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원주주의 동의가 있는 이사의 자기거래와 주식질권 설정 후의 의결권

핵심 결론 전원주주가 동의한 자기거래는 이사회 승인 없이도 회사가 책임을 지며, 주식에 질권을 설정해도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의결권은 주주에게 있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와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로 연결되지 않는 판례·법령은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 등을 판결문과 원문을 직접 확보·확인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5다5569, 2002다20544

핵심정리

판결번호

대법원 2017. 8. 18. 선고 2015다5569 판결
채무부존재확인 등 / 상고기각

관련판례

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2다20544 판결
회사의 채무부담행위가 이사의 자기거래에 해당하더라도 주주 전원의 사전 동의가 있었다면, 회사가 이사회 승인 부존재를 이유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고 본 판례

관련법령

구 상법(법률 제10281호, 2010. 5. 14. 공포, 2010. 11. 15. 시행) 제398조
이사는 이사회의 승인이 있는 때에 한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계산으로 회사와 거래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상법(법률 제10600호, 2011. 4. 14. 공포, 2012. 4. 15. 시행) 제398조
주요주주 등을 자기거래 규제 대상에 포함하고, 중요 사실의 사전 공개, 이사 3분의 2 이상의 승인 및 거래 내용과 절차의 공정성을 요구하도록 개정하였다.

상법 제338조

주식은 질권의 목적으로 할 수 있고, 주권을 발행한 주식의 질권 설정에는 주권을 질권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상법 제340조

회사가 질권설정자의 청구에 따라 질권자의 성명과 주소를 주주명부에 기재하면 등록질권의 효력이 발생한다.

상법 제369조

주주는 원칙적으로 주식 1주마다 하나의 의결권을 가진다.

민법 제548조

계약이 해제되면 당사자는 상대방을 원상으로 회복시킬 의무를 부담한다.

사실관계

원고 회사는 2011년 9월경 다른 회사가 추진하던 쇼핑몰 사업의 이숍(e-shop) 사업주관사로 선정되었다. 원고는 사업에 필요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하여 피고 회사와 공급계약을 체결하였다.
계약금액은 890,769,596원이었고, 피고가 원고에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쇼핑몰 개발용역을 제공하는 내용이었다.
계약 당시 한 사람이 원고와 피고 양 회사의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 사건 공급계약은 동일인이 거래 양쪽 회사를 대표하여 체결한 거래로서 회사 간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이사의 자기거래에 해당하였다.
한편 그 대표이사는 이 사건 공급계약 체결 당시 원고 회사의 발행주식 전부를 양수한 1인 주주였다. 다만 주식매매대금을 아직 지급하지 않았고, 투자자들을 위하여 그 주식 전부에 근질권을 설정하였다.
근질권설정계약에는 대표이사가 중요 사항에 관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때 질권자의 사전 서면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 후 피고가 공급계약에 따른 일부 핵심 소프트웨어와 장비를 제대로 납품하지 못하자, 원고는 공급계약이 자기거래에 해당하여 무효이거나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채무부존재확인을 청구하였다.

핵심쟁점

양 회사의 대표이사를 겸직한 사람이 체결한 공급계약이 이사의 자기거래에 해당하는지
자기거래에 대하여 이사회 승인이 없더라도 전원주주의 동의가 있으면 회사가 책임을 부담하는지
주식양수인이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에도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주식에 질권이 설정되면 의결권이 질권자에게 이전되는지
질권자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한 약정이 질권자에게 직접 의결권을 부여하는지
계약이 유효하더라도 공급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해제할 수 있는지

법리

1. 이사의 자기거래와 이사회 승인

동일인이 두 회사의 대표이사를 겸하면서 양 회사를 대표하여 계약을 체결하면 회사와 이사 사이의 이해충돌 위험이 있으므로 구 상법 제398조의 자기거래에 해당한다.
구 상법 제398조가 이사회 승인을 요구한 목적은 이사의 자기거래로 회사와 주주에게 예기치 못한 손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있다.
따라서 자기거래에 대하여 이사회 승인이 없더라도 주주 전원이 이미 동의하였다면 보호해야 할 회사 또는 주주의 이익이 침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 경우 회사는 이사회 승인이 없었다는 이유로 거래상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2. 주식매매대금 미지급과 주주권

주식양수인이 주식 소유권을 이전받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양수인이 주식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더라도 매도인에게 매매대금 지급채무를 부담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대금 미지급만으로 이미 이전된 주식의 소유권이나 주주 지위가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3. 주식질권과 의결권

