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판례
1. 주주권 행사와 관련된 이익공여의 범위
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5다68355, 68362 판결은 상법 제467조의2의 ‘주주의 권리’에는 의결권·주주제안권·대표소송 제기권 등 공익권과 이익배당청구권·신주인수권 등 자익권이 포함되지만, 주주가 회사와의 별도 계약에 따라 취득한 특수한 권리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주주의 권리행사와 관련하여’란 주주의 권리행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운영자금 제공의 대가로 주주가 취득한 계약상 임원추천권을 행사하지 않는 대신 회사가 금원을 지급하기로 한 약정은, 주주권 행사에 대한 이익공여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2. 이익공여와 결의취소의 관계
이 사건 결정은 회사의 이익공여가 단순히 주주의 투표 동기에 영향을 미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익공여를 받은 주주들의 의결권행사를 기초로 주주총회결의가 이루어진 경우 그 결의방법 자체가 법령에 위반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하였다.
특히 이익의 규모, 공여 대상 주주의 범위, 경영권 분쟁의 존재, 투표결과에 미친 영향 등을 종합하여 결의취소사유를 판단하였다.
관련법령
상법 제467조의2
상법 제467조의2는 회사가 누구에게든지 주주의 권리행사와 관련하여 재산상 이익을 공여하는 것을 금지한다.
특정 주주에게 무상으로 재산상 이익을 공여한 경우에는 주주의 권리행사와 관련하여 공여한 것으로 추정한다. 위법한 이익을 받은 자는 이를 회사에 반환해야 한다.
상법 제376조
상법 제376조는 주주총회의 소집절차나 결의방법이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하거나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 주주·이사·감사가 결의일부터 2개월 이내에 결의취소의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상법 제433조
상법 제433조는 정관의 변경은 주주총회의 결의에 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이사회가 정관에서 정한 주주총회 투표방법이나 투표기간을 임의로 변경할 수 없다.
상법 제434조
상법 제434조는 정관변경을 위한 특별결의에 출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필요하다고 규정한다.
민사집행법 제300조
민사집행법 제300조는 다툼이 있는 권리관계에 관하여 현저한 손해를 피하거나 급박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결정
사건명: 가처분이의
원심: 부산고등법원 2013. 11. 13. 자 (창원)2013라70 결정
결과: 원심결정 파기환송
사실관계
1. 주주제 골프장의 임원선거
이 사건 회사는 주주제로 운영되는 골프장이었다. 회사 정관은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와 이사를 선임하도록 하면서 임원선임결의에 관한 사전투표를 허용하고 있었다.
정관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사전투표함을 다음 기간에 비치하도록 규정하였다.
주주총회일 2주 전부터 주주총회 개최 1일 전 17시까지
따라서 2013. 3. 25. 주주총회를 기준으로 정관상 사전투표기간은 2013. 3. 11.부터 2013. 3. 24. 17시까지였다.
2. 이사회에 의한 사전투표기간 연장
회사는 2012. 11. 13. 이사회에서 정기주주총회를 2013. 3. 25. 개최하고 차기 임원을 선임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이사회는 사전투표 시작일을 정관에서 정한 주주총회일 2주 전이 아니라 24일 전으로 앞당겨, 2013. 3. 1.부터 3. 24.까지 총 24일간 사전투표를 시행하기로 결의하였다.
정관변경을 위한 주주총회 특별결의는 거치지 않았다.
3. 투표 참여 주주에 대한 이익 제공
회사는 2013. 2. 5. 다시 이사회를 개최하여 다음과 같이 결의하였다.
사전투표에 참여하는 주주에게 양도 가능한 골프장 예약권을 주주당 1회 제공한다.
사전투표에 참여하거나 주주총회 당일 직접 투표한 주주에게 20만 원 상당의 상품교환권을 지급한다.
회사는 실제로 투표에 참여한 주주들에게 예약권과 상품교환권을 제공하였다.
4. 투표결과
기존 대표이사와 반대파 주주가 대표이사 후보로 출마하였다.
최종 투표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반대파 후보: 676표
기존 대표이사: 711표
특히 사전투표에서는 반대파 후보가 226표, 기존 대표이사가 711표를 얻어 기존 대표이사가 압도적으로 우세하였다.
전체 사전투표 942표 중 정관상 허용되지 않는 연장기간인 2013. 3. 1.부터 3. 10.까지 행사된 표는 610표에 이르렀다. 사전투표 942표는 전체 투표수 1,411표의 약 67%에 해당하였다.
그 결과 기존 대표이사와 기존 이사들이 다시 임원으로 선임되었다.
