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재건축조합의 궁박을 이용한 고가 매매와 무효행위의 전환

핵심 결론 재건축조합의 궁박을 이용한 고가 매매와 부제소합의를 무효로 보면서도, 당사자의 가정적 의사에 따라 대금을 달리한 매매계약의 효력을 인정하여 지급대금 일부의 반환을 명한 사례이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와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로 연결되지 않는 판례·법령은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 등을 판결문과 원문을 직접 확보·확인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09다50308, 2002다38927, 2008도8577, 2006도3366

해당판결

대법원 2010. 7. 15. 선고 2009다50308 판결〔부당이득금반환〕
원고와 피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들이 원고에게 각 2억 5,850만 원, 합계 5억 1,700만 원 및 지연손해금을 반환하도록 한 판결이 확정되었다. 다만 대법원은 원심의 일부무효에 관한 설명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무효행위의 전환 법리에 따라 결론을 유지하였다.
하급심

관련판례

가. 대법원 2002. 10. 22. 선고 2002다38927 판결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성립하려면 객관적인 급부의 현저한 불균형뿐 아니라, 상대방이 피해 당사자의 궁박·경솔·무경험을 알고 이용하려는 폭리행위의 악의가 있어야 한다는 법리에 관하여 인용하였다.

나.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577 판결

궁박한 상태인지 여부는 당사자의 관계, 상황의 절박성, 거래 목적을 달성할 다른 적절한 대안의 존재 여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한다는 법리에 관하여 인용하였다.

다. 대법원 2006. 9. 8. 선고 2006도3366 판결

급부와 반대급부의 현저한 불균형을 단순한 시가 차액이나 배율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법리에 관하여 인용하였다.

관련법령

  • 민법 제104조: 불공정한 법률행위.
  • 민법 제138조: 무효행위의 전환. 대법원이 매매대금을 달리한 계약의 효력을 인정한 핵심 근거이다.
  • 민법 제137조: 법률행위의 일부무효. 원심이 적용한 조문으로, 대법원의 제138조에 따른 설명과 구별할 필요가 있다.
  • 민법 제741조: 부당이득의 반환.
  • 민사소송법 제248조: 소제기의 방식. 대법원 판결이 부제소합의 쟁점과 관련하여 참조조문으로 기재하였다.

사실관계

가. 당사자의 관계와 매매 대상

원고는 강동시영1차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고, 피고들은 사업부지에 포함된 토지의 일부 지분을 취득한 개인 2명이다.
문제 된 토지는 서울 강동구 소재 임야 198㎡였다. 개발계획상 그중 78.1㎡는 도로예정지에, 나머지 119.9㎡는 재건축사업부지에 포함되었다.
피고 2는 원고의 상가조합원이었고, 피고 1의 딸은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체 직원으로 원고 조합사무실에서 근무하였다. 이러한 관계는 피고들이 원고의 사업 진행 상황과 토지 확보의 필요성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하는 근거가 되었다.

나. 원고의 매수협상 도중 피고들이 토지 지분을 취득한 경위

원고는 종전 공유자들과 토지 매수를 협의하였으나 협상이 결렬되자, 2003. 6. 27. 매도청구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피고들은 그 직전인 2003. 6. 17. 종전 공유자 중 1명으로부터 토지 전체의 7분의 3 지분을 합계 3억 8,000만 원에 매수하였다. 피고별 취득대금은 1억 9,000만 원이었다.
피고들이 각각 취득한 지분은 전체 토지의 14분의 3으로, 면적으로 환산하면 약 42.42㎡, 즉 12.83평이었다. 특정 위치의 토지를 나누어 소유한 것이 아니라 토지 전체에 대한 공유지분을 취득한 것이다.
원고는 이후 피고들을 상대로 별도의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다. 토지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면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웠던 사정

강동구청장은 2003. 12. 30. 사업계획을 승인하면서 착공 전까지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을 확보하도록 조건을 붙였다.
원고는 다른 공유자들의 합계 7분의 4 지분을 4억 원에 매수하였으나, 피고들에 대한 매도청구소송에서는 2005. 2. 2. 제1심 패소판결을 받았다.
피고들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제출한 착공신고도 취하하였고, 강동구청장은 토지 소유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착공신고와 입주자모집을 진행할 수 없다고 통지하였다.
여기에 착공이 지연되면 시공사에 지급할 공사대금이 증가하는 약정까지 있었다. 해당 토지를 제외하여 사업계획을 변경하는 것도 사실상 어려웠다.
결국 원고는 피고들의 지분을 매수하지 않으면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 어려우면서, 지연에 따른 비용도 증가하는 상황에 놓였다.

