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고령의 아버지와 그를 부양하는 남동생에 대한 주택 인도·퇴거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경우

핵심 결론 고령·질병으로 자립할 수 없는 아버지에게 대체 주거를 마련하지 않고 퇴거를 요구하는 것은 권리남용이 될 수 있다. 아버지의 생활에 필요한 부양을 담당하는 남동생에 대한 주택 인도청구도 구체적 사정에 따라 제한된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3스96

해당 판결

대법원 1998년 6월 12일 선고 96다52670 판결 — 건물명도
하급심·파기환송·확정 여부
  • 원심: 서울지방법원 1996년 10월 22일 선고 96나29648 판결. 아버지와 남동생의 권리남용 항변을 배척하고, 주택 소유자인 딸의 명도·퇴거청구를 인용하였다.
  • 대법원: 딸의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하였다.
  • 환송 후 경과: 환송심 판결과 최종 확정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관련 판례

대법원 2013년 8월 30일 자 2013스96 결정 — 부양금.
부모와 성년 자녀 사이의 부양의무는, 부양의무자에게 생활의 여유가 있고 부양받을 사람이 자신의 재산이나 근로로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생활을 지원하는 제2차 부양의무라고 설명하였다. 이 사건에 직접 인용된 판례는 아니지만, 딸이 아버지에 대하여 부담하는 부양의무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관련된다.

관련 법령

  • 민법 제2조 제2항: 권리남용 금지.
  • 민법 제974조 제1호: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사이의 부양의무.
  • 민법 제974조 제3호: 그 밖의 친족 사이에서는 생계를 같이하는 경우에 부양의무 인정.
  • 민법 제975조: 부양받을 사람이 자신의 자력 또는 근로로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부양의무 이행책임 인정.
  • 민법 제213조: 소유물반환청구권. 이 사건 청구의 기본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관련 조문이다.

사실관계

딸 소유의 주택에 남동생 가족과 고령의 부모가 거주
원고는 주택 소유자인 딸이고, 피고 1은 원고의 남동생, 피고 2는 원고의 아버지이다.
남동생은 자신의 처자와 함께 이 주택에 살면서 부모를 모시고 있었다. 아버지는 80세가 넘었고 고혈압·당뇨·심장질환 등을 앓고 있었으며, 어머니도 70세가 넘은 고령이었다. 남동생 역시 간염 등의 지병이 있었지만, 아내의 수입과 다른 형제들의 도움으로 부모를 부양하였다.
주택 구입비 일부를 부담하고 계속 거주했지만, 다른 거처는 없었던 상황
피고들은 원고가 주택을 구입할 때 비용 일부를 부담하였고, 매수 이후 계속 그곳에 거주하였다. 집을 비워주면 가족 6명이 함께 거주할 만한 별도의 거처가 없었다.
반면 딸은 비교적 경제적 여유가 있었고 외국에 이민을 가 있었으므로, 자신이 해당 주택에 입주해야 할 급박한 사정도 없었다.
딸은 소유권을 근거로 남동생에게 주택의 명도를, 아버지에게 퇴거를 청구하였다. 원심은 이를 받아들였으나, 대법원은 부모의 부양과 주거 상황을 고려하여 판단을 달리하였다. 대법원-96다52670

법리

소유권에 기초한 청구라도 구체적인 행사가 권리남용이면 제한된다
이 사건은 딸의 주택 소유권을 부정하거나, 아버지와 남동생에게 임차권 등 별도의 점유권원이 있다고 인정한 사안이 아니다.
대법원은 소유권에 기초한 인도·퇴거청구라도 당사자 사이의 부양관계와 생활 실태에 비추어 권리남용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아버지에 대한 퇴거청구는 딸의 부양의무와 함께 판단
아버지는 고령과 지병으로 자신의 재산이나 근로를 통해 생활을 유지할 수 없었으므로, 딸은 아버지에 대한 부양의무와 책임을 부담하였다.
그런데 딸은 자신이 입주해야 할 특별한 사정도 없고, 아버지의 주거에 관하여 별다른 조치도 하지 않은 채 소유권만을 내세워 퇴거를 요구하였다.
대법원은 부양의무자가 대체 주거에 관한 조치 없이, 거처가 없는 고령·질병 상태의 부모에게 퇴거를 요구하는 행위는 부모·자녀 사이의 인륜을 파괴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남동생에 대한 직접적인 부양의무가 없어도 명도청구가 제한될 수 있다
대법원은 딸과 남동생이 생계를 같이하지 않으므로 딸이 남동생 자체에 대한 부양의무를 부담하지는 않는다고 명확히 하였다.
그럼에도 남동생에 대한 명도청구 역시 권리남용이라고 판단하였다. 그 이유는 남동생이 자신의 질병과 경제적 어려움에도 부모를 부양하고 있었고, 부모 또한 남동생과 그 가족의 도움 없이는 생활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즉, 남동생에 대한 청구가 제한된 근거는 남동생에 대한 부양의무가 아니라, 그와 가족들이 담당하는 부모 부양의 필요성과 대체 거처의 부재였다.
가족관계만으로 권리남용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다음 사정을 함께 고려하였다.
  • 아버지가 고령과 질병으로 자립할 수 없었던 점.
  • 남동생과 그 가족이 실제로 부모를 부양하고 있었던 점.
  • 피고들이 주택 구입비 일부를 부담하고 계속 거주해 온 점.
  • 집을 비우면 가족들이 거주할 다른 장소가 없었던 점.
  • 소유자인 딸에게 경제적 여유가 있고, 해당 주택에 입주할 급박한 필요가 없었던 점.
  • 딸이 아버지의 대체 주거를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따라서 이 판결을 “부모나 형제가 거주하는 집은 소유자가 돌려받을 수 없다”는 일반 법리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실무적 유의점

가족을 상대로 주택 인도나 퇴거를 청구할 때에는 소유권과 점유권원뿐 아니라 부양의무의 존재, 실제 부양 담당자, 대체 주거 가능성, 소유자의 사용 필요성까지 검토해야 한다.
특히 부모를 직접 부양하는 형제자매를 상대로 한 청구에서는, 그 형제자매에 대한 직접적인 부양의무가 없다는 사정만으로 권리남용 항변을 배척하기 어렵다. 그 사람의 퇴거가 부모의 생활과 부양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하다.
이 판결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적절한 대체 주거와 부양 방안이 마련되거나 소유자에게 주택을 사용해야 할 구체적인 필요가 생긴 경우에는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이는 판결에서 중시한 사정에 기초한 실무적 해석이며, 대체 주거를 제안했다는 사실만으로 인도청구가 당연히 허용된다고 판시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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