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판례
1. 법률행위 해석의 일반원칙
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다40858 판결은 처분문서의 문언만으로 객관적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문언의 내용, 계약의 동기와 경위,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 법리는 이 사건에서 분할계획서의 해석 기준으로 원용되었다.
2. 회사분할에 따른 권리·의무의 포괄승계
대법원 2011. 8. 25. 선고 2010다44002 판결은 회사분할 시 분할계획서가 정한 권리·의무는 사법상 관계와 공법상 관계를 불문하고 신설회사에 포괄승계되지만, 일신전속적 권리와 같이 성질상 이전이 허용되지 않는 권리는 승계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3. 회생계획에 의한 회사분할의 경우
대법원 2023. 6. 29. 선고 2021다285090 판결은 회생계획에 의한 회사분할에서도 승계 범위가 불명확하면 승계 원칙, 권리·의무의 내용, 분할 목적, 이해관계인의 합리적 의사와 거래관행 등을 종합하여 회생계획을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 판결은 2012다99679 판결의 분할계획서 해석 법리를 회생계획에 의한 회사분할에도 확장·구체화한 판례로 볼 수 있다.
관련법령
상법 제530조의5
상법 제530조의5는 분할계획서에 신설회사에 이전될 재산과 그 가액, 신설회사의 정관 등에 관한 사항을 기재하도록 규정한다.
상법 제530조의10
상법 제530조의10은 분할 또는 분할합병으로 설립되는 회사나 존속회사가 분할계획서 또는 분할합병계약서가 정하는 바에 따라 분할회사의 권리와 의무를 승계하도록 규정한다.
민법 제105조
민법 제105조는 법령 중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와 관계없는 규정과 다른 당사자의 의사가 있는 경우 그 의사에 따르도록 규정한다. 분할계획서도 법률행위 해석의 일반원칙에 따라 객관적·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판결
사건명: 손해배상(기)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2. 9. 27. 선고 2012나20514 판결
결과: 상고기각
사실관계
1. 자동차부품사업 부문의 합병과 재분할
소외 1 회사는 1999. 7. 2. 자동차부품사업을 영위하던 소외 2 회사를 흡수합병하였다.
이후 소외 1 회사의 재무구조가 부실해지자, 합병으로 인수한 부산공장 등 자동차부품사업 부문을 다시 분할하여 피고 회사를 신설하였다.
분할의 목적은 자동차부품사업을 별도 회사로 분리하여 부실의 확산을 방지하고, 신설회사의 재무구조와 경영지배구조를 건실하게 함으로써 채권자·주주·종업원의 공동이익을 도모하려는 것이었다.
분할 후 소외 1 회사는 정상적인 회수와 매각이 어려운 잔여자산을 관리·처분한 다음 소멸할 예정이었고, 피고 회사는 자동차부품사업을 계속 영위하기 위하여 설립되었다.
2. 분할계획서의 내용
분할계획서는 신설회사에 이전할 자산과 부채를 정하면서 다음과 같은 원칙을 규정하였다.
사업부문별 고유의 영업자산과 영업부채를 각 신설회사에 배분한다.
피고 회사에는 자동차부품부문 부산공장의 영업자산과 부대자산을 이전한다.
위 영업에 관한 계약, 인허가, 면허, 특허, 상표권, 사업권 등 무형자산과 그 밖의 재산적 가치가 있는 사실관계를 이전한다.
그러나 쟁점이 된 두 자회사 주식은 분할대차대조표나 승계대상 재산목록에 피고 회사가 이전받을 재산으로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3. 쟁점 주식과 자동차부품사업의 관계
소외 2 회사는 모터와 전장 등을 임가공하여 부산공장에 납품하던 두 자회사의 발행주식 전부를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지배하였다.
두 자회사는 부산공장의 자동차부품사업과만 관련되어 있었고, 소외 1 회사의 다른 사업이나 그룹의 다른 계열사와는 관련이 없었다.
분할 직후 두 자회사가 납품한 DC모터는 피고 회사 매출액의 약 35%, 영업이익의 약 70%를 차지하였다. 따라서 두 자회사에 대한 지배권은 자동차부품사업의 수익성과 존속에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다만 이 사건 주식은 그룹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명의신탁되어 있었기 때문에 소외 2 회사나 이를 합병한 소외 1 회사의 회계장부에 계상되어 있지 않았다. 소외 1 회사의 채권자들도 이 주식을 소외 1 회사의 책임재산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쟁점
분할대차대조표나 승계대상 재산목록에 구체적으로 표시되지 않은 자회사 주식이 분할계획서의 포괄적 문언에 따라 자동차부품사업을 승계한 피고 회사에 이전되었는지가 문제 되었다.