라. 18억 원의 매매계약과 부제소합의

원고는 2005. 4. 22. 피고들의 합계 7분의 3 지분을 총 18억 원, 피고별 9억 원에 매수하였다.
계약에는 앞으로 매매가격의 높고 낮음을 이유로 민·형사상 문제를 제기하거나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부제소합의가 포함되었다.
원고는 대금을 지급하고 지분을 이전받았으나, 이후 피고들이 원고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하여 지나치게 높은 대금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였다.

마. 원고의 청구와 최종 인정 범위

원고는 평당 약 2,200만 원을 기준으로 산정한 대금을 초과하는 금액을 반환해야 한다며 피고들에게 각 617,640,996원을 청구하였다.
법원은 원고가 주장한 금액 전부를 인정하지 않았다. 평당 5,000만 원을 기준으로 피고별 매매대금을 6억 4,150만 원으로 보아, 이미 지급한 각 9억 원과의 차액을 반환하도록 하였다.
구분피고 1명 기준피고 2명 합계
피고들의 최초 취득대금1억 9,000만 원3억 8,000만 원
원고가 지급한 매매대금9억 원18억 원
최종적으로 효력이 인정된 매매대금6억 4,150만 원12억 8,300만 원
원고에게 반환할 원금2억 5,850만 원5억 1,700만 원

법리

가. 고가 매매라는 사정만으로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민법 제104조의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성립하려면 다음 사정이 함께 인정되어야 한다.
  • 피해 당사자가 궁박·경솔·무경험 중 어느 하나의 상태에 있을 것.
  • 상대방이 그 사정을 알고 이용하려는 폭리행위의 악의를 가질 것.
  •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객관적으로 현저한 불균형이 있을 것.
이 사건에서는 원고의 궁박한 상태, 이를 이용하려는 피고들의 의사, 토지 지분과 대금 사이의 현저한 불균형이 모두 인정되었다.

나. 사업 진행에 다른 적절한 대안이 없는 상태도 ‘궁박’에 해당할 수 있다

궁박은 단순히 돈이 부족한 상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거래를 하지 않으면 중대한 불이익을 받게 되고, 이를 피할 현실적인 대안도 없는 사정이 중요하다.
이 사건에서는 토지 소유권 확보가 사업 진행의 전제였고, 원고는 매도청구소송에서도 패소하였다. 사업범위를 변경하기도 어려웠으며, 착공 지연에 따른 비용 부담까지 증가하였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원고가 피고들의 요구에 응하여 지분을 매수할 수밖에 없는 궁박한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다. 피고들의 폭리행위의 악의는 지분 취득 경위와 원고의 사정에 대한 인식에서 인정되었다

피고들은 원고가 종전 공유자들과 매수협상을 하다가 소송을 제기할 무렵 지분을 취득하였다. 해당 지분은 피고들이 독립적으로 이용하기에 별다른 효용이 없었다.
또한 피고 2의 조합원 지위와 피고 1의 딸의 근무관계 등을 통해 피고들은 원고에게 토지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사정을 알고 있었다고 인정되었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근거로 피고들이 원고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하여 매매차익을 얻으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라. 원고에게 반드시 필요한 토지라는 사정이 고가 매매를 당연히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현저한 불균형은 당사자가 느끼는 주관적 가치가 아니라 거래상의 객관적 가치를 중심으로 판단한다. 다만 시가의 몇 배라는 수치만으로 결정하지 않고, 궁박의 정도와 거래 경위 등을 함께 고려한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들이 각 1억 9,000만 원에 취득한 지분을 각 9억 원에 매도하였고, 다른 공유자들은 피고들보다 큰 지분을 각 2억 원에 매도하였다. 조합원에 대한 토지 보상가격과도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원고에게 그 토지가 절실히 필요했다는 사정만으로 이러한 가격 차이가 모두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마. 불공정한 계약에 대한 사법적 구제를 막는 부제소합의도 원칙적으로 무효이다

