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례
대법원 2015. 7. 9. 선고 2015도3352 판결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위반(영업비밀누설등)·저작권법위반]
대법원은 피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다만 공연권 침해에 관하여 피고인들을 직접정범으로 본 원심의 판단을 바로잡아, 무력화 장치 사용 사실을 모르는 노래방 영업주를 이용한 간접정범이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하급심
인천지방법원 2015. 2. 5. 선고 2014노3538 판결.
항소심에서 공소장변경이 이루어져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유죄를 선고하였다. 대법원에 상고한 피고인 A에게는 징역 2년 6월과 벌금 2,000만 원, 피고인 B에게는 징역 1년 6월과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하였다. A의 형에는 영업비밀 취득·사용에 관한 범죄도 포함되어 있다.
원심은 인증수단이 기술적 보호조치에 해당하고, 무력화 장치를 제조·유통한 피고인들이 공연권을 침해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인천지방법원 2014. 9. 25. 선고 2014고단2421 판결.
제1심은 A에게 징역 2년 6월, B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였다. 항소심의 변경된 형이 대법원 상고기각으로 유지되었다.
관련판례
노래방에서 고객에게 반주기에 수록된 음악을 재생하여 이용하게 하는 공연행위의 주체가 노래방 영업주라는 판단과 관련하여 대법원이 인용하였다.
간접정범이 성립하고 직접정범과 동일한 형으로 처벌되는 경우, 직접정범으로 판단한 잘못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과 관련하여 인용하였다.
관련법령
저작권법 제2조 제28호 가목·나목: 접근을 통제하는 기술적 보호조치와 권리침해행위를 통제하는 기술적 보호조치의 정의.
저작권법 제104조의2 제1항: 정당한 권한 없는 접근통제 기술적 보호조치의 무력화 금지.
저작권법 제104조의2 제2항: 법정 요건에 해당하는 기술적 보호조치 무력화 장치 등의 제조·판매·유통 등 금지.
저작권법 제17조: 저작자의 공연권.
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 제1호 및 제2항 제3호의3: 저작재산권 침해 및 기술적 보호조치 무력화 금지 위반에 관한 처벌규정.
형법 제34조 제1항: 처벌되지 않는 자 또는 과실범으로 처벌되는 자를 이용하여 범죄 결과를 발생시킨 경우의 처벌.
형법 제31조 제1항: 교사범을 죄를 실행한 자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하는 규정으로, 이 사건 간접정범의 처벌에 적용되었다.
사실관계
노래반주기 제작업체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로부터 음악저작물의 복제·배포에 관한 이용허락을 받아 노래방에 매월 신곡을 공급하였다.
신곡을 재생하려면 매달 고유번호가 부여된 데이터롬 칩을 장착하거나, 와이파이 모듈을 삽입하고 스마트 토큰을 구입하는 인증절차를 거쳐야 했다. 신곡파일 자체를 입수하더라도 정상적인 인증 없이는 재생할 수 없는 구조였다.
피고인 1은 전월의 데이터롬 칩으로 신곡 인증이 이루어지게 하거나 스마트 토큰 없이 신곡을 재생할 수 있게 하는 장치를 제조·판매·보관하였다. 피고인 2는 그중 데이터롬 칩 방식의 무력화 장치를 구입하여 노래방 딜러들에게 판매하였다.
피고인들은 인증수단이 제작업체의 수익을 보호하는 수단에 불과하고, 노래방 영업주들은 이미 정액제로 공연허락을 받았으므로 저작권 침해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노래방 영업주들이 무력화 장치의 사용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볼 사정은 확인되지 않았다.
법리
가. 기술적 보호조치는 개별 권리를 기준으로 구분한다
저작권법 제2조 제28호 가목의 보호조치는 저작물의 내용에 대한 접근을 방지·억제함으로써 저작권을 보호하는 조치이다. 반면 나목의 보호조치는 복제·배포·공연 등 개별 권리에 대한 침해행위 자체를 직접 방지·억제하는 조치이다.
