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5. 4. 30. 선고 2014나2034841 판결 [손해배상(기)]
- 판결 결과: 원고의 항소 기각.
- 확정 여부: 상고 없이 확정.
- 판결의 성격: 사업포기에 관한 약정해지 조항과 정산 특약을 적용한 사례이다. 일반적인 사정변경의 원칙을 직접 적용하여 해지권을 인정한 판결과 구분된다.
하급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9. 19. 선고 2013가합559128 판결 [손해배상(기)]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항소심도 같은 결론을 유지하였다.
관련 판례
항소심이 해제된 계약의 부활에 관하여 참조한 판례는 다음과 같다.
항소심은 위 판례들을 참조하여, 이미 해제된 공매계약의 조건을 변경하여 부활시키는 합의는 새로운 약정이고, 그 합의로 종전 계약이 해제되지 않은 채 계속 존속하였던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령
이 사건의 직접적인 판단 기준은 용역계약 제6조의 특약이다. 관련 민법 규정은 다음과 같다.
- 민법 제105조: 당사자의 약정에 따른 계약관계의 규율.
- 민법 제543조: 계약 또는 법률에 따른 해제·해지권의 행사.
- 민법 제544조: 이행지체와 계약해제. 공매잔금 미지급에 따른 해제와 관련된다.
위 조항들은 법률관계를 이해하기 위한 관련 규정이며, 판결문이 모두 직접 인용한 것은 아니다. 판결에 없는 구법 표시는 덧붙이지 않았다.
사실관계
기존 시행사가 사업부지를 담보신탁하였으나 시공사 부도로 사업이 중단되었다
주식회사 우리도시컨시스는 2006년 7월경부터 포항시 북구 창포동 산 23 일대 69필지에서 공동주택 신축사업을 추진하였다.
우리도시컨시스는 사업부지를 담보로 PF대출을 받으면서 KB부동산신탁 주식회사 앞으로 신탁등기를 마쳤고, 2008년 4월 21일경 경상북도로부터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시공사 부도로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 어려워졌다.
KB부동산신탁은 담보신탁 부동산을 환가하기 위하여 사업부지를 공매하였으나, 14회 이상 유찰되었다.
부지 매수와 시행사 지위 양수는 상대방·대상·대금이 다른 별개의 계약이었다
A는 피고 주식회사 스타코넷에 사업부지를 매수하여 사업을 시행할 것을 제안하고, 용역 수행을 위하여 원고 주식회사 에스티투자개발을 설립하였다.
피고는 다음 두 계약을 별도로 체결하였다.
공매계약의 잔금은 355억 5,900만 원, 지급기일은 2012년 10월 15일이었다.
사업권 양수도대금은 계약금 4억 원 외에, 사업주체 변경승인 후 즉시 8억 원, 승인 후 2개월 내 14억 원, 승인 후 3개월 내 14억 원을 지급하기로 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을 “공매로 부지를 매수하면서 기존 시행사의 지위와 인허가상 권리까지 함께 취득하였다”고 정리해서는 안 된다. 피고는 부지에 관한 공매계약을 체결하는 한편, 기존 시행사와 별도 대가를 정한 사업권 양수도계약을 체결하여 시행사 지위의 승계를 추진한 것이다.
또한 계약 체결과 권리 취득의 완료도 구별해야 한다. 이후 공매잔금 미지급과 사업주체 변경 문제가 발생하였으므로, 당시 피고가 부지 소유권과 사업주체 지위를 모두 확정적으로 취득한 상태였다고 볼 수 없다.
원고는 별도의 PM 용역계약에 따라 사업 추진을 지원하였다
피고는 2012년 9월 24일경 원고와 프로젝트 관리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의 업무에는 다음 사항이 포함되었다.
- 사업부지 정보 제공 및 매수계약 지원.
- 기존 시행사의 사업권 양수도 업무 지원.
- 시공사 선정과 시공사 협의 지원.
- PF자금 조달 및 금융기관 협의 지원.
- 사업승인 변경, 분양승인 및 분양업무 지원.
- 그 밖의 PM 업무.
즉 원고는 사업부지의 매도인이나 기존 시행사가 아니라 피고의 사업 추진을 지원하는 PM 용역업체였다.
용역대금은 총 20억 원으로 정하되 단계별 지급 및 사업이익에 따른 잔금 지급조건을 두었고, 피고는 계약금 5,000만 원을 지급하였다.
용역계약은 사업포기와 합의해지의 정산방법을 달리 정하였다
제1심 판결에 첨부된 용역계약의 핵심 특약은 다음과 같다.