쌍무계약이 불공정한 법률행위로 무효라면, 그 불공정성을 소송으로 다투지 못하게 하는 부제소합의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들은 가격에 관한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약정했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막을 수 없었다.
피고들은 원고가 먼저 계약을 간청하고 약 2년 2개월이 지나 소송을 제기한 것이 신의칙에 반한다고도 주장하였다. 법원은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의 소 제기가 신의칙에 위반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바. 핵심은 ‘정당한 가격을 초과한 부분의 당연무효’가 아니라 ‘무효행위의 전환’이다

원심과 대법원의 설명은 다음과 같이 구별된다.
구분원심의 설명대법원의 설명
중심 법리민법 제137조의 일부무효민법 제138조의 무효행위의 전환
계약의 처리정당한 매매대금을 초과한 부분만 무효원래 계약이 무효라도, 당사자들이 다른 대금으로 합의했을 것이라면 그 내용의 계약에 효력 인정
판단의 중심정당한 대금과 나머지 계약의 유지계약 당시 당사자 쌍방의 가정적 의사
대법원은 우리 법이 계약대금과 객관적 가치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계약의 효력을 제한하는 일반적인 ‘정당한 가격’ 법리를 채택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였다.
따라서 이 판결을 “가격이 너무 높으면 법원이 적정한 가격으로 낮출 수 있다”는 취지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대법원이 인정한 것은, 당사자들이 계약 당시 그 계약의 무효를 알았더라면 다른 대금으로 매매에 합의하였을 것이라고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경우, 그 대금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법리이다.

사. 평당 5,000만 원은 당사자들의 가정적 합의 내용을 인정한 결과이다

법원은 다음 사정을 고려하였다.
  • 원고는 사업 수행을 위해 지분 취득이 필요했고, 피고들도 지분을 돌려받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 피고들은 당초 평당 약 2,200만 원을 요구한 적이 있었다.
  • 선행소송에서 사업에 필요한 일부 지분을 평당 약 5,000만 원에 매도하도록 하는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이 있었다.
  • 피고 2는 그 가격 수준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도로 편입 예정 부분이 제외되었다는 이유로 이의하였다.
  • 토지 확보 과정의 어려움은 기본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원고가 부담할 사정이기도 하였다.
이를 토대로 평당 5,000만 원, 피고별 6억 4,150만 원을 대금으로 하는 계약의 효력을 인정하였다.
선행 조정결정이 그대로 확정되어 이 가격을 강제한 것은 아니다. 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당사자의 태도가 가정적 의사를 판단하는 자료로 사용된 것이다.

실무적 유의점

가. 가격 차이와 함께 궁박 및 폭리행위의 악의를 입증해야 한다

인근 시가나 매도인의 취득가격만 제시해서는 부족하다. 인허가 조건, 사업 지연에 따른 비용, 대체 방안의 부재, 매도인의 지분 취득 시기와 사업 상황에 대한 인식 등을 함께 정리해야 한다.

나. 계약 무효와 계약을 유지할 수 있는지는 구별하여 주장해야 한다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인정된다고 해서 매수인이 언제나 소유권을 유지하면서 초과대금만 돌려받는 것은 아니다. 소유권 이전을 유지하려면 다른 대금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까지 검토해야 한다.

다. 무효행위의 전환에서는 협상 자료가 중요하다

최초 제시가격, 협상안, 조정 과정의 의견, 거래를 되돌리는 것에 대한 당사자의 태도 등이 중요하다. 시가는 참고자료가 되지만, 곧바로 전환된 계약의 대금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라. 원심의 표현을 그대로 인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 사건은 원심의 결론이 유지되었지만 법리 설명에는 대법원의 지적이 있었다. 따라서 “정당한 가격 초과 부분은 당연히 무효”라고 정리하기보다, “불공정한 매매계약에 무효행위의 전환 법리를 적용하여 대금을 달리한 계약의 효력을 인정하였다”라고 정리하는 것이 정확하다.
같은 또는 유사한 사안을 다룬 다른 글
토지를 비싸게 샀다는 사정만으로 계약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 폭리의사와 착오 발견 후 법정추인 함께 인용한 판례 2002다38927 대리인에 의한 불공정한 법률행위의 판단 기준 함께 인용한 판례 2002다38927
이 글이 다룬 조문

목록으로 업무분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