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결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3다30463 판결 [손해배상(기)]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 파기환송, 원고의 상고 기각.
하급심
가. 제1심: 대전지방법원 논산지원 2002. 7. 12. 선고 2000가합485 판결
원고가 패소하여 항소하였다.
나. 원심: 대전고등법원 2003. 5. 21. 선고 2002나6140 판결
원고가 모돈 847마리에 관하여 양도담보권을 가진다고 보아, 피고의 인도 거부 및 임의 처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원심은 모돈의 가액 459,033,234원에서 다른 채권자의 선행 양도담보로 담보되는 5,000만 원을 공제하여, 피고에게 409,033,234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고가 애초에 양도담보권을 취득하였는지부터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보아 이 인용 부분을 파기하였다.
관련판례
가.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1751 판결
점유개정 방식으로 동산에 이중의 양도담보가 설정되면, 후행 채권자는 선의취득이 인정되지 않는 한 양도담보권을 취득할 수 없고, 점유개정만으로는 선의취득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법리를 제시하였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직접 인용한 판례이다.
나. 대법원 2004. 12. 24. 선고 2004다45943 판결
후행 채권자의 양도담보권 취득을 부정하는 법리를 재확인하였다. 아울러 집행증서를 가진 유효한 동산양도담보권자는 제3자이의의 소로 일반채권자의 강제집행을 배제하거나, 이중 압류를 통해 배당절차에 참가하여 일반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배당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관련법령
- 민법 제188조: 동산물권 양도의 효력과 인도
- 민법 제189조: 점유개정
- 민법 제249조: 동산의 선의취득
- 민법 제372조: 대법원 판결이 ‘양도담보’와 관련하여 제시한 참조조문
-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사실관계
가. 양돈회사는 원고와 계약하기 전부터 다른 채권자들에게 돼지를 담보로 제공하였다.
양돈회사는 1996. 7. 25. 사료대금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사료업체와 모돈 1,000마리를 포함한 돼지 3,087마리에 관한 매매 형식의 담보약정을 체결하였다.
또한 1996. 7. 27. 다른 사료업체에 사료대금 5,000만 원을 담보하기 위하여 모돈 800마리를 점유개정 방식으로 양도담보 제공하였다. 이 약정에는 목적물이 증감·변경되어도 같은 종류의 목적물이 담보목적물이 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나. 원고는 그 후 돼지 10,000마리를 담보로 받았다.
원고는 1997. 4. 2. 양돈회사에 대한 대여금 10억 원을 담보하기 위하여, 농장에서 사육 중인 돼지 10,000마리를 점유개정 방식으로 양도담보 제공받기로 하였다.
돼지는 양돈회사가 계속 사육하였고, 당사자들은 강제집행 인낙 취지가 포함된 양도담보부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를 작성하였다.
다. 피고도 투자금 반환을 담보하기 위하여 돼지를 넘겨받았다.
피고는 양돈회사에 투자한 후 동업계약을 해제하고, 지급한 투자금 5억 원의 반환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1997. 11. 6. 돼지 5,000마리에 관한 매매 형식의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후 양돈회사가 부도에 이르자, 피고는 같은 달 16. 농장에 있던 돼지 전부를 인도받고 축사를 임차하여 직접 사육하였다.
라. 원고의 압류에 피고가 다투었고, 집행정지 중 돼지들이 처분되었다.
원고는 1997. 11. 26. 모돈 847마리와 육성돈 1,874마리, 합계 2,721마리를 압류하였다.
피고는 제3자이의의 소를 제기하면서 집행관의 인도 요구를 거부하고 강제집행정지결정을 받았다. 이후 집행이 정지된 상태에서 2000. 3.경까지 해당 돼지들을 모두 임의로 처분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가 자신의 양도담보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마. 원심은 손해배상을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원고의 담보권 취득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였다.
원심은 모돈 847마리에 대한 원고의 양도담보권을 인정하였다. 먼저 설정된 다른 채권자의 담보는 손해액에서 공제하거나, 이후 소멸한 것으로 보아 처리하였다.
대법원은 원고보다 먼저 담보약정을 체결한 사료업체들이 모돈 847마리 전부 또는 각 일부에 관하여 양도담보권을 취득했을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보았다. 따라서 원고의 담보권 취득을 당연한 전제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법리
가. 점유개정에 의한 양도담보도 대외적으로는 소유권 이전의 효과가 있다.