5.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신청
선거에서 패배한 대표이사·이사 후보자들은 다음과 같은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며 선임된 임원들을 상대로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을 신청하였다.
이사회가 정관을 위반하여 사전투표기간을 연장하였다.
투표한 주주들에게 예약권과 상품권을 제공한 것은 상법상 금지되는 이익공여이다.
이러한 위법행위에 기초한 임원선임결의에는 부존재 또는 취소사유가 있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가처분신청을 기각하였다.
첫째, 정관 규정은 사전투표의 종료 시점만 정한 것이고 시작 시점을 제한한 것은 아니므로 이사회가 투표기간을 연장해도 정관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둘째, 예약권과 상품권의 제공으로 주주들의 임원선임 의사가 왜곡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셋째, 이익공여는 주주의 권리행사 동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불과하므로, 주주가 이익을 받고 의결권을 행사했더라도 의결권 행사와 주주총회결의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의 피보전권리가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의 판단
1. 사전투표기간 연장은 정관 위반이다
대법원은 정관 문언이 사전투표함을 “주주총회일 2주 전부터 주주총회 개최 1일 전 17시까지” 비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사전투표의 시작일과 종료일을 모두 명확하게 정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정관변경은 상법 제433조와 제434조에 따라 주주총회 특별결의로만 가능하다. 따라서 이사회가 정관상 사전투표기간을 연장하기로 결의했더라도 그 효력으로 정관 내용을 변경할 수 없다.
회사가 정관상 시작일인 2013. 3. 11.보다 앞선 2013. 3. 1.부터 사전투표를 시행한 것은 주주총회 결의방법의 정관 위반에 해당한다.
2. 예약권과 상품권은 주주권 행사에 관한 이익공여이다
회사가 투표에 참여한 주주들에게 예약권과 상품권을 무상으로 제공했으므로 상법 제467조의2 제2항에 따라 주주의 권리행사와 관련하여 이익을 공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법원은 다음 사정을 추가로 고려하였다.
기존 경영진과 반대파 주주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있었다.
기존 대표이사 등의 주도로 사전투표기간이 연장되었다.
의결권 행사를 조건으로 예약권과 2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이 제공되었다.
이익의 가치가 단순한 의례적 수준을 넘어섰다.
전체 주주의 약 68%인 960명에게 이익이 제공되었다.
이익을 받은 사전투표자 중 약 75%인 711명이 기존 대표이사에게 투표하였다.
사전투표 결과가 대표이사 당락을 좌우하였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이익 제공은 단순한 투표율 제고나 정족수 확보 목적이 아니라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3. 이익공여는 결의방법의 법령 위반이 된다
대법원은 이익공여를 받은 주주의 의결권 행사가 당연히 무효인지 여부만을 기준으로 주주총회결의의 효력을 판단하지 않았다.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선 위법한 이익공여에 기초하여 다수의 의결권이 행사되고 그 의결권행사가 임원선임 결과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다면, 주주총회결의의 형성과정 및 결의방법 자체가 법령에 위반한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이 사건 임원선임결의에는 상법 제376조의 결의취소사유가 존재한다.
결론
대법원은 이 사건 주주총회결의에 다음 두 가지 결의취소사유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정관을 위반하여 사전투표기간을 연장한 하자
주주의 의결권 행사와 관련하여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선 이익을 제공한 하자
이에 따라 선임된 대표이사와 이사들에 대한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의 피보전권리가 소명되었다고 보아, 가처분신청을 기각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하였다.
다만 대법원이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을 직접 인용한 것은 아니다. 피보전권리의 존재를 인정하여 원심이 보전의 필요성 등 나머지 요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한 것이다.
결정의 의의
이 결정은 상법상 이익공여 금지규정을 위반한 경우 위법한 이익을 반환하는 문제에 그치지 않고, 그 이익공여에 기초한 의결권행사가 주주총회결의의 효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명확히 하였다.
다만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모든 편의나 혜택이 곧바로 위법한 것은 아니다. 위법 여부는 다음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
제공한 이익의 종류와 경제적 가치
의례적·통상적인 범위를 넘는지
모든 주주에게 동일한 기준으로 제공했는지
경영권 분쟁 중에 제공되었는지
특정 후보자나 의안에 대한 투표를 유도할 목적이 있었는지
이익을 받은 주주의 수와 전체 주주에서 차지하는 비율
이익공여가 실제 투표결과에 미친 영향
결국 소액의 교통비나 통상적인 수준의 기념품과 달리, 상당한 경제적 가치가 있는 혜택을 의결권 행사의 조건으로 제공하고 그것이 경영권 분쟁이나 투표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면 주주총회결의 취소사유가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