어느 유형에 해당하는지는 복제권·배포권·공연권 등을 각각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하나의 인증장치도 보호하는 권리에 따라 접근통제조치이면서 동시에 침해행위 통제조치가 될 수 있다.
나. 이 사건 인증수단은 복제·배포권과 공연권에 대하여 다른 기능을 한다
복제권·배포권과 관련하여 인증수단은 파일의 복제·배포 자체를 직접 막지는 않는다. 그러나 재생을 통한 음악저작물의 내용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므로 가목의 기술적 보호조치에 해당한다.
공연권과 관련하여서는 인증 없이는 신곡을 재생하여 공중에게 공개할 수 없도록 하므로, 공연행위 자체를 직접 방지하는 나목의 기술적 보호조치에 해당한다.
참고한 주석서도 이 사건을 복제권·배포권과 공연권을 구분하여 기술적 보호조치의 성격을 판단한 사례로 소개한다(저작권법 주석서, 제104조의2, 각주 21 및 각주 71 참조).
다. 파일의 무상 공급이나 정액제 공연허락만으로 인증의 법적 의미가 없어지지 않는다
노래방 딜러들이 별도 대가 없이 신곡파일을 복제·배포할 수 있었던 것은 제작업체가 인증수단에 대한 대가를 받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파일의 복제·배포가 통제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인증수단이 저작권 행사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또한 노래방 영업주에 대한 정액제 공연허락은 정상적인 인증을 전제로 하였다. 대법원은 인증을 무력화하는 장치를 사용한 경우까지 저작권자의 진정한 허락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라. 공연행위의 직접 주체와 무력화 장치 공급자의 책임을 구분한다
실제 공연행위를 한 사람은 노래방 영업주들이다. 무력화 장치를 공급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들이 공연행위의 직접정범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피고인들은 무력화 장치가 사용된 사실을 모르는 영업주들로 하여금 저작권자의 진정한 허락 없이 공연하게 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행위에 공연권 침해에 의한 저작권법위반죄의 간접정범이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주석서 역시 이 사건의 기술적 보호조치 판단과 함께, 장치 공급자에게 공연권 침해의 간접정범을 인정한 부분을 설명한다(저작권법 주석서, 제104조의2, 각주 72 참조).
마. 원심의 정범 형태에 관한 잘못은 파기사유가 되지 않았다
대법원은 원심의 잘못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아 상고를 기각하였다. 따라서 이 판결은 원심의 유죄 결론을 유지하면서 그 책임 근거를 바로잡은 판결이다.
실무적 유의점
가. 인증장치의 명칭보다 구체적으로 통제하는 행위를 확인해야 한다.
라이선스 키·토큰·인증칩이라는 명칭만으로 기술적 보호조치 해당성을 판단할 수 없다. 인증 실패 시 복제·배포·재생·공연 중 무엇이 제한되는지, 그 제한이 어떤 저작권의 행사와 연결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나. 무력화 행위와 무력화 장치의 제조·판매를 구분해야 한다.
저작권법 제104조의2 제1항은 가목의 접근통제조치에 대한 직접 무력화를 규율하고, 제2항은 가목·나목의 보호조치에 관한 일정한 무력화 장치 등의 제조·유통을 규율한다. 보호조치의 유형, 피고인의 구체적 행위, 형사처벌 요건을 나누어 검토해야 한다.
다. 이용허락의 범위와 인증조건의 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정액제 요금을 납부하였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이용이 허락된 것은 아니다. 이 사건처럼 정상 인증이 공연허락의 전제인지 확인해야 한다. 반대로 모든 인증조건 위반이 곧바로 저작권 침해가 된다고 일반화해서도 안 된다.
라. 실제 이용자의 인식이 공급자의 책임 형태에 영향을 미친다.
이 사건에서는 노래방 영업주들이 무력화 장치의 사용 사실을 몰랐다는 점이 간접정범 인정의 핵심이었다. 실제 이용자가 그 사정을 알고 있었다면 공동정범·교사범·방조범 등의 성립 여부를 관여 정도에 따라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