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차량 통행권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도보 통행권까지 전부 부정할 수는 없다

핵심 결론 폭 3m의 차량 통행을 청구했더라도, 청구한 통로 일부에 도보 통행권이 인정된다면 원고의 명백한 반대 의사가 없는 한 일부 인용해야 한다. 통행을 막는 담장도 필요한 범위에서 철거 대상이 된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와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로 연결되지 않는 판례·법령은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 등을 판결문과 원문을 직접 확보·확인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05다70144, 2023다311160

해당판결

대법원 2006. 6. 2. 선고 2005다70144 판결
사건명: 통행권확인
재판 결과: 원심판결 파기환송
서울중앙지방법원 2005. 10. 7. 선고 2005나1710 판결
원심은 도보 통행권의 성립을 인정하면서도 원고가 청구한 차량 통행의 필요성을 부정하여 통행권 확인청구와 담장 철거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환송심 결과 및 최종 확정 여부는 미확인이다.

관련판례

가. 대법원 1994. 10. 21. 선고 94다16076 판결

토지의 이용방법에 따라 차량 통행을 위한 통로도 인정될 수 있지만, 단순한 생활상의 편의만으로 차량 통행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통행의 필요성과 이웃 토지 소유자의 손해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나. 대법원 1990. 11. 13. 선고 90다5238, 90다카27761 판결

주위토지통행권의 실현에 방해가 되는 담장은 철거 대상이 된다. 담장이 처음에는 적법하게 설치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철거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다. 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3다311160 판결

대상 판결의 일부 인용 법리를 재확인하였다. 청구한 통로와 실제 통행권이 인정되는 부분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 사안에서도, 구체적인 소송 경과와 당사자 의사를 살펴 법원이 석명하고 청구취지 변경의 기회를 주었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법원이 청구하지 않은 통로를 임의로 인정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 가능한 통행 범위를 확인하고 필요한 소송상 정리를 거쳐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관련법령

가. 민법 제219조 — 주위토지통행권

토지의 용도에 필요한 통로가 없어 주위 토지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공로에 출입할 수 없거나 과다한 비용이 드는 경우, 주위 토지를 통행하거나 필요한 통로를 개설할 수 있다. 다만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와 방법을 선택해야 하며, 원칙적으로 통행지 소유자의 손해를 보상해야 한다.

나. 민사소송법 제203조 — 처분권주의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하지 않은 사항에 대하여 판결할 수 없다. 다만 청구한 범위 안에서 요건을 충족하는 일부를 인정하는 것은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다.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1항 — 석명권

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분명히 하기 위하여 사실상·법률상 사항을 질문하고 증명을 촉구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는 도보 통행에 필요한 부분만이라도 확인받을 의사가 있는지와 그 구체적인 범위를 확인하는 것이 문제 되었다.

사실관계

가. 가족묘지로 출입하기 위해 이용하던 통로

원고 측 토지는 선친들의 가족묘지로 사용되고 있었고, 공로에 나가려면 제3자 소유 토지와 피고 소유 토지를 차례로 지나야 했다.
공로까지의 거리는 약 100m였으며, 그중 피고 토지를 통과하는 부분은 약 44m였다. 토지는 평지였고 주변에도 분묘들이 산재해 있었다.
원고와 피고의 토지는 본래 한 필지에서 분할된 것이었다. 원고는 피고가 토지를 취득하기 전부터 해당 부분을 통로로 이용하였고, 피고도 매수 당시 이러한 통행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나. 차량 통행과 담장 철거를 둘러싼 분쟁

피고가 토지 경계에 담장 등을 설치하자 통행에 지장이 생겼다. 원고는 성묘·벌초뿐 아니라 분묘의 설치·이장, 비석과 상석의 운반 등에 차량이 필요하다며, 피고 토지 남쪽 경계의 담장을 따라 폭 3m의 통행권 확인과 담장 일부의 철거를 청구하였다.