주식에 질권이 설정되더라도 주식의 소유권이 질권자에게 이전되는 것은 아니다. 질권은 주식의 교환가치로부터 채권의 우선변제를 받기 위한 담보권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질권설정자인 주주가 계속 주주 지위를 보유하고 의결권을 행사한다.
질권자가 주주로부터 의결권을 위임받는 약정
질권자가 직접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하는 약정
그 밖에 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배제하고 질권자에게 의결권을 귀속시키는 명확한 약정
주주가 중요 사항에 관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때 질권자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한 약정은 주주와 질권자 사이의 채권적 의무를 정한 것에 불과하다. 그러한 약정만으로 질권자에게 의결권이 이전되지는 않는다.

4. 유효한 계약의 채무불이행 해제

자기거래에 대한 전원주주의 동의가 있어 계약이 유효하더라도, 당사자가 핵심적인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상대방은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계약이 해제되면 당사자들은 계약에 따라 받은 급부를 서로 반환하는 원상회복의무를 부담한다.

구체적 판단

1. 이 사건 공급계약은 자기거래에 해당함

이 사건 공급계약은 원고와 피고의 대표이사를 겸하던 사람이 양 회사를 대표하여 체결하였다. 양 회사 사이에 이해충돌의 우려가 있었으므로 구 상법 제398조의 자기거래에 해당하였다.

2. 1인 주주의 동의는 전원주주의 동의에 해당함

계약 당시 대표이사는 원고 주식 전부를 양수하여 주식 소유권을 이전받은 1인 주주였다.
주식매매대금을 아직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주식매매대금 채무의 문제일 뿐 주주 지위를 부정하는 사유가 아니었다.
또한 주식 전부에 투자자들을 위한 근질권이 설정되어 있었지만, 질권자에게 의결권을 위임하여 직접 행사하게 한다는 특별한 약정은 없었다.
중요 사항에 관한 의결권 행사 전에 질권자의 서면동의를 받도록 한 약정은 대표이사가 질권자에게 부담하는 채권적 의무에 불과하였다. 그 약정만으로 주식의 실질적 소유자가 투자자들이라거나 대표이사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볼 수 없었다.
따라서 원고 회사의 1인 주주인 대표이사가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은 주주 전원이 거래에 동의한 경우에 해당하였다. 원고는 이사회 승인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공급계약의 효력이나 책임을 부정할 수 없었다.

3. 계약은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해제됨

피고는 계약상 핵심 구성요소인 검색엔진 관련 소프트웨어의 사용권 증서를 납품하지 못하였다. 검색엔진은 이숍 인터넷쇼핑몰의 핵심적인 구성요소로서, 이를 공급받을 수 없었다면 원고가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인정되었다.
피고가 납품업체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서버 등 일부 장비가 경매절차에서 매각되기도 하였다.
형식적인 검수절차가 이루어졌지만 납품되지 않은 검색엔진이 검수목록에 포함되어 있었고, 검수 과정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의심할 사정도 있었다. 따라서 검수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피고가 계약을 모두 이행하였다고 볼 수 없었다.
피고는 이미 계약을 모두 이행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추가 이행 의사가 없음을 표시하였고, 뒤늦게 이행하더라도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이에 원고의 계약해제는 적법하다고 판단되었다.

결론

대법원은 이 사건 공급계약이 이사회 승인 없는 자기거래이므로 무효라고 판단한 원심에는 법리오해가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공급계약은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적법하게 해제되었고, 당사자들이 서로 원상회복의무를 부담한다는 원심의 최종 결론은 정당하였다.
따라서 원심의 법리오해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아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판결의 의미

이 판결은 구 상법상 이사의 자기거래에 이사회 승인이 없더라도 주주 전원의 동의가 있으면 회사가 그 거래에 따른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또한 주식에 질권을 설정했다고 하여 의결권이 당연히 질권자에게 이전되는 것은 아니며, 질권자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한 약정도 원칙적으로 당사자 사이의 채권적 효력만 가진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다만 이 사건에는 구 상법 제398조가 적용되었다. 개정된 상법 제398조는 주요주주 등을 규제 대상에 포함하고, 중요 사실의 사전 공개, 이사 3분의 2 이상의 승인 및 거래의 내용과 절차의 공정성을 명시적으로 요구한다. 따라서 현행법에서도 전원주주의 동의만으로 이사회 승인을 언제나 대체할 수 있는지는 개정 취지와 강행규정성 등을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이 글이 다룬 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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