제6조 제1항 — 사업포기
시장상황에 따라 피고가 본 사업을 포기(공매잔금 미지급 등)할 경우 본 계약은 해지되며, 기지급 계약금 5,000만 원은 원고에게 귀속되고 그 외의 정산은 하지 않는다.
제6조 제2항 — 시공사 미선정 또는 장기 사업지연에 따른 합의해지
계약일부터 90일 이내에 시공사를 선정하지 못한 경우 또는 사업부지를 피고 명의로 등기한 후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장기간 사업추진이 지연되는 경우에는 원고와 피고가 합의하여 계약을 해지하기로 하였다. 이 경우 공매대금의 0.9%를 용역비로 정산하되 기지급 용역비를 공제하도록 정하였다.
따라서 어느 조항에 따라 계약이 종료되는지에 따라 추가 정산금의 유무가 달라졌다.
자금조달 실패로 부지 매수와 시행권 양수가 모두 차질을 빚었다
당초 계획은 대형 시공사를 선정하고 그 지급보증으로 PF대출을 받아 공매잔금 등 초기 사업비를 조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공사 선정과 PF대출이 성사되지 않았다. 다른 부동산의 처분·담보대출 등 대안도 여의치 않았고, 개발신탁 방식으로 변경하기 위해 추진한 450억 원의 브릿지론도 무산되었다.
브릿지론 협상에서는 대출 후 30일 내 사업시행자를 피고로 변경하는 조건이 제시되었지만, 피고는 그 이행을 장담할 수 없었다. 기존 시행사에 사업권 양수도대금 중 계약금만 지급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우리도시컨시스는 대금 지급을 독촉하다가 2013년 1월 21일 사업권 양수도계약 해제를 통보하고, 다음 날 경상북도에 사업주체 명의변경 동의취소 민원을 제기하였다.
공매계약 해제 후 피고가 용역계약을 해지하였다
KB부동산신탁은 잔금 지급을 두 차례 최고한 뒤, 2013년 2월 4일 잔금 미지급을 이유로 공매계약을 해제하였다.
피고는 2013년 2월 13일 원고에게 공매계약 해제로 사업추진과 용역업무 수행이 불가능해졌다는 이유로 용역계약 해지를 통보하였다. 항소심은 피고가 같은 무렵 사업권 양수도계약의 양수인 지위도 포기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그 후 공매계약만 부활시켜 매수인 지위를 제3자에게 양도하였다
피고는 이후 KB부동산신탁과 협의하여 지연손해금을 지급하고 공매잔금 지급기일을 2013년 4월 30일까지 연장하였다. 이어 같은 달 28일경 공매계약상 매수인 지위를 삼도주택과 한림건설에 양도하였다.
이때 구별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 피고가 제3자에게 양도한 것으로 판결이 인정한 대상은 공매계약상 지위이다.
- 피고는 기존 시행사와 체결한 사업권 양수도계약상 양수인 지위를 포기하였다.
- 제1심은 삼도주택 등이 별개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인정하였다.
원고는 이러한 지위 양도로 피고가 40억 원의 이득을 얻었다고 주장하였다. 이 원고 주장상의 양도이익 40억 원은 앞서 기존 시행사와 약정한 사업권 양수도대금 40억 원과 구별해야 한다.
법리
이 사건은 사업 중단 위험을 미리 배분한 약정해지 조항의 적용 문제이다
법원은 일반적인 사정변경 해지의 요건을 독립적으로 심사하여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당사자들이 미리 정한 제6조 제1항의 사업포기 사유가 발생하였는지와 그 경우의 정산 특약을 판단하였다.
특약에는 공매잔금 미지급이 사업포기의 예로 명시되어 있었다. 실제로 자금조달이 실패하고 공매잔금이 지급되지 않아 공매계약이 해제되었으므로, 법원은 약정한 해지사유가 발생하였다고 보았다.
‘시장상황에 따른 사업포기’를 부동산 가격 하락에만 한정하지 않았다
원고는 계약 당시보다 부동산 시장이 악화되어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만 제6조 제1항이 적용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항소심은 해당 조항이 사업포기의 예로 공매잔금 미지급을 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이에 따라 시공사 선정, 금융조달 및 잔금 납부의 실패로 사업을 포기한 경우도 해당 조항의 적용대상으로 보았다.
이는 단순한 자금 부족이면 언제나 무상으로 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는 일반 법리가 아니다. 이 사건 특약의 문언과 실제 사업추진 경과를 해석한 결과이다.
공매계약의 부활은 이미 이루어진 용역계약 해지의 효력을 뒤집지 않는다
항소심은 KB부동산신탁의 해제통고로 공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어 실효되었다고 판단하였다. 피고가 이를 이유로 한 용역계약 해지도 적법하다고 보았다.
