려웠다.
  1. 원고 C의 상생협약 동의와 부제소합의
2013년 구입강제 문제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남양유업뿐 아니라 대리점들의 매출도 감소하였다.
일부 대리점주들은 피해대리점협의회를 구성하여 손해배상을 요구하였다. 한편, 남양유업은 별도의 전국대리점협의회와 2013년 6월 17일 상생협약을 체결하였다. 협약에는 상생자금을 500억 원으로 증액하고, 긴급 생계자금 100억 원을 특별 지원하며, 2013년 5월 순도매 매출의 5%를 에누리하는 내용 등이 포함되었다.
원고 C는 이에 앞서 2013년 6월 10일 협상동의서를 작성하였다. 첨부된 협상안에는 협약에서 합의한 사항 외에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이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었다. C는 이후 매출 에누리 지원 명목으로 약 920만 원을 받았다.
원심은 전국대리점협의회의 협상 과정, 소속 대리점주들의 찬반투표, C의 협상 참여 및 동의 경위 등을 고려하여 해당 조항을 개별약정으로 판단하였다.
또한 부제소합의의 대상은 협약 당시 이미 발생한 불공정거래행위 관련 손해였다고 해석하였다. 이에 따라 C의 소는 부제소합의에 반하여 부적법하다고 보았다.
  1. 구입강제 손해배상청구와 대리점별 거래종료 시점
원고들은 2014년 7월 14일 소를 제기하였다. 남양유업과의 거래종료 시점은 다음과 같았다.
  • A: 2011년 4월경
  • B: 2011년 2월경
  • D: 2011년 9월경
  • E: 2010년 4월경
  • F: 2009년 6월경
원심은 원고들이 2007년 시정명령 통지로 구입강제의 위법성을 알았다고 보았다. 다만 남양유업과 밀접한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최초 주문자료의 삭제로 구입강제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웠던 점 등을 고려하여 영업을 계속하는 동안에는 권리행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거래가 종료된 뒤에도 청구를 무기한 미룰 수는 없다고 보았다. 그 결과 A·B·E·F의 구입강제 손해배상채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다. D에 대해서도 2011년 7월 14일 이전에 발생한 부분은 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보고, 그 이후 영업종료일까지의 손해만 인정하였다.
즉, 원심이 거래 중 권리행사의 어려움을 인정했다고 하여 모든 원고의 과거 손해를 배상받도록 한 것은 아니다.
  1. 원고 D의 구입강제 손해액
원심은 구입강제 손해를 원칙적으로 강제로 매입한 제품의 매입액에서 해당 제품을 처분하여 얻은 매출액을 뺀 금액으로 보았다.
다만 정확한 산정이 어려워 다음 사정을 종합하였다.
  • 다른 대리점주들이 진술한 강제공급 물량의 비중
  • D의 일부 로그자료에서 확인되는 최초 주문량과 출고량의 차이
  • 도매거래와 위탁거래의 비중
  • 유통기한 임박 제품 등의 저가 처분에 따른 손실
  • 남양유업이 제공한 지원금·가격할인·증정품과 반품 물량
그 결과 해당 기간 매출액의 7%를 손해로 인정하였다.
2011년 7월 15일부터 2011년 9월 30일까지의 산정 매출액 316,995,092원 × 7% = 22,189,656원
이 7%는 이 사건 증거와 거래 사정을 반영한 비율이며, 모든 구입강제 사건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기준은 아니다.
  1. 진열판촉사원 임금의 전가
남양유업은 D·E·F에게 대형매장에 투입할 진열판촉사원을 채용하도록 하였다. 원심은 대리점계약 해지 등에 대한 압박 때문에 원고들이 이를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보았다.
남양유업은 판촉사원의 활동으로 매출 증가, 대형매장과의 관계 유지, 제품 관리 및 브랜드 이미지 개선 등의 이익을 얻으면서도 임금의 상당 부분을 대리점에 부담시켰다.
남양유업은 대리점에 지급하는 수수료에 인건비가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계약상 업무 내용, 별도의 인건비 지원이 이루어진 사정, 수수료 수준 등을 고려하여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대리점도 판촉사원 활동으로 이익을 얻었으므로 임금 전액을 손해로 인정하지는 않았다. 실제 지급 임금에서 남양유업의 지원금과 대리점 자체 부담분을 공제하였다.
  • D: 51,150,000원 − 지원금 31,800,000원 − 자체 부담분 17,050,000원 = 2,300,000원
  • E: 76,710,000원 − 지원금 33,600,000원 − 자체 부담분 25,570,000원 = 17,540,000원
  • F: 45,600,000원 − 지원금 19,200,000원 − 자체 부담분 15,200,000원 = 11,200,000원
자체 부담분은 실제 지급 임금의 3분의 1로 인정하였다. 이 역시 이 사건의 구체적 사정에 따른 판단이다.
또한 원심은 인건비 전가의 위법성을 알게 된 시점을 구입강제와 별도로 판단하였다. 따라서 E·F는 구입강제 손해배상청구가 시효로 배척되었어도 판촉사원 임금에 관한 손해배상은 일부 인정받았다.
  1.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청구
원고들은 판촉사원을 통해 이익을 얻은 대형 유통업체들에도 책임을 물었다.
그러나 원심은 유통업체들이 남양유업과 체결한 판촉사원 파견약정에 따라 인력을 제공받았으므로, 그 이익에 법률상 원인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유통업체가 판촉사원의 면접·교육·근태관리 등에 관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남양유업의 위법한 인건비 전가를 알았거나 이에 가담하였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유통업체들에 대한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리

이 사건은 구입강제와 인건비 전가가 위법하다는 판단에 더하여, 실제 배상 여부를 세 단계로 구분하여 살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첫째, 손해배상청구를 하지 않기로 유효하게 합의하였는지 확인해야 한다. 미리 작성된 조항이라도 상대방이 협상을 통해 내용을 조정할 실질적 기회를 가졌다면 개별약정으로 인정될 수 있다.
둘째, 소멸시효를 검토해야 한다. 거래상 종속관계 때문에 권리행사를 기대하기 어려웠던 사정은 고려되지만, 그 장애가 해소된 후에는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거래종료 후 언제나 새로운 3년이 보장된다는 의미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셋째, 손해액을 별도로 산정해야 한다. 정확한 입증이 극히 곤란하면 법원이 증거와 거래 사정을 토대로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지만, 이미 받은 지원이나 자신이 부담할 비용까지 상대방에게 전가할 수는 없다. 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7다252987, 252994 판결
판결 결과
원심은 C의 소를 각하하고, 남양유업에 대하여 D에게 24,489,656원, E에게 17,540,000원, F에게 11,200,000원 및 각각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하였다. D의 인정액은 구입강제 손해 22,189,656원과 판촉사원 임금 손해 2,300,000원의 합계이다. 나머지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상고를 모두 기각하여 원심의 판단을 유지하였다. 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7다252987, 252994 판결

실무상 유의점

  • 구입강제와 인건비 전가는 위법성을 알게 된 시점과 손해 발생 시점이 다를 수 있으므로 소멸시효를 각각 검토해야 한다.
  • 최초 주문량, 수정 내역, 실제 공급량, 반품·할인·지원금 자료를 함께 확보해야 손해액을 구체화할 수 있다.
  • 상생협약에 동의하기 전 부제소조항이 어떤 기존 손해배상청구까지 포함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 판촉인력을 통해 이익을 얻었다는 사실만으로 유통업체의 책임이 인정되지는 않는다. 위법한 비용 전가에 대한 인식이나 관여를 별도로 입증해야 한다.

목록으로 업무분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