즉, 회사분할에 따른 재산승계의 범위를 형식적인 자산목록만으로 판단할 것인지, 아니면 분할 목적과 해당 재산의 사업관련성까지 고려하여 판단할 것인지가 핵심이었다.
대법원의 법리
1. 원칙적으로 분할계획서의 문언을 기준으로 한다
회사분할로 설립되는 신설회사는 상법 제530조의10에 따라 분할계획서가 정하는 권리를 승계한다.
따라서 특정 권리가 신설회사에 승계되는지는 우선 분할계획서의 문언에 부여된 객관적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 판단해야 한다.
2. 문언이 불명확하면 분할의 전체 구조를 종합해야 한다
분할계획서의 문언만으로 승계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한다.
분할계획서가 정한 자산·부채 배분의 기본원칙
승계 대상 권리의 내용과 성격
분할회사의 존속 또는 소멸 여부
분할계획서를 작성한 회사와 이를 승인한 주주들의 합리적 의사
분할의 경위와 목적
분할을 통하여 달성하려던 실질적 목표
해당 재산과 분할사업 사이의 경제적·기능적 관련성
거래관행과 이해관계인의 합리적 인식
이러한 사정을 사회정의와 형평, 논리와 경험칙, 거래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3. 자산목록에 없다는 사실만으로 승계가 배제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특정 재산이 분할대차대조표나 승계대상 목록에 개별적으로 기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중요한 해석자료로 보면서도, 그것만으로 승계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해당 재산이 분할사업의 경영과 수익 창출에 필수적이고, 분할계획서가 영업자산·무형자산·사업권 및 그 밖의 재산적 가치가 있는 사실관계를 포괄적으로 이전하도록 정하였다면 그 재산도 승계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구체적 판단
대법원은 두 자회사에 대한 경영권이 피고 회사의 자동차부품사업을 정상화하고 지속하기 위한 고유의 영업자산이자 영업 관련 무형자산이라고 판단하였다.
두 자회사의 매출·수익 기여도와 사업상 기능에 비추어 그 경영권은 자동차부품사업과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었다. 이러한 경영권은 자회사 주식의 소유권과 분리하기 어려우므로 경영권의 승계에는 그 기초가 되는 주식에 대한 권리도 포함된다고 보았다.
또한 분할회사는 잔여자산을 환가한 후 소멸할 예정이었던 반면, 피고 회사는 자동차부품사업을 계속 영위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따라서 분할을 승인한 주주와 채권단이 사업상 중요한 자회사 주식을 소멸 예정인 회사에 남겨 두려 했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결국 분할계획서에 규정된 다음 재산에는 두 자회사에 대한 경영권과 그 기초가 되는 주식이 포함된다고 판단하였다.
자동차부품부문 부산공장의 영업자산 및 부대자산
영업 관련 무형자산
사업권
그 밖의 재산적 가치가 있는 사실관계
결론
대법원은 이 사건 자회사 주식이 분할대차대조표나 승계대상 목록에 개별적으로 표시되어 있지 않았더라도, 분할계획서의 합리적 해석상 자동차부품사업을 승계한 피고 회사에 이전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주식이 분할회사에 그대로 귀속되었다는 전제에서 제기된 파산관재인의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하고, 원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회사분할에 따른 재산승계의 범위를 단순히 분할대차대조표나 승계목록의 형식적 기재만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특히 사업부문과 경제적·기능적으로 결합된 자회사 주식이나 경영권은 승계목록에 개별적으로 특정되지 않았더라도 다음 요건을 갖춘 경우 신설회사에 승계될 수 있다.
분할계획서에 영업 관련 자산을 포괄적으로 승계한다는 규정이 있을 것
해당 주식 또는 경영권이 분할사업의 유지와 수익 창출에 본질적으로 관련될 것
주식을 존속회사에 남기는 것이 분할 목적과 이해관계인의 합리적 의사에 반할 것
주식이 다른 사업부문보다 분할사업에 전속적으로 관련될 것
다만 이 판결이 분할계획서의 구체적 기재를 불필요하게 만든 것은 아니다. 분할계획서에 명백히 승계대상에서 제외한 재산까지 분할 목적만으로 승계시킬 수는 없으며, 해석에 의한 승계는 문언이 불명확하거나 승계목록에서 누락된 경우에 적용되는 보충적 판단기준으로 이해해야 한다.