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혼 전이라도 부부관계가 이미 회복 불가능하게 파탄되었다면, 제3자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을까?

핵심 결론 법률상 이혼 전이라도 부부공동생활이 이미 회복 불가능하게 파탄되었다면, 그 후 배우자와 성적 행위를 한 제3자에게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없다. 이혼소송 제기 여부보다 행위 당시 혼인관계의 실질이 중요하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1므2997, 2004다1899, 2010므1140

해당 판결

대법원 2014년 11월 20일 선고 2011므2997 전원합의체 판결〔손해배상(기)〕
혼인관계가 이미 회복 불가능하게 파탄된 후의 성적 행위에 대하여 제3자의 위자료 지급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하급심·환송·확정
구분사건판단
제1심서울가정법원 2010년 12월 10일 선고 2010드단57735 판결원고 청구 기각
항소심서울가정법원 2011년 8월 26일 선고 2011르130 판결제1심 취소, 피고에게 위자료 500만 원 및 지연손해금 지급 명령
대법원대법원 2014년 11월 20일 선고 2011므2997 전원합의체 판결원심판결 파기환송
환송 후환송심 사건번호·판결 및 최종 확정 여부 미확인—
원고가 청구한 위자료는 3,000만 원이었다. 이 손해배상소송과 별도로, 원고와 배우자 사이의 이혼은 2010년 9월 30일 확정되었다. 이혼 확정과 이 사건 위자료소송의 확정 여부는 구별해야 한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05년 5월 13일 선고 2004다1899 판결 제3자가 배우자 있는 사람과 부정행위를 하여 혼인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하면 그 배우자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는 법리를 제시하였다. 다만 자녀에 대한 책임은 양육·보호를 적극적으로 저지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필요하다고 구별하였다.
  • 대법원 2010년 7월 15일 선고 2010므1140 판결 민법 제840조 제6호의 이혼사유와 관련하여, 부부공동생활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는지 판단하는 기준을 다루었다.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은 혼인파탄에 관한 법리를 원용하였다.

관련 법령

  •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일반적 근거
  • 민법 제751조 제1항: 정신적 고통 등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한 배상
  • 민법 제826조 제1항: 부부의 동거·부양·협조의무
  • 민법 제840조 제1호·제6호: 배우자의 부정행위 및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따른 재판상 이혼

사실관계

부부는 경제적 문제와 성격 차이로 불화를 겪다가 장기간 별거하였다.
원고와 배우자 A는 1992년 10월 19일 혼인신고를 하였다. 이후 경제적 문제와 성격 차이 등으로 불화를 겪었고, A는 원고로부터 “우리는 부부가 아니다”라는 말을 들은 후 2004년 2월경 집을 나갔다.
그때부터 별거가 시작되었으며, 원고는 A를 설득해 혼인관계를 회복하려는 별다른 노력 없이 A를 비난하며 지냈다.
배우자가 이혼소송을 제기하였고, 원고도 반소로 이혼을 청구하였다.
A는 2008년 4월 29일 원고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여 같은 해 9월 26일 제1심에서 이혼판결을 받았다.
원고는 항소한 후 같은 해 11월 26일 A를 상대로 이혼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하였다. 항소심은 2010년 6월 18일 본소와 반소에 따라 이혼을 명하면서 쌍방의 위자료청구는 기각하였고, 이 판결은 같은 해 9월 30일 확정되었다.
문제 된 성적 행위는 별거 약 5년 후, 이혼소송 항소심 중에 발생하였다.
피고는 2006년 봄경 등산모임에서 A를 알게 된 후 연락과 금전거래를 하며 친밀하게 지냈다.
피고와 A는 2009년 1월 29일 밤 A의 집에서 애무하는 등 신체적 접촉을 하다가, 밖에 있던 원고가 출입문을 두드리자 그만두었다.
대법원이 판단한 대상은 이와 같은 성적 행위이다. 판결이 성교 사실까지 인정한 것으로 정리해서는 안 된다.
원심은 혼인파탄의 원인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위자료책임을 인정하였다.
원심은 피고가 A를 만난 때에는 이미 부부관계가 파탄되어 그 상태가 고착되었고, 피고의 행위 때문에 혼인관계가 파탄된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그럼에도 피고가 A에게 배우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성적 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였다. 대법원은 바로 이 판단을 문제 삼았다.

