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4다233862, 2014다233879 판결 [주주권확인등]
대법원은 그룹 총수에게 회사 소유 주식·지분의 양도담보 제공에 관한 포괄적 대리권이 있었다는 원심판단을 받아들여 상고를 기각하였다.
※ 아래 내용은 제공된 대법원 및 원심 판결문을 대조하여 정리하였다. 해당 판결의 법제처 개별 상세페이지는 확인되지 않아 링크를 붙이지 않았다.
하급심
- 제1심: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2013. 9. 26. 선고 2012가합1437 판결
- 원심: 광주고등법원 2014. 10. 31. 선고 2013나11736(본소), 2014나11825(반소) 판결
원심은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담보권을 실행한 원고에게 대상 회사들의 주식과 출자지분이 귀속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반하는 피고 회사의 반소청구는 기각하였다. 피고 회사의 상고도 기각되어 원심의 결론이 유지되었다.
관련 판례
- 대법원 1996. 10. 25. 선고 94다41935, 41942 판결 회사의 대표행위와 상행위의 대리에 관하여, 본인을 위한 행위임을 명시하지 않았더라도 본인에게 효력이 귀속될 수 있다는 법리와 관련하여 원심이 인용하였다.
-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2다112299, 112305 판결 무권대리행위의 묵시적 추인을 인정하려면 본인이 그 행위로 인한 법적 지위를 이해하고, 행위의 효과가 자신에게 귀속되는 것을 승인하였다고 볼 사정이 있어야 한다는 법리와 관련하여 원심이 인용하였다. 다만 이 사건 대법원은 실제 대리권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추인 여부를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다.
관련 법령
- 민법 제114조 제1항 대리인이 권한 내에서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한 의사표시는 직접 본인에게 효력이 생긴다.
- 민법 제59조 제2항 법인의 대표에 관하여 대리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 상법 제5조 제2항 회사는 상행위를 하지 않더라도 상인으로 본다.
- 상법 제47조 상인이 영업을 위하여 하는 행위는 상행위로 보며, 상인의 행위는 영업을 위하여 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 상법 제48조 상행위의 대리인은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하지 않더라도 그 행위의 효력이 본인에게 미친다. 다만 상대방이 본인을 위한 행위임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대리인에게도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위 조문들은 이 사건 대리권 및 상행위의 대리 판단에 관한 규정이다. 상법 제48조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대리권까지 만들어 주는 규정은 아니다.
사실관계
1. 원고가 보유하던 회사 주식과 지분을 피고 회사가 매수하였다.
원고 A는 G·H·I 주식회사의 주식과 F 유한회사의 출자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기업집단의 총수 K는 B 회사를 통하여 이를 인수하기로 원고와 협의하였다.
B 회사는 2008년 12월 18일 원고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매매대금 209억 원을 나누어 지급하였다.
B 회사는 인수자금 마련을 위하여 계열회사 M과 C로부터 증자 및 사채 인수 등의 방법으로 합계 215억 원을 조달하였다.
K는 기업집단의 주요 업무와 자금집행을 주도하고 있었지만, B 회사의 대표이사나 이사는 아니었다. B 회사의 대표이사는 별도로 L이 맡고 있었다.
2. 원고는 매매대금 일부를 계열회사들에 다시 빌려주었다.
K는 계열회사들이 B 회사에 인수자금을 공급하면서 자금 사정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여, 원고에게 매매대금 일부를 다시 빌려 달라고 요청하였다.
원고는 K가 지정한 계좌들로 합계 18,008,142,000원을 송금하였다.
원심은 자금의 실제 귀속, 차용 관련 문서, 거래 경위 등을 종합하여 차용인은 M·C·S 회사들이라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당사자들의 지위를 구분하면 다음과 같다.
B 회사가 원고에게 돈을 빌린 채무자라는 이유로 책임을 진 사건은 아니다. B 회사 소유 재산을 계열회사들의 채무에 대한 담보로 제공한 행위가 유효한지가 핵심이었다.
3. 대여금이 반환되지 않자 주식과 지분을 양도담보로 제공하였다.
약속한 대여금이 반환되지 않자, 원고와 K는 2009년 10월 16일 변제기를 2011년 12월 31일까지 연장하면서 B 회사와 C 회사가 소유한 대상 회사들의 주식·지분을 양도담보로 제공하기로 하였다.
K가 작성한 서류에는 관련 회사의 대표이사라는 직함과 B 회사의 대주주라는 표시 등이 있었지만, B 회사의 대리인이라는 표시가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지는 않았다.
이후 K의 지시에 따라 주권이 발행되어 원고에게 교부되었다. 변제기에도 대여금이 반환되지 않자 원고는 담보권 실행을 추진하였고, 주주명부 등의 명의도 변경되었다.
4. B 회사는 K에게 담보제공 권한이 없었다고 다투었다.
B 회사는 K가 자신의 대표이사도 아니고, 회사 소유 주식·지분을 담보로 제공할 권한도 없었다는 취지로 다투었다. 담보제공이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대리권 남용이라는 주장도 하였다.
반면 원고는 K가 실제로 회사의 주요 거래와 자금집행을 지휘하였고 대표이사도 이를 받아들여 왔으므로, 이 사건 담보제공에 관한 대리권이 있었다고 주장하였다.
법리
1. 회사의 등기임원이 아니어도 회사로부터 대리권을 수여받을 수 있다.
대표이사의 대표권과, 회사가 특정인에게 부여한 대리권은 구별된다.