이후 잔금기일을 연장하는 합의는 이미 실효된 공매계약을 부활시키는 새로운 약정이었다.
따라서 이후의 합의를 근거로 다음과 같이 주장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 공매계약이 처음부터 해제되지 않았다는 주장.
- 공매계약이 계속 존속하였으므로 용역계약 해지도 부적법하다는 주장.
- 원고의 용역계약도 당연히 계속 유효하다는 주장.
부지 매수계약의 회복과 시행권 양수도계약·PM 계약의 존속은 각각 판단해야 한다.
공매계약상 지위의 처분과 기존 사업의 계속 추진을 구별하였다
원고는 피고가 공매계약상 지위를 양도하여 이익을 얻었으므로 실제로는 사업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
제1심은 그 양도가 사업을 포기한 상태에서 공매계약상 위약금 손실을 회피하기 위한 피고의 노력에 따른 것이라고 보았다. 또한 피고가 기존 시행권 양수인 지위를 포기하고, 제3자가 별개의 사업을 추진한 점을 고려하였다.
따라서 부지 매수인의 지위를 유상으로 처분한 사실만으로 종전 사업과 PM 계약이 계속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제6조 제2항의 정산금은 합의해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원고는 예비적으로 공매대금의 0.9%에서 기지급액을 공제한 305,590,000원의 정산금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항소심은 다음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 용역계약은 이미 2013년 2월 13일 제6조 제1항에 따라 해지되었다.
- 제6조 제2항에 따른 합의해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 피고가 2013년 5월 3일 제6조 제2항을 추가로 언급한 것은 기존 해지를 확인하면서 다른 사유를 덧붙인 것이었다.
- 이를 종전 해지통고의 철회나 새로운 합의해지로 볼 수 없었다.
따라서 제6조 제1항에 따라 기지급 5,000만 원은 원고에게 귀속되지만 추가 정산은 하지 않는다는 약정이 적용되었다.
부지와 시행사 지위의 분리는 이 사건의 사실관계이지, 모든 공매에 관한 일률적인 법리는 아니다
이 사건에서는 KB부동산신탁이 사업부지 매매계약의 상대방이고, 우리도시컨시스가 시행사 지위·인허가상 권리 양수도계약의 상대방이었다. 두 거래의 대가도 별도로 정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을 인용할 때에는 실제 계약 구조가 분리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강조할 수 있다. 다만 이 판결만으로 모든 공매에서 사업주체 지위나 기존 채무가 승계되지 않는다고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개별 공매조건, 사업권 양수도약정 및 관련 인허가 절차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실무적 유의점
부지 취득·시행권 양수·PM 용역의 당사자와 목적물을 나누어 정리해야 한다
같은 개발사업에 관련된 계약이라도 계약상대방과 이전 대상은 서로 다를 수 있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 세 관계가 분리되어 있었다.
- KB부동산신탁과 피고: 사업부지 공매계약.
- 우리도시컨시스와 피고: 시행사 지위·인허가상 권리 양수도계약.
- 원고와 피고: PM 용역계약.
한 계약의 체결·해제·부활이 다른 계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연결조항과 당사자의 합의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계약 체결과 권리 취득 완료를 구별해야 한다
공매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소유권 취득이 완료된 것은 아니다. 사업권 양수도계약 체결 역시 사업주체 변경승인의 완료와 구별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 잔금 조달과 시행자 명의변경이 모두 해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사업포기 판단의 중요한 기초였다.
사업포기와 사업지연의 정산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이 사건은 사업포기 시 추가 정산을 하지 않는 조항과, 일정한 사업지연 시 합의해지하여 0.9%를 정산하는 조항의 차이로 결론이 갈렸다.
PM 계약에서는 자금조달 실패, 인허가 지연, 사업권 양도, 사업방식 변경 및 재개 시 각각 어떤 보수와 정산이 발생하는지 명확히 정할 필요가 있다.
해제된 거래를 재개할 때 관련 계약의 부활 여부도 따로 합의해야 한다
부지 매매계약을 다시 살리는 합의만으로 이미 종료된 PM 계약까지 자동으로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용역업체의 재참여와 보수 문제는 별도의 합의 대상으로 다루어야 한다.
판결의 인용 범위를 약정해지와 정산 특약에 맞추어야 한다
이 사건의 결론은 공매잔금 미지급 등을 사업포기 사유로 정하고 추가 정산을 배제한 특약에 기초한다. 모든 개발사업에서 사업을 포기하면 이미 수행한 용역에 대한 보수청구가 당연히 배제된다는 취지로 인용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