점유개정은 물건을 실제로 옮기지 않고, 양도인이 계속 점유하되 양수인이 인도받은 것으로 보는 방식이다. 채무자가 담보로 제공한 기계·재고·가축 등을 계속 사용하거나 관리할 때 활용된다.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동산양도담보의 대내적 관계에서는 채무자가 소유권을 보유하지만, 대외적 관계에서는 소유권이 담보권자에게 이전된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미 양도담보를 설정한 채무자가 같은 동산을 다른 채권자에게 다시 담보로 제공하는 경우, 대외적으로는 무권리자의 처분이 된다.
나. 후행 채권자는 점유개정만으로 양도담보권을 선의취득할 수 없다.
무권리자로부터 동산을 양수한 사람도 선의취득의 요건을 갖추면 권리를 취득할 수 있다. 그러나 점유개정만으로는 선의취득이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미 양도담보로 제공된 동산에 관하여 후행 채권자가 다시 담보계약을 체결하고 점유개정 방식으로 인도받더라도, 그 후행 채권자는 양도담보권을 취득하지 못한다. 먼저 설정된 담보를 몰랐다는 사정만으로 이 결론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다. 선행 담보권이 나중에 소멸해도 후행 채권자가 담보권을 당연히 취득하지는 않는다.
원심은 다른 사료업체의 양도담보권이 나중에 합의로 소멸하였다는 이유로 그 담보권의 존재를 문제 삼는 피고 주장을 배척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처음부터 양도담보권을 취득하지 못한 원고에게, 선행 담보권의 소멸만으로 새로운 담보권이 당연히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후행 채권자의 지위를 판단할 때에는 선행 담보권의 현재 존속 여부뿐 아니라, 후행 계약 체결 당시 유효하게 담보권을 취득하였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라. 담보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은 유효한 담보권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원고가 양도담보권 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우선 해당 목적물에 대한 양도담보권을 취득하였어야 한다.
피고가 인도를 거부하거나 목적물을 처분한 사실만으로 원고의 담보권 취득 여부에 관한 심리를 생략할 수는 없다. 대법원은 원심이 이 선행 문제를 충분히 심리하지 않은 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점을 파기사유로 삼았다.
마. 담보계약 이후 출생한 가축까지 포함되는지는 계약 내용과 증거에 따라 판단한다.
원고는 담보계약 이후 태어나거나 새로 농장에 들어온 돼지도 10,000마리의 범위 안에서 담보목적물에 포함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고, 대법원도 계약 체결 이후 출생한 육성돈 1,874마리를 담보목적물에서 제외한 판단을 유지하였다.
이 판단은 이 사건 계약의 담보 범위에 관한 판단이다. 장래 유입되거나 교체되는 동산을 포함하는 집합물 양도담보의 효력을 일반적으로 부정한 것은 아니다.
바. 원심과 대법원의 판단 차이
실무상 유의점
가. 공정증서 작성과 담보권의 유효한 취득을 구분해야 한다.
강제집행을 인낙하는 공정증서를 작성하였더라도, 이미 다른 채권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된 동산을 점유개정 방식으로 다시 담보받았다면 담보권 취득이 부정될 수 있다. 집행권원의 존재와 담보권의 존재는 각각 확인해야 한다.
나. 동산을 담보로 받을 때에는 기존 담보약정과 목적물의 중복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채무자가 실제로 물건을 사용·관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담보제공 권한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기존 양도담보계약, 공정증서, 담보목적물 목록 및 사료·원자재 공급업체와의 담보약정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다. 선행 담보의 해소만으로 후행 담보가 유효해진다고 전제해서는 안 된다.
선행 채무가 변제되거나 담보해지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그 이후 담보권을 유효하게 취득하기 위한 설정행위와 인도 요건을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라. 계속 교체되는 재고·가축의 담보 범위를 명확히 정해야 한다.
계약 당시 존재하는 물건만 담보하는지, 이후 생산·출생·반입되는 물건까지 포함하는지를 구분하여 약정해야 한다. 목적물의 종류, 소재장소, 범위 및 교체·증감에 따른 편입 여부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 손해배상청구에서는 담보권의 취득 경위부터 주장·입증해야 한다.
담보권 침해를 주장하려면 자신의 담보설정일, 인도 방식, 선행 담보의 존재, 목적물의 동일성 및 필요한 경우 선의취득 요건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 이 사건은 그러한 검토 없이 손해액 산정부터 진행한 원심판결이 파기된 사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