K가 B 회사의 대표이사나 이사가 아니었다는 사실만으로 회사의 대리인이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B 회사가 K에게 이 사건 담보제공을 결정하고 실행할 권한을 부여하였는지이다.
원심은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대리권을 인정하였다.
- K는 기업집단의 통합적인 자금관리와 주요 대외업무를 주도하였다.
- B 회사의 대표이사 L은 일상적인 내부업무를 처리하면서 주요 대외업무는 K의 지시나 협의를 거쳐 처리하였다.
- 이 사건 주식·지분 인수도 K가 협상과 조건 결정을 주도하였다.
- L은 인수자금 조달에 따른 계열회사들의 자금 부담과 원고에게 다시 돈을 빌리는 경위를 알고 있었다.
- K는 대여금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원고가 대상 회사들의 경영을 계속하도록 하였고, L은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 K의 지시에 따른 주권 발행과 원고에 대한 교부에 대해서도 L은 알고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바탕으로 K에게 이 사건 주식·지분의 양도담보 제공에 관한 포괄적 대리권이 있었다는 판단을 수긍하였다.
다만 이는 그룹 총수라는 지위만으로 모든 계열회사의 재산을 처분할 권한이 생긴다는 뜻은 아니다. 구체적인 권한 수여와 업무처리 경위가 인정된 사안이다.
2. K는 이미 정해진 의사를 전달한 사자가 아니라, 회사의 권한을 받아 거래한 대리인으로 판단되었다.
대리인은 본인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에 따라 직접 의사표시를 한다. 사자는 본인이 이미 결정한 의사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 사건에서 K는 담보제공에 관한 의사를 단순히 전달한 데 그치지 않고, 거래조건을 정하고 담보약정을 체결하며 주권 교부 등을 지시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을 대리와 사자의 구별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하면, K의 행위를 회사의 의사를 전달한 행위가 아니라, 회사의 대리권을 행사하여 계약을 체결한 행위로 본 것이다. 다만 대법원이 대리와 사자의 구별 자체를 독립적인 쟁점으로 판시한 사건은 아니다.
3. 상행위에서는 회사의 대리인이라는 명시적 표시가 없어도 회사에 효력이 미칠 수 있다.
민법상 대리는 원칙적으로 본인을 위한 행위임을 표시하여야 한다. 그러나 상법 제48조는 상행위의 대리에 관하여 이러한 표시를 요구하지 않는다.
따라서 K가 계약서에 ‘B 회사의 대리인’이라고 명확히 쓰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담보약정의 효력을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판단 순서는 구별해야 한다.
- 먼저 K에게 B 회사를 대리할 권한이 있었는지를 확인한다.
- 그 권한이 인정되면, 대리한다는 명시적 표시가 없더라도 상법 제48조에 따라 회사에 효력이 귀속될 수 있다.
이 사건은 표현대리로 무권한 행위를 보호한 사건이 아니라, 실제 대리권이 인정된 사건이다.
4. 다른 계열회사의 채무를 담보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대리권 남용이 되는 것은 아니다.
B 회사는 계열회사들로부터 자금을 공급받아 원고의 주식·지분을 인수하였다. 원고의 재대여는 그 과정에서 발생한 계열회사들의 자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법원은 이러한 거래의 연결 관계와 B 회사가 얻은 경제적 이익 등을 고려하여, 담보제공이 B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배임적 대리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원고가 K의 의사가 B 회사를 위한 것이 아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5. 묵시적 추인은 원심의 추가 판단일 뿐, 대법원의 결론을 뒷받침한 필수 근거는 아니다.
원심은 실제 대리권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를 가정하여, 대표이사 L의 후속 행위에 따른 묵시적 추인도 인정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실제 대리권이 인정되는 이상 추인에 관한 추가 판단의 옳고 그름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 사건의 핵심은 무권대리행위를 나중에 추인하였다는 데 있지 않고, 처음부터 담보제공에 관한 대리권이 있었다는 데 있다.
6. 이사회결의가 필요 없다고 판단한 사건은 아니다.
B 회사는 대법원에서 이사회결의가 없었고 원고도 이를 알았으므로 담보약정이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대법원은 원심에서 그러한 주장이 C 회사의 담보제공에 관해서만 이루어졌고, B 회사에 관한 주장은 상고심에서 처음 제기되었다는 이유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 판결을 대표이사나 대리인에게 권한이 있으면 이사회결의 없이 언제나 담보제공이 가능하다는 근거로 사용할 수는 없다.
7. 유효한 담보약정과 채무불이행을 전제로 원고의 권리 취득을 인정하였다.
원심은 대여금이 변제되지 않았고, 대상 회사들의 순자산가액 합계 15,849,430,380원이 대여금 18,008,142,000원에 미치지 못한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반환할 초과 정산금이 없다고 판단하고, 양도담보권 실행에 따른 원고의 주식·지분 취득을 인정하였다.
실무상 유의점
- 직함보다 실제 권한을 확인해야 한다. 그룹 총수나 대주주라는 지위만으로 충분하지 않으며, 권한 위임, 거래 관행, 대표이사의 인식과 관여를 확인해야 한다.
- 차용인과 담보제공자를 구분해야 한다. 계열회사의 채무를 담보한 회사가 그 대여금의 채무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 상법상 비현명주의와 대리권의 존재는 별개이다. 대리 표시가 없어도 되는 것과 권한 없이 계약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르다.
- 대리권과 내부 승인절차를 각각 확인해야 한다. 대리권이 인정되더라도 이사회 승인 등 별도의 요건이 문제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