법리

가. 제3자의 부정행위가 불법행위가 되는 근거는 부부공동생활과 배우자의 권리 보호에 있다.
부부는 혼인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서로 협력할 의무를 부담하며, 그 내용에는 부정행위를 하지 않을 성적 성실의무가 포함된다.
제3자 역시 타인의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그 유지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배우자와의 부정행위로 부부공동생활과 배우자의 권리를 침해하여 정신적 고통을 가하면 원칙적으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
이때 반드시 부정행위 때문에 최종적으로 이혼에 이르러야만 책임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유지되고 있는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방해한 경우도 포함된다.
나. 그러나 부부공동생활이 이미 회복 불가능하게 파탄되었다면, 그 후의 성적 행위로 침해되는 부부공동생활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다수의견은 다음과 같은 상태를 전제로 책임을 부정하였다.
  • 부부공동생활이 실질적으로 파탄되었을 것
  • 부부공동생활의 실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
  • 객관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을 것
이러한 상태라면 그 후 제3자가 배우자와 성적 행위를 하더라도, 이미 회복 불가능하게 된 부부공동생활을 새롭게 침해하거나 그 유지를 방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또한 그 행위 때문에 배우자의 부부공동생활에 관한 권리가 침해되는 손해가 발생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상대 배우자가 정신적 고통을 느꼈다는 사정만으로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다. 이혼판결 확정 여부나 이혼소송 제기 여부가 결정적 기준은 아니다.
다수의견에 따르면 이혼소송이 진행 중인 경우뿐 아니라, 아직 이혼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경우에도 동일한 법리가 적용된다.
판단의 중심은 법률상 혼인관계가 남아 있는지가 아니라, 문제 된 행위 당시 보호할 부부공동생활의 실체와 회복 가능성이 존재했는지이다.
다만 이는 “별거 중이면 책임이 없다”거나 “이혼소송을 제기하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허용된다”는 뜻은 아니다. 별거와 이혼소송은 회복 불가능한 파탄을 판단하는 자료이지, 그 자체로 책임을 없애는 요건은 아니다.
라. 이 사건에서는 원심이 인정한 사실만으로도 이미 회복 불가능한 파탄 상태였다.
대법원은 장기간 별거와 혼인관계의 불화, 파탄상태의 고착, 성적 행위 이전에 제1심 이혼판결까지 선고된 사정을 종합하였다.
그 결과, 성적 행위 당시에는 부부공동생활의 실체가 소멸하고 회복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피고가 A의 혼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위자료책임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대법원-2011므2997
마. 별개의견도 파기환송에 동의하였지만, 책임을 부정하는 요건을 더 엄격하게 보았다.
구분다수의견별개의견
핵심 기준부부공동생활의 실체가 소멸하고 객관적으로 회복 불가능한 상태인지회복 불가능한 파탄에 더하여 성적 성실의무의 면제·소멸을 인정할 사정이 있는지
이혼의사·이혼청구별도의 필수요건이 아님배우자의 이혼의사 표시, 또는 이혼이 허용될 파탄 상태에서의 실제 이혼청구 등을 요구
이 사건 결론제3자의 불법행위책임 부정쌍방이 이혼을 청구하여 혼인 해소를 앞두고 있었으므로 책임 부정
이상훈·박보영·김소영 대법관의 의견은 결론에 반대하는 반대의견이 아니라, 파기환송의 이유를 달리하는 별개의견이다.
또한 다수의견의 보충의견은 혼인파탄만으로 민법상 부부의 모든 의무가 당연히 소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시하였다. 이 판결을 혼인파탄 후 부양의무 등 모든 혼인상 의무가 없어진다는 취지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대법원-2011므2997

실무적 유의점

  • 파탄 시점과 제3자의 관여 시점을 구분해야 한다. 제3자의 부정행위가 혼인파탄을 초래한 경우와, 이미 회복 불가능하게 파탄된 후 관계가 시작된 경우는 법적 평가가 다르다.
  • 단순한 불화·별거와 회복 불가능한 파탄을 구별해야 한다. 별거 기간과 원인, 연락·왕래, 공동생활 유지 여부, 관계 회복 노력, 이혼에 관한 의사와 소송 경과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 “혼인이 파탄되었다고 들었다”는 주장과 실제 파탄 여부는 별개의 문제이다. 이 판결의 책임 부정 법리는 객관적으로 회복 불가능한 파탄 상태였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 사후의 이혼 확정만으로 과거 행위의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문제 된 행위 당시 이미 파탄 상태였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 제3자의 위자료책임과 배우자의 이혼청구 허용 여부는 구별해야 한다. 이 판결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일반적으로 허용하거나, 이혼법상 전면적인 파탄주의를 채택한 판결이 아니다.
이 글이 다룬 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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