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사건명: 신주인수권행사가격조정
결과: 피고 회사의 상고기각
사실관계
피고 회사는 2009. 6. 25. 다음과 같은 조건으로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였다.
사채권면 총액: 20억 원
최초 신주인수권 행사가액: 1주당 2,580원
신주인수권 행사기간: 2009. 9. 25.부터 2012. 5. 25.까지
신주인수권만의 분리양도 가능
원고는 2010. 11. 1. 권면금액 5억 원에 해당하는 신주인수권을 양수하였다.
이 사건 발행조건에는 다음 두 가지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주식 시가가 하락하면 매 3개월마다 산정한 가격을 기준으로 행사가액을 하향조정하는 ‘리픽싱 조항’
감자·주식분할·주식병합·합병 등이 발생하면 신주인수권의 경제적 가치를 보전하도록 행사가액을 조정하는 ‘반희석화 조항’
피고는 주가하락에 따라 행사가액을 순차적으로 낮추어 2010. 6. 25.에는 최저한도인 1주당 500원으로 조정하였다.
그 후 피고가 보통주 10주를 1주로 병합하는 감자를 실시하면서 반희석화 조항에 따라 행사가액을 500원에서 5,000원으로 상향조정하였다.
감자 이후 주가가 다시 하락하자 원고는 리픽싱 조항에 따라 2011. 9. 25. 기준 행사가액이 1주당 798원으로 재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피고가 조정절차를 이행하지 않자, 원고는 행사가액을 798원으로 조정하는 절차의 이행을 청구하였다.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다음과 같다.
감자에 따른 반희석화 조정 이후에도 주가하락에 따른 리픽싱 조항을 다시 적용할 수 있는가
신주인수권을 실제로 행사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행사가액 조정절차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가
과거의 행사가액 조정일을 기준으로 한 청구에 권리보호의 이익이 있는가
대법원의 판단
1. 감자 후에도 리픽싱 조항은 적용된다
감자로 인해 반희석화 조항에 따라 행사가액이 상향조정되었더라도, 이후 주가가 하락하여 리픽싱 조항의 요건이 충족되면 회사는 행사가액을 다시 하향조정해야 한다.
반희석화 조항과 리픽싱 조항은 서로 목적과 적용사유가 다르므로, 감자에 따른 행사가액 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이후 리픽싱 조항의 적용이 배제되지는 않는다.
2.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지 않아도 조정청구가 가능하다
신주인수권자는 신주인수권을 행사하기 전에 정당한 행사가액이 얼마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행사가액이 먼저 조정되어야 신주인수권을 행사할지, 양도할지 또는 행사하지 않을지를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행사가액 조정청구에 신주인수권의 실제 행사를 요구하면, 신주인수권자에게 행사기간 내에서 자유롭게 행사 여부를 결정할 권리가 있음에도 사실상 권리행사를 강요하는 결과가 된다.
따라서 신주인수권 행사가액 조정절차의 이행청구는 신주인수권의 행사 여부와 관계없이 허용된다.
3. 과거의 조정일을 기준으로 한 청구도 권리보호의 이익이 있다
행사가액 조정사유가 발생하였는데도 회사가 이를 거부한 경우, 신주인수권자는 그 조정사유가 발생한 시점을 기준으로 조정절차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청구의 기준일이 과거라는 이유만으로 권리보호의 이익을 부정할 수 없다. 해당 행사가액은 신주인수권의 행사 또는 양도 여부와 그 경제적 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다만 소송 중 새로운 리픽싱 사유가 발생하고, 신주인수권자가 새로 조정될 행사가액을 적용받겠다는 분명한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기존 기준일에 관한 청구의 이익이 달라질 수 있다.
판결의 결론
대법원은 감자에 따른 행사가액 상향조정 이후에도 리픽싱 사유가 발생하면 회사가 추가 조정절차를 이행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원고가 아직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지 않았고 과거의 조정일을 기준으로 청구하였더라도 권리보호의 이익이 있다고 보아, 원고의 조정절차 이행청구를 인용한 원심판결을 확정하였다.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리픽싱 조항을 단순히 신주인수권 행사 시 적용되는 계산규정이 아니라, 조정사유가 발생하면 회사가 이행해야 할 독립적인 계약상 의무로 보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따라서 회사가 리픽싱을 거부하는 경우 신주인수권자는 곧바로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필요 없이 다음과 같은 이행판결을 구할 수 있다.
“피고는 원고가 보유한 신주인수권의 행사가액을 기준일 현재 1주당 ○○원으로 조정하는 절차를 이행하라.”
이 판결의 법리는 신주인수권부사채뿐 아니라 계약 내용이 유사한 전환사채나 전환우선주의 전환가격 조정 분쟁에서도 참고될 수 있다. 다만 해당 증권의 발행조건과 조정 산식이 동일한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