다. 원심의 판단과 파기환송

원심은 거리와 지형, 작업 빈도 등을 고려하여 도보 통행으로도 묘지 이용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에 차량 통행의 필요성은 부정하면서 도보 통행권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도 원심은 원고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였다. 대법원은 차량 통행을 부정한 판단은 수긍하면서도, 도보 통행이 가능한 범위를 심리하지 않고 확인청구와 담장 철거청구를 모두 배척한 것은 잘못이라고 보아 파기환송하였다.

법리

가. 차량 통행은 토지 이용에 필요한 정도와 상대방의 손해를 함께 따져야 한다

주위토지통행권의 범위는 통행을 요구하는 사람의 편의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토지의 지형·위치·용도, 주변 상황, 통행의 필요성 및 이웃 토지 소유자의 불이익을 종합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통행 거리가 비교적 짧고 평지였으며, 차량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작업도 상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폭 3m의 차량 통행까지 인정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 판결을 가족묘지에는 언제나 차량 통행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일반적인 기준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차량 통행의 필요성은 개별 토지의 이용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나. 청구한 통로의 일부에 권리가 인정되면 일부 인용을 검토해야 한다

청구한 통로 전체가 법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그 안의 일부가 도보 통행에 필요한 통로로 인정될 수 있다.
이 경우 원고에게 일부만 확인받을 의사가 없다는 점이 명백하지 않다면, 법원은 통행 가능한 부분을 특정하여 청구를 일부 인용해야 한다.
이 사건의 통로는 공로에 이르는 최단거리이고 종전부터 이용된 곳이었으며, 피고도 그 이용 사실을 알고 있었다. 대법원은 도보 통행에 적합하고 피고의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가 원고가 청구한 통로의 일부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원심은 원고의 의사를 확인하고, 도보 통행에 필요한 폭과 면적을 심리했어야 한다.

다. 통행권의 확인과 장애물의 제거는 함께 검토해야 한다

통행권을 인정하더라도 담장 때문에 실제로 통행할 수 없다면 그 권리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다. 따라서 통행을 방해하는 담장 등의 철거도 청구할 수 있다.
원심은 담장이 통행을 방해하는 장애물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철거청구를 배척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에 이유의 모순 또는 법리오해가 있다고 보았다.
다만 철거 범위는 인정되는 통행권의 범위와 실제 방해 정도에 맞추어 정해야 한다.

라. 대법원이 판단한 범위

쟁점대법원 판단
폭 3m의 차량 통행 필요성이를 부정한 원심 판단을 수긍
청구한 통로 안의 도보 통행권원고의 의사와 필요한 폭·면적을 심리하여 일부 인용해야 한다고 판단
통행을 방해하는 담장철거청구를 배척한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판단
대법원이 도보 통행로의 정확한 폭과 면적 또는 담장의 구체적인 철거 범위까지 확정한 것은 아니다. 이러한 사항은 환송심에서 심리할 대상이다.

실무적 유의점

가. 통로의 위치·폭·면적과 통행방법을 구체적으로 특정한다

지적도와 측량도 등을 이용하여 통로를 특정하고, 차량 통행과 도보 통행 중 어떤 이용을 구하는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차량 통행을 주로 청구하더라도 도보 통행에 필요한 범위만이라도 인정받을 의사가 있다면 이를 분명히 해 두는 것이 좋다. 감정 결과에 따라 청구취지를 정리할 필요도 있다.

나. 차량이 필요한 이유를 실제 이용 상황으로 입증한다

운반할 물건의 종류와 무게, 작업 빈도, 경사도, 대체 통로의 유무 및 추가 비용 등을 제시해야 한다. 차량이 있으면 편리하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다. 통행권 확인과 방해물 제거의 청구 범위를 맞춘다

담장이나 출입시설이 실제 통행을 막고 있다면 해당 시설과 철거할 부분을 특정해야 한다. 필요한 통로의 범위와 철거 범위가 서로 맞아야 판결 후 집행도 원활하다.

라. 통행권의 성립과 손해보상 문제를 구분한다

주위토지통행권이 인정된다는 사정만으로 무상 통행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민법 제219조 제2항에 따른 손해보상 문제는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이 글이